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정부의 노동정책 1년, 노동계에서 평가 엇갈려

이전 정부보다 급진적 개혁 시도vs‘비정규직 제로 시대’는 레토릭에 불과

오는 10일 임기 1년을 맞는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을 평가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외부일정으로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해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천명했다. 하지만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은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이라는 큰 한계를 맞이했다. 연장 선상에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역시 역대급 스케일로 진행됐지만, 정책 추진의 허술함으로 용두사미라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선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이 역대 정권보다 진일보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후퇴한 점도 상당하다는 것, 그 내용에 있어서 효과가 작다는 것, 파격적 공약이지만 담론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 등 비판적 평가도 이어졌다.

문 정부 노동정책, 과거 정권보다 진일보


민주노총 정책연구원, 한국비정규노동센터, 한국산업노동학회 등 노동단체들은 4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문재인 정부 1년 노동정책 평가와 과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문재인 정부 노동정책 1년, 평가와 전망’ 발제를 맡은 노중기 한국산업노동학회 회장은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실행은 크게 보아 공약의 기조 변경 없이 진행하고 있다. 문제가 없는 것은 결코 아니지만 최저임금 인상,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 적폐청산, 사회적 대화 등에서 일정한 개혁성을 보여줬다”고 정리했다.

노 회장이 꼽은 문재인 정부의 주요 노동정책은 △일자리 창출 △최저임금인상 △노동시간단축 △적폐 청산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사회적 대화 등 6가지다. 노동계의 요구를 일정하게 받아 안은 정책이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않다.

우선 ‘일자리 창출’ 정책에 대해 노 회장은 “가시적 성과가 없고, 고용위기는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1호 업무 지시로 대통령 직속 일자리 위원회를 설치하고 공공일자리 81만 개, 비정규직 차별 해소 등의 과제를 발표한 바 있다. 노 회장은 “많은 갈등을 야기하고 노동 측의 비판을 받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문 정부 개혁정책의 구체적 진행양상을 예감하게 하는 중요한 준거가 될 수 있다. 상당한 정치적 의지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 특성이나 재정 여건 및 내부 반발 등을 매개로 원래의 추상적 기획에서 후퇴하는 한계를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노중기 회장은 문재인 정권의 노동 정책이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이전 정권의 공약에 비교해 상당히 급진적인 개혁안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짚었다. 노무현 정부가 거부했던 ‘비정규직 사용사유제한 제도’와 ‘상시 지속, 생명 안전 업무의 정규직 직접고용원칙’을 수용한 점이 커다란 진전이라고 했다. 또 취임 첫 결재가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설치’라는 점과 연 1800시간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명료히 제시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추진 과정에서의 허술함으로 애초 약속보다 후퇴한 정책들이 많았다. 박용석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공공기관에 대해 상시, 지속업무의 비정규직 사용 제한을 명시한 규정은 바람직하나, 간접고용까지 확대 적용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일자리 위원회의 활동 역시 “대부분 일자리 창출이 중심 의제로 부각됐고, 이를 위한 실천과제들이 대부분 신산업 육성, 창업 지원, 경제 활성화에 따른 ‘낙수효과’에 의존하고 있어, 비정규직 정규직화 및 사용 제한, 근로여건 개선 등 세부 실천 과제는 후 순위로 취급되고 있다”라고도 우려했다.

문제는 잘못된 흐름을 바로 잡을 권한이나 제도가 부재하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장은 “일자리정책 로드맵에서 밝힌 국정과제가 수정되거나 후퇴되는 데 대해 일자리위원회가 이를 심의해 승인하도록 하는 절차가 불명확하고, 입법 절차가 필요한 과제에 대해 이에 대한 별도의 점검, 관리를 할 수 있는 절차가 미흡”하다고 진단했다.

‘비정규직 제로 시대’는 레토릭에 불과

특히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의 경우 모호한 기준으로 절반 이상의 인원이 제외되는 등 지난해부터 갖가지 문제점이 드러났다.

황선웅 부경대 교수(한국비정규노동센터 정책위원장)는 “공공부문 전체 비정규직 41.6만 명 중 절반이 넘는 24만 명(57.9%)이 전환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정규직 전환’이라는 레토릭을 붙일 수 있을까 비판적으로 볼 수 있다”고 문제 제기했다. 황 교수는 “거의 대부분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면서 공공부문 내 임금 격차 축소 효과는 매우 제한적, 소득주도성장 효과도 제한적” 등이라는 한계점 또한 지적했다.

이전 정부보다 진전된 원칙이라고 꼽힌 ‘상시 지속, 생명 안전 업무의 정규직 직접고용원칙’에 대해서도 허점이 드러났다. 황 교수는 “상시지속적 업무의 경우에도 기간제 교사, 강사, 고령자, 운동선수 등의 이유로 전환 대상에서 제외된 수가 14.1만 명에 달한다”라며 “생명, 안전 업무의 정의가 모호해 기관별로 자의적으로 적용되고 있으며 생명, 안전 이외의 업무는 마치 자회사를 설립해도 되는 것처럼 잘못 해석되고 있는 경우도 많다. 병원, 공항, 궤도 등의 모든 업무는 사실상 생명, 안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현 국면의 주도권, 민주노조에 있다?

민주노조운동의 현재 역량에 대한 평가도 엇갈렸다. 노중기 회장은 “현 국면의 주도권이 상당 정도 민주노조운동에 있다”라며 “현재의 개혁국면은 (자본과 노동 사이의) 교환 구도가 아니며 노동 측 요구가 의제가 되는 공세적 국면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봤다. 노 교수는 “민주노조운동은 상대적으로 강한 조직력과 정치적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 내부에 여러 구조적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의 개혁국면들과 비교해 운동적 역량을 갖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여러 개혁적 대선공약과 이후 ‘노동존중사회’ 천명은 모두 민주노조운동이 가진 채권목록이고 (노동계로선)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므로 정치적 사회적 정당성도 매우 크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의 노동정책에 민주노조운동이 개입할 세 가지 전략을 제안했다. △ 비정규직이나 산별교섭 제도 같은 장기적, 정치적 과제들을 전략적 의제로 삼을 것 △ 일상 투쟁과 조직사업을 1차로 배치해 병행하는 ‘사회적 대화’ 전략 △민주노조운동의 내부 혁신 등이다.

반면 정부가 노동시장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 노동조합이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안재원 금속노조 노동연구원장은 “현 정부의 노동개혁이 과연 ‘노동주도의 개혁구도’가 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조선업과 한국지엠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지는 구조조정 문제를 꼬집었다.

지난 4월 23일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는 GM이 통보한 법정관리시한에 쫓겨 희망퇴직과 임금을 비롯해 복리 후생에서 후퇴한 노사 잠정합의안을 받아들여야 했다. 이에 안 연구원장은 “산업은행장은 노사관계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하더니 글로벌GM이 제시한 법정관리 신청 압박 데드라인을 앞두고 한국지엠에 들어와 노사 간 합의를 압박했다. 그뿐 아니라 경제부총리는 미국에서 노사합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사실상 GM의 요구에 끌려다니며 노조를 압박해 합의를 종용한 꼴이 됐다”고 정부 역할을 비판했다.

이어 안 연구원장은 “그동안 한국사회의 국가주도 개혁이 필연적으로 내포한 개혁의 좌절과 이로 인한 대중의 좌절, 이후 노동자계급에 대한 공세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라며 “노무현 정부 2003년 열사 투쟁 정국의 데자뷔가 되어선 정말 곤란하다”고도 했다.

안 연구원장은 또 ‘최저임금, 노동시간 단축 등 단기적 경제 이해에 대해선 보다 유연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전략안에 대해서도 이견을 제시했다. 안 연구원장은 “민주노총은 지난 2월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 개악 일방강행시 노사정대표자회의 참여를 재논의하겠다’고 결정한 바 있는데 민주노총이 단기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이러한 결정을 했다고 봐선 곤란하다”며 “노조 운동의 역사적 흐름으로 보면 근로기준법 문제와 최저임금 문제는 단기적으로 볼 수 없는, 노동계급의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한편 금속노조는 오는 9일부터 광화문 정부청사 앞에서 ‘문재인 정부 노동배제 정책규탄’ 시국농성에 돌입한다. 금속노조는 구조조정 중단을 비롯해 복수노조 창구단일화법 폐지, 삼성과 노동부 게이트와 관련된 책임자 처벌, 노사정교섭 등을 촉구할 예정이다.

이밖에 9일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문재인정부 출범 1년, 약속 불이행 규탄! 민주노총 특수고용노동자 결의대회’가 열릴 예정이고, 12일 서울역 광장에서 ‘문재인정부 1년, 더 이상 기다림은 없다!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노동시간 단축과 인력충원, 사회서비스-공공성 강화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도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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