아시아나 하청,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이미 피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중심으로 피해 속출, 우려

최근 국회가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를 논의하는 가운데, 공공부문 사업장에서 이미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로 피해를 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아시아나 하청업체인 케이오㈜는 지난해 5월 상여금을 600%에서 300%로 삭감했다. 나머지 300%는 기본급으로 산입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인상될 기본급을 상여금 산입으로 대체한 것이다. 케이오㈜에 다니는 노동자 A씨(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소속 조합원)의 2017년 4월 급여명세서를 살펴보면, 기본급은 1,163,300원, 상여금은 581,650원으로 월 급여 1,640,700원을 받았다. 반면, 2018년 2월 명세서상 기본급은 1,454,125원, 상여금은 363,531원으로 월 급여가 1,973,735원이었다.

기본급이 오른 건 맞지만, 상여금은 대폭 삭감됐다. 노동자 A씨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분과 상여금 600%에 따라 월 250만 원을 받아야 했지만, 상여금의 기본급화로 214만 원(세전)밖에 받지 못했다. 한국노총 산하 노조가 사측과의 임금협상에서 상여금의 기본급 산입에 동의한 결과다.

현행 최저임금은 기본급만 포함한다. 국회와 정부는 최저임금 범위를 기본급뿐만 아니라 상여금, 복리후생비 등까지 확대하는 안을 논의하고 있다. 그런데 케이오㈜ 사례처럼 각종 수당의 기본급화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무력화하는 일이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비정규직 미화 노동자들은 용역업체와 연장근로 3시간을 폐지하는 대신, 연장근로수당을 기본급에 포함하기로 구두 합의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사측은 연장근로수당을 기본급화하지 않고, 연장근로만 폐지했다. 따라서 이곳 노동자들은 월 24만 원~49만 원의 임금 손실을 봤다. 노동 강도 또한 악화했다.

청구성심병원의 경우 상여금이 기본급의 750%에 달한다. 만약 상여금을 기본급에 포함하면 시급은 7,530원에서 11,337원으로 오르게 된다. 사용자로서 최저임금이 1만 원으로 올라도 노동자에게 기본급을 올려줄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반면, 상여금은 유지, 최저임금이 1만 원일 때 노동자가 얻는 임금인상분 51만 원은 사라진다.

공공운수노조는 이 같은 사례를 발표하며 정부, 국회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시도를 규탄했다. 공공운수노조는 5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 시도는 저임금 노동자 임금의 마지노선인 최저임금 인상과 임금 협상을 통해 어렵게 쟁취한 각종 수당마저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며 “국회는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려는 논의를 중단하고,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최저임금 1만 원을 어떻게 실현할 건지 논의해야 한다. 국회와 정부가 최저임금제 개악을 시도하면 모든 수단과 방법을 통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현정희 본부장은 “정권의 최저임금 꼼수를 보며 크게 실망했다”며 “오늘(5일) 발표한 사례에서 봤듯, 여러 업체에서 최저임금 꼼수를 부리는데 정부의 근로감독도 없다. 노동부와 지역 지청은 국회에서 최저임금법 개정을 기다리며 눈치만 본다. 정부가 외주업체 사장들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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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여금 , 공공운수노조 , 기본급 , 최저임금 , 산입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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