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더 무거워진 평화운동의 어깨

[워커스 이슈] 한반도 정세 집담회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그만큼 평화를 위해 싸워온 운동사회의 고민도 크다. 《워커스》는 각계 전문가와 운동사회가 현재 한반도 정세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더욱 급진적인 변화를 위한 과제는 무엇인지 5월 21일 그 목소리를 들었다.

사회 | 배성인(한신대, 워커스 자문위원)
패널 | 박홍서(코리아연구원 연구위원), 백철현(전국노동자정치협회), 엄미경(민주노총 부위원장), 장혜경(사회변혁노동자당), 정영섭(사회진보연대)
정리 | 정은희 기자


한반도 정세의 배경

배성인(이하 배) : 우선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을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다.

박홍서(이하 박) 남북 관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왜 이렇게 정세가 급변했는가이다. 작년만해도 북이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날렸는데 몇 달 사이 바뀌었다. 여러 분석이 있지만 사실은 합리적인 전개다. 애초 북한엔 두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하나는 핵을 갖되 계속 대북제제를 받는 것이다. 김정은 정권에게는 경제적 어려움과 인민의 반발을 고려해야 하는 안이다. 후자는 핵과 경제를 바꾸는 것이다. 전자는 이미 약발이 다했고 남은 것은 후자뿐이었다.

장혜경(이하 장) : 미 대륙을 공격할 수 있는 ICBM 기술이 완성됐을 때 노선을 선회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발사 범위만 도달한 상황에서 방향을 틀었다. 북한 입장에서는 북미관계가 핵심이지만 남한 정부를 활용하는 것도 중요했을 것이다. 남한에 자유주의 정권이 들어섰을 때 남북 관계가 개선되는 흐름이 있었다. 문재인이 집권하고 트럼프도 정권 교체 시기와 맞물려 있기 때문에 북한이 빠르게 선제적 비핵화를 얘기하지 않았을까.

정영섭(이하 정) : 북한 내부의 경제 요인을 강조하고 싶다. 2000년대 이후 장마당 경제나 무역 또는 배급체계나 국영기업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자체 조달과 생산을 하면서 비공식 경제, 즉 기존의 배급 외 경제가 커지며 불안정한 동거를 반복해왔다. 또 아래로부터의 요구가 있었을 것이다. 남한에서도 역시 문재인 정부가 신호를 보내고, 미국도 전통적인 주류 정치에서 벗어난 트럼프가 등장하면서, 각국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장혜경(이하 장) : 미국이 처한 딜레마를 함께 봤으면 한다. 미국은 북핵위기를 빌미로 한미일 삼각동맹을 구축하거나 사드 배치 등을 군산복합체의 이해에 따라 밀어붙였는데 이는 북핵을 방치하면서 미국이 원치 않는 핵확산 딜레마를 낳게 했다. 그러나 북핵에 대한 태도 변화와 맞물려 미국은 이제 핵의 비확산에 무게를 두면서도 변화된 정세 속에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자신의 패권을 한반도 전역으로 확장, 유지하려는 듯하다.

박 : 미국의 군산복합체가 GDP에 영향을 많이 끼친다. 그러나 산업이나 금융자본의 입장에선 북한을 개방하는 게 훨씬 이득이다. 안 그래도 이윤율이 떨어지고 있는데 미국에겐 로또가 될 수 있다.

백철현(이하 백) : 그러면 그동안엔 왜 개방시키려 하지 않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 자본 분파 내에도 상이한 측면이 있지만 한반도나 동북아에서 적대 관계를 유지하는 게 미국의 이해에 더 맞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핵 독점 정책이 무너지는 상황이 오니까 사태가 달라진 것이다. 그러나 제국주의의 입장이 본질적으로는 바뀐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저들 내부에서도 여러 혼란이 있을 것이다.

엄미경(이하 엄) : 민주노총은 대중조직으로서 실천투쟁을 중심으로 단결이 중요하다고 본다. 그래서 구동존이의 원칙 속에 단결과 실천적 투쟁의 관점에서 정세를 바라봐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현 정세에서는 무엇보다 남쪽 노동자 민중의 역동적 역량 없이 지금 평화 무드가 만들어질 수 없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누구보다도 노동자들이 주도해왔다고 확신한다. 작년 4월까지 실무협의 당사자로서 북을 만났는데 촛불혁명을 높이 평가했다. 여기서 길을 찾아야 한다.

4.27 남북정상회담의 의의

정 : 이번 판문점 선언의 가장 큰 의의는 전쟁 위기를 평화와 대화 국면으로 전환시켰다는 점이다. 여러 합의도 이뤄졌다. 공동연락사무소 설치, 경협, 철도 연결, 군사 긴장 해소,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비핵화 등 하나하나가 다 의미 있다. 그런데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얘기했듯, 합의를 해도 이행하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 앞으로도 여러 변수와 갈등이 있을 것이다. 노동자 시민의 평화 역량이 강해져야 평화적인 정세를 이끌어나갈 힘이 될 수 있다.

박 : 북한에겐 미국이 가장 중요하다. 역사적으로도 남북관계가 좋을 때 남이 지렛대로 북미를 중재했다. 남북미 3자가 플러스 관계로 갈 때 무언가 나오고 지금이 그런 경우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상상하기도 싫다. 그렇다고 전쟁은 아닐 것이다. 미중 관계는 일종의 카르텔 관계여서 미국은 중국 때문에 북한을 칠 수 없다.

장 : 이번 판문점 선언은 이제까지 남북 정상회담을 종합하면서도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이전에는 종전선언에 국한됐다면 이를 연내로 못 박은 것이나 평화협정도 처음 나온 것이다. 북핵과 관련해 한반도 완전 비핵화로 그 목표를 분명히 한 것이라든지. 현재 할 수 있는 남북한 정부의 최대치까지 뽑았다고 본다. 물론 경협을 어떻게 볼 것인가는 다른 문제다.

뒷짐진 미국과 북의 경고

배 : 오늘(21일) 문재인이 미국으로 갔는데, 트럼프와 만나 할 얘기가 관건이 될 수도 있다.
사실 문재인이 트럼프와 엊그제 전화통화를 했는데 이걸로 확신이 안서니까 만나서 얘기하자는 것이었다. 최근 북한의 태도 변화를 어떻게 봐야 할까?

박 : 북한이 자세를 튼 것은 기본적으로 남한에 대한 불만표출이다. 이 상황에서 북이 남을 압박하면서 문재인이 상당히 난처했을 것이다. 곧 지방선거도 있고 북한도 이걸 알고 있다. 미국에 가서 김정은이 진정성이 있다는 것을 설득하는 것밖에 없지 않겠나.

정 : 군사훈련도 문제였다. 북에서 연례적인 수준은 이해한다고 하지만 남에서는 연합훈련을 그대로 진행했다. 미국의 주류 언론이나 백악관 참모나 사실 북을 여전히 불량 국가라고 보고 있다. 북 입장에서는 내줄 만큼 내주면 동시적 조치를 해야 하는데, 지금 미국의 태도로 봐서는 그렇지 않으니 북이 문제제기를 하는 것 같다. 문재인도 미국에 단계적 비핵화 조치에 따른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얘기하지 않을까. 큰 틀에서의 합의를 이끌어내려 할 것 같다.

백 : 사실 판문점 선언에서 남북은 상호비방이나 육공해에서 더 이상 적대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이에 맞춰 북은 선언합의 사항을 빠르게 이행했다. 심지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조치하겠다고 발표하고 이행 중에 있다. 그런데 문재인은 판문점 선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맥스선더 훈련이라는 적대행위를 했다. 이 훈련은 미국의 일방적 요구로 진행되고 있는데, 핵 전략자산, 핵폭격기 같은 공군 전략 자산들이 어마어마하게 들어와 있다. 문재인은 중재자라고 말하는데, 전쟁동맹인 한미동맹을 우선하니까 자꾸 딜레마나 위선이 나타난다.

장 : 북한의 동결조치와 맞물려 한미연합훈련 중단이 합리적 조치인데, 남북 간에 쌍중단 합의의 가닥이 안 잡힌 것 같다. 미국에 대한 북한의 항의멘트를 보았을 때 언론 보도와는 달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2차 방북 때 밑그림이 제대로 나오지 않은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 북한의 태도는 남한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우리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면 북미회담도 안 된다고 하지 않는가. 북의 태도가 단순히 볼턴에 대한 견제용만은 아닌 것 같다. 문재인 정부도 한미동맹의 편에 있기도 하지만 판문점 선언 이후 굉장히 안이하게 판단한 것도 있다.

엄 : 한미동맹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북은 남의 한계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미동맹이라는 것이 오래된 문제이고 남아 있는 과제인데, 민족자주의 입장에서 남의 입장과 태도를 지켜볼 것이라고 본다. 당장 8월에 한미연합 을지훈련이 있는데, 남쪽의 조치가 필요하다.

배 : 한반도 운전자론하는데, 문재인 정부가 할 게 별로 없다. 김정은의 통 큰 결단에 액면 그대로 문재인이 올라탄 것이다. 그러면 청와대가 더 신중하게 접근하고 확고히 했어야 한다. 너무 가벼웠다. 맥스선더 훈련도 굳이 할 필요가 없었던 걸 하면서 생긴 문제다. 4.27 선언 이후 이에 대한 입장이 안 나왔다. 너무 들떠서 시베리아를 관통한다는 이런 얘기만 하고 있다.

정 : 방어나 연례 훈련이라고 하더라도 적대적 성격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 8월 을지훈련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문제다. 정부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고 하는데, 축소하거나 중단하지 않으면 계속 갈등이 발생할 것 같다.

박 : 북의 태도 변화를 즉자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 북한은 목표 달성을 했다. 트럼프가 바로 우리는 리비아식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한미연합훈련은 물론 대단히 큰 실수이다. 그러나 북한은 이를 넘어 미국의 반응들을 계산하고 있지 않을까. 한반도 비핵화는 정 한반도 비핵화는 북핵뿐 아니라 남한에 제공되는 미국의 핵우산제거, 핵전략자산이 전개되지 않아야 하고 그 일환인 사드도 철거돼야 하는 문제다.

장 : 반핵의 관점에서 한반도의 핵은 북이든 남이든 미국의 핵이든 안 된다. 북의 핵 폐기만이 아니라 미국의 핵우산, 전략자산 전개 중단 등을 위해 운동진영이 적극 나서야 한다.

백 : 지배계급이 계급지배를 관철하는 방식을 보면 사태를 전개시키는 데 언어, 기조, 행동을 자신들의 방식대로 선점하려고 한다. 실제로는 ‘북핵 문제’도 미제국주의의 핵독점전략이고 북 말살정책이라고 본다. ‘비핵화’의 문제도 마찬가지다. ‘비핵화’ 보다 한국전쟁을 전후로 북에 대한 미 제국주의의 정치·군사·경제적 고립 정책, 말살 책동이 우선적 문제다. 그것을 척결하지 않는 한 한반도에서 완전한 평화는 있을 수 없다. 판문점 선언도 그 자체로는 의의가 있지만, 그 세세한 항목을 보면 “민족자주의 원칙”을 선언했지만 미군이 존재하는 한 그 원칙은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고, “각계각층의 다방면적인 협력과 교류 왕래와 접촉을 활성화” 역시도 국가보안법과 배치되고 “시간가족 상봉 등 인도적 교류 사업” 역시 국가권력의 천인공노할 유인납치 문제가 있는 한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는 문제다. 노동자 민중이 판문점 선언의 걸림돌을 제거해 나가야 한다.

박 : 미국이 모든 나라의 핵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이스라엘 모델처럼. 신냉전이 강화되면서 미국은 파키스탄의 핵을 용인하기도 했다.

배 : 등가성의 원칙에 입각하면 CVID는 불가능하고,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를 위해 문서에서 단계적으로 명시는 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이 선제적 조치를 취하면서 그에 맞춰 미국도 상응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본다. 미국이 CVID를 내걸고 있지만 불가능한 것도 알고 있기 때문에 고집할 것인지 아니면 단계적으로 갈 것인지 결정을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라고 보인다.

정 : 체제 보장은 해주겠다는 큰 틀에서 합의가 돼야 할 것 같다. 합의 이후 과정에서 이행을 놓고도 갈등이 생길 수 있다. 평화운동이 압박을 지속해야 한다. 배 지금까지 전개된 것을 보면 북한이 미국을 믿을 수 있는 여지는 별로 없다. 북한에 믿음을 줄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한데 아직 거기까지는 못 간 것 같다. 과거 먼저 약속 어긴 것은 미국이었다. 또 이를 반복할 수 있기 때문에 확실한 보장체계가 필요하다.

박 : 국교정상화까지 가야 할 것이다. 단계적 조치를 많이 얘기하는데, 그러면 다시 원점으로 갈 수 있다. 그래서 일괄타결밖에 없다.

장 : 일괄타결 동의하는데 그 안에서도 압축적인 단계적 조치가 있어야 하지 않는가. 언론을 보면 올 2월에 북미 간 물밑 교섭이 있었고 평양과 미국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기로 했다는 기사도 있었는데, 얼마나 나아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

그 다음의 문제

배 : 실제로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비핵화와 평화협정이 큰 틀에서는 나와야 할 것이다. 사실 그 다음이 문제이다. 운동사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정 : 올 초 여러 단체들과 함께 평화촛불위원회 활동을 시작했다. 남북정상회담 전에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을 요구했는데 6월 9일 2차 대회를 진행할 예정이다. 북미정상회담에서 꼭 담아야 할 내용이나 평화군축까지 얘기하고자 하는데, 어쨌든 돌이킬 수 없는 평화를 한반도에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고 했을 때 군비 축소 문제나 군사동맹과 주한미군 문제를 다루지 않을 수 없다. 또 다른 하나는 경협이라는 게 북에 자본이 진출하는 것인데 남쪽에서는 장밋빛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자본 진출에 따른 문제를 제기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그저 북의 풍부한 자원과 노동력과 남의 자본이 결합돼 서로에게 ‘윈윈’이라는 주류 담론이 아니라, 남북 노동자 민중 모두의 권리를 전진시킬 수 있는 과제가 무엇인지 고민이다.

장 : 동의한다. 추가하면 미국의 핵우산 및 핵전력자산 전개를 포함한 한반도 완전비핵화가 우리의 요구여야 하고,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기반으로 동북아비핵지대로 확장해야 한다. 그리고 남북, 북미 관계가 진전되면 53년 정전 체제가 종식되는 것인데, 자유한국당 같은 극우 보수가 축소되는 등 남한 내 정치 지형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국가보안법을 완전히 철폐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보법은 실제적으로 노동자민중을 탄압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북한 당국에 통제되지 않는 자주교류를 전면화해야 한다. 그런데 남북 교류 중 경협은 한반도 평화에 일정하게 기여하더라도 노동의 관점에서 보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 지금의 정세 변화를 가장 환영할 세력은 남한의 자본가들이다. 이미 김대중 정부 시절 남북공동선언을 했을 때도 IMF 직후 남한자본의 축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6.15 선언이 이뤄졌다. 변화된 정세는 남한 자본에게 현재 축적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기회이다. 미국 얘기를 하셨지만 남한 자본도 마찬가지이다. 남한 내 노동자 입장에서 보면 고용이 창출되는 것도 있겠지만 그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동남아로 자본을 이전했듯, 노동집약적 산업은 북으로 갈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북한 노동자가 남한에서 일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남한 노동자 입장에서는 실업 위기가 심화될 수 있다. 현재 이주노동자와 정주노동자 간에 갈등이 심각하듯 남북 간 노동자 간에 연대가 파괴되고 경쟁하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그래서 남북 노동자가 생존경쟁에 몰리는 문제에 대해 민중진영의 대안이 필요하다. 그래서 판문점 선언을 보면서 민족경제공동체가 건설된다는 데에 운동사회가 환영 일색의 입장을 내는 데 문제의식이 있다. 앞으로는 민족공조라는 개념으로 현 정세를 돌파해 나가기 힘들며, 남북관계에서도 노동의 관점이 중요해졌다. 이미 자유주의 세력도 통일을 바라고 있다.

배 : 민주노총이 어떻게 할 것인가가 중요해 보인다.

엄 : 한반도 비핵화를 반대하지는 않는데, 문제의 본질은 북핵을 야기했던 미 제국주의의 본성에 있다. 이를 통해 한미동맹을 강화시켰다. 노동운동은 미 제국주의의 가장 큰 피해자이기도 하고 그래서 이에 대한 반대운동이 중요한데 가장 실천적인 노동운동이 북핵 아젠다를 놓고 논쟁하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그리고 앞으로 미 제국주의에 종속돼왔던 70년 역사를 정리해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한미동맹을 주권국가로서 전환하기 위한 투쟁, 즉 주한미군 철수 투쟁이 중요하다고 본다. 나는 주한미군 철수가 어느 순간 진보진영 아젠다에서 빠진 문제에 대해 대단히 우려한다. 그리고 북이 주한미군을 허용했다고 하는데 그것도 말이 안 된다. 이것은 분명 남쪽 노동계급이 투쟁해내야 하는 과제이다. 그 대목에서 지역의 사드처럼 전국적으로 투쟁 동력을 만들어내는 활동이 중요하다. 국가보안법 완전 철폐에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렇지 않다면 자주 교류가 불가능하다. 그 외에 북이 사회주의 경제강국이 되겠다고
하는데 쉬운 과제가 아니라고 본다. 그 과정에서 남쪽의 노동자역량이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장 : 지금 남한 정부는 한미동맹 폐기도 주한미군 철수도 하지 않는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문정인 특보도 주한미군 철수할 수 있다고 하고 미국의 핵우산이나 핵 전개도 반대하는 흐름이 있다. 자유주의 세력 좌측은 이미 이를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노동 문제는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북한이 북미 관계에서 얻고자 하는 것은 대외 투자를 유치하는 것이다. 그것은 전면적이지 않더라도 자본주의적 요소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 정세는 전반적으로 자유주의, 자본주의 세력이 주도하는 판이 됐다는 것이다.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의 상 등을 노동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게 필요하다.

백 : 역사적 관점에서는 노동자계급이 새로운 국면을 열 수 있는 상황이 등장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제국주의가 존재하는 한 대결과 전쟁책동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남북 지배계급에 맞서 남북 노동자계급이 연대해서 싸워야 한다고 하는데, 북은 봉쇄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계급문제가 해결됐다고 본다. 남쪽에서는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제국주의가 또 어떤 행태를 보일지 모르기 때문에 열려진 국면에서 치고 나가 국가보안법 철폐나 미군철수를 통해 노동계급이 해방의 지렛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박 : 북은 미국 때문에 핵을 만든다고 하지만 결국 패권국인 미국에 대한 인정투쟁이라는 측면도 있다. 그만큼 미국이라는 헤게모니를 내면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반도 남쪽은 미국을 추종하고 북쪽은 미국의 인정을 받으려 한다. 남북한 권력뿐만 아니라 ‘피플’ 역시 우리안의 미국 헤게모니를 반성해 봐야 한다. 백 지배계급은 그동안 북한 붕괴론에서 이제는 개혁개방론에 경도돼 있다. 베트남식, 중국식 개혁개방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 주관적 바람이다. 운동진영도 상당부분 그런 우려를 말한다. 약간 과하게 표현하면, 오지랖이 넓다고 본다. 북으로서는 소련이 해체된 후에도 미 제국주의에 맞서 생존해왔다. 1992년 ‘사회주의 위업을 옹호하고 전진시키자’는 평양선언에서 보듯 자신들만의 자주적 입장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 ‘개혁개방’을 어느 수준에서 할지 여부는 북이 알아서 해야 할 문제이다. 문제는 이런 대화국면 속에서 남쪽 노동자민중이 열려진 국면을 어떻게 돌파하면서 갈 것인가이다. 종북몰이라는 지배계급의 반동적 사상에 맞서 싸우고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생각을 갖고 국가보안법 철폐, 미군철수, 미제국주의 전쟁 무기 수입 중단과 민중 복지의 전면화를 위해 싸워야 할 때이다.

장 : 오지랖이 아니다. 북 체제를 사회주의로 보든 아니든 사회주의권이 패배한 상황에서 북한 체제가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된 것이다. 남북한에서 다양한 교류가 활성화된다고 가정한다면, 북뿐 아니라 남한 노동자에게도 북한의 변화 문제는 현실적 문제로 제기된다. 그런 면에서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평화협정과 북미수교까지 가길 바라는데, 근본적으로는 자본주의 세계체제가 존재하는 한 항구적인 평화라는 말은 불가능하다. 이에 반전, 평화를 위해 노동자민중이 어떻게 자기 역량을 구축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본다. 남북 관계가 개선돼도 중국 포위 전략을 중심으로 한미동맹이 재편될 수 있기 때문에 이의 폐기 투쟁을 중심으로 반제 투쟁도 계속해야 한다.[워커스 4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