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의 복음이 성소수자 차별이었을까?”

[현장] 4월 1일, 성소수자에게 저주 퍼부은 부활절 연합예배

“동성애가 물러갈지, 이단이 배격될지, 어디가 큰 소리로 외치는지 보겠습니다. 끝에 반대한다를 3번 외쳐주세요. 창조질서 파괴하는 동성결혼 반대한다!”<전주 부활절 연합예배 사회자 발언 중>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을 기념하는 부활절인 지난 1일, 전주지역 기독교 신자 3000여 명이 모인 전주 신흥중·고 운동장에서는 이 구호가 크게 울려 퍼졌다. 전주시기독교연합회가 주최한 부활절 연합예배. 약 100여개의 교회 목사들과 신도, 정치인들과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모두 한 마음처럼 저 구호를 따라 외쳤다.

[출처: 참소리]

2018년 전주 부활절 연합예배의 주제는 ‘연합으로 선포하는 부활의 복음’이었다. 이번 연합예배 준비위원장이자 양정교회 목사인 박재신 목사는 이날 예배 자료집의 환영메시지를 통해 한국교회의 분열과 갈등을 지적하며 이를 통합하는 연합예배 그 자체가 복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그 갈등의 씨앗으로는 ‘이단’과 ‘동성애’를 지목했다. “문화와 전통의 도시 전주에 동성애와 이단과 사이비를 조장하는 어둠의 영, 미혹의 영들을 부활의 능력으로 물리치시고 성령 충만한 은총의 도시로 견호히 세워주실 줄로 믿습니다.”

부활절 연합예배 특별기도에 나선 유병근 완산교회 목사는 다음과 같이 동성애를 왜곡했다.

“짐승도 하지 않는데 어찌하면 죄 많은 인간들이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어기고 이런 행위를 한단 말입니까? 동성애로 인해 에이즈가 만연하고, 에이즈가 발생하면 국가는 한 사람당 수백만 원의 국민 혈세 낭비하고 동성애가 만연되면 자손들이 번성하지 않으므로 대한민국의 미래는 어두워지고 소멸될 수밖에 없습니다.”

유 목사는 국가가 인권의 이름으로 동성애를 정당화하고 있다며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와 인권조례 폐지를 하나님께 기도 올렸다. 이들 법이 ‘남자 며느리, 여자 사위’를 맞이하는 것을 합법화한다고 비난했다.

신흥중·고 교문에서부터 신도들을 맞이하는 전단지와 신문은 모두 반동성애가 주요 내용이었다. 혐오적인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연합예배가 끝나고 진행된 거리 행진도 마찬가지였다. 3000여 명의 신도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며 내뱉은 구호들은 혐오적 표현들로 가득했다.

[출처: 참소리]

‘동성애는 에이즈의 직접적인 원인’
‘동성애 조장, 에이즈 확산시키는 학생인권조례 폐지하라’
‘여자 화장실에 남자도 들어가는 성평등 합법화 반대’


행진 과정에서 부활절을 축하하고 예수의 고난을 기억하자는 이를 찾기는 힘들었다. 부활절은 기독교 최대의 축제 중 하나다. 그리고 기독교인들이 가장 가슴 아프게 기억해야 하는 날이다. 부활절을 앞두고 40일은 사순절로 정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기억한다. 예수의 고난을 몸소 겪기 위해 금식을 하고 고기를 먹지 않는 이들도 많다.

이번 부활절 연합예배와 행진은 ‘동성애’와 ‘이단’이 키워드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인권을 존중해야 하는 학교에서 이런 행사가 가능하다는 것에 의문이 생겼다. 전북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이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3호에 명시된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의 정의에 해당하는 이유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차별행위에는 성적 지향을 이유로 받는 차별도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동성애를 혐오하고 혹은 기독교의 교리를 따르지 않는 사악한 그 무엇으로 보는 행사에 운동장 사용을 허가한 학교는 어떤 생각을 가졌을까?

[출처: 참소리]

마침 이날 연합예배에는 신흥고교 조재승 교장도 참석했다. 동성애 혐오와 차별적 발언이 쏟아진 이날 행사를 조 교장은 만족한 눈치였다. 연합예배가 끝나고 만난 조 교장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올 줄 몰랐다. (학교 운동장에서) 찬양을 듣고 하니 흥분될 정도로 기뻤다”고 말했다.

조 교장은 자신이 고교시절 참석한 세계적인 복음전도사 빌리 그래함 목사의 집회를 생각하며 이번 연합예배 장소를 협조했다고 밝혔다. 73년 같은 곳에서 그래함 목사의 복음집회가 열렸다는 사실을 조 교장은 언급했다.

빌리 그래함 목사는 최근 타계한 복음전도사로 알려진 인물이다. 어림잡아 2억 명 이상을 상대로 복음을 전한 것으로 알려진 그래함 목사의 집회와 복음운동은 한국 교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73년 전주를 포함 서울에서 있었던 복음집회는 많은 목사들에게 영향을 줬다. 당시 서울에서 열린 복음집회에는 100만 명의 신도들이 참석했다.

조 교장은 당시 이 운동장을 가득 메운 복음집회를 생각하며 그런 날이 다시 오기를 꿈꿨다고 말했다. 그래함 목사는 생전에 아들에게 세습한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한국 교회의 세습 논란과 닮았지만, 그래함 목사의 행보는 한국 교회의 실권을 쥔 목사들과는 조금 달랐다.

지난 93년 한 복음집회에서 에이즈가 ‘하나님의 심판’이라고 말한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이 말을 한 것에 대해 후회하기도 했다. 그는 “하나님께서 에이즈에 걸린 사람들을 심판했다는 말을 매우 잘못이며 매우 잔인한 말이었다. 내가 한 말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는 말로 사과했다.

말년에 동성결혼 반대 법안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지만, 복음집회 및 강단에서 동성애와 이슬람 등 타 종교에 대한 비난과 왜곡을 경계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그래함 목사의 아들인 프랭크 그래함 목사는 미국 내에서도 동성애 혐오의 선두주자로 알려졌다. 지금 한국 교회는 그 길을 따르고 있다.

[출처: 참소리]

비슷한 시간, 전주기독교연합회가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어지럽힌다고 지목하며 비난한 주인공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주 풍남문광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은 전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가 마련했다. 성소수자를 비롯해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올해 처음 열린 전주퀴어문화축제 준비를 위해 만든 조직이다. 부활절 연합예배를 주관한 전주기독교연합회에 하고 싶은 말은 이한결 조직위원장이 기자들에게 대신 전했다.

“저희의 존재를 부정하고, 저희의 자긍심을 세상에 없어야 할 것 취급하시는 분들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께서 막고자 하시는 것은 단순히 축제 하나가 아닙니다. 개인의 정체성이고, 개인의 인권이며, 그 개인이 모인 집단과 다른 집단들의 소중한 연대 의식입니다. 여러분께서 저희를 부정하기에, 모두가 자신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그날, 누군가는 스스로를 가장 숨겨야만 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도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사람을 벽장 속으로 밀어 넣지 않아 주시길, 같은 시민으로서 부탁드립니다.”


[출처: 참소리]

이 위원장의 말은 간절했다. 조직위는 “약자의 대한 차별을 조장하는 것을 반대하며 전북원의 성소수자 뿐 아니라 타 지역 성소수자와 여성, 장애인, 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모두가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내용으로 가득한 축제를 오는 7일 만들 예정이다”며 성소수자 혐오의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에게 혐오 중단 호소는 생존의 문제이다. 실제로 성소수자 청소년의 자살률은 비성소수자 청소년의 자살률에 비해 5배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 사회의 배제와 차별이 성소수자에게는 죽음의 위협이 된다.

한편, 이날 연합예배는 송하진 전북도지사와 김승환 전북교육감, 김승수 전주시장이 초대받아 무대에서 함께 했다. 축하 인사에서 동성애 혐오 발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부활절 연합예배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또한, 이현웅 전주시장 후보를 비롯해 서거석, 유광찬, 황호진 전북교육감 후보도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반동성애 구호를 따라 외치며 함께했다.

전북교육감을 비롯해 교육감 후보자들이 이날 자리에 함께했다는 것은 앞으로 학생인권조례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 전주기독교연합회를 비롯해 기독교계 상당수는 국가인권위원회법과 차별금지법, 인권조례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성적(性的) 지향’.

“어떤 성별의 사람을 사랑하든, 자신의 성별이 무엇이라고 느끼고 표현하든, ‘인간은 존엄하다’는 사실에 예외나 유예는 있을 수 없습니다.” <전주퀴어문화축제 조직위 기자회견문 중에서>

[출처: 참소리]

하지만 전주시기독교연합회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작년에는 전북도청 내 인권센터의 운영 규정 중에 국가인권위법이라는 표현이 삭제됐다. 기독교 신도들의 강한 반발 때문이다.

지난 7일, 전주 풍남문 광장에서 전주 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조직위는 “다양한 소수자의 특색이 빛나고 연대하는 축제를 지향할 것”이라면서 “성정체성, 성지향성, 성별, 지역, 피부색, 나이 등을 이유로 자행되는 부당한 차별과 폭력에 즐겁게 저항하는 축제를 만들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한 관계자는 “2008년 차별금지법 제정을 준비하면서 성소수자 문제로 혐오 세력들이 조직화가 되고 있다”면서 “이들의 조직화를 항상 염두하고 있지만 그렇지만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할 것이다. 성소수자 인권을 존중하는 세계적 흐름이 이곳에서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7일 열린 전주퀴어문화축제에서 혐오 세력들의 방해는 우려만큼 심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전국적으로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이들이 모여 다양한 의견과 문화를 나누는 자리가 되었다.[기사제휴=참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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