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조작 없는 뉴스, 사용자 착취 없는 포털을 찾습니다

[워커스] 기술문화비평

남과 북의 지도자들이 평화와 번영을 약속하며 양손을 마주잡고 군사분계선 위로 함께 발을 내딛었다. 이 기념비적 사건이 판문점에서 일어나고 있을 당시에도 국내 정치는 분열과 불화의 정념에 휩싸여 있었다. 소위 드루킹이라는 인물을 둘러싸고 국회의 정쟁이 심화되더니 결국 특검에서 수사하자는 합의에 도달했다. 이 사건은 자신의 온라인 조직에 기반한 드루킹이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의 지지자를 자처하며 그에게 유리한 댓글 공작을 하다가 대선 후 자신의 청탁이 거절되자 이번에는 문 대통령에 불리한 댓글을 달아 여론을 호도하려던 것이다. 그가 정치 브로커로서 자신의 입지를 활용해 어떻게 정치권에 접근했으며 어떤 불법적인 일들을 저질렀는지는 이제 법정에서 분명히 밝혀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과 관련해 그와 같은 정치 브로커가 어떻게 온라인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키워왔고, 어떻게 오프라인 현실정치에서 그 영향력을 행사하는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포장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애초에 왜 특정한 인물이 여러 온라인 회원들을 대표하면서 사이버 정치 브로커로 성장해 나갈 수 있었는지, 그러한 정치 브로커로서의 능력을 실증하기 위해 왜 포털사이트 뉴스에 대규모로 조작된 댓글을 달게 됐는지를 눈여겨 봐야 한다. 이를 위해 이번 사건에서 어찌 보면 피해자라 주장할 수도 있을 포털사이트 ‘네이버’가 불려 나와 댓글 조작 배경에 대해 해명하고 재발 방지 방안들을 내놓고 있는 이유를 생각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네이버는 언론사인가 통신사인가 하는 질문은 이런 종류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제기됐다. 네이버가 왜 뉴스를 제공하고 있을까? 왜 뉴스를 언론사 사이트가 아니라 네이버 포털 안에서 보게 됐을까? 뉴스만이 아니라 왜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포털사이트가 지금의 형태로 존재하는 것일까? 지금의 포털사이트의 모습은 인터넷 개발 초기 시절에 다양한 종류의 서비스를 한데 모아 제공하던 어떤 관습에서 기인한다. 커다란 건물의 웅장한 입구를 의미하는 포털(portal)로서, 그곳을 통해 일단 안으로 들어서면 건물 내의 모든 곳으로 통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구글이나 야후 등의 서비스들과 마찬가지로 네이버는 애초 검색 사이트로서의 기능에 더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그 덩치를 키웠다. 메일, 카페, 블로그와 같은 기본적인 웹 도구들을 포함해 지식iN, 지도, 쇼핑, Pay(페이), 부동산에서부터 책, 웹툰, 뉴스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을 통해 사용가능한 모든 종류의 서비스가 네이버에 결합됐다. 왜 이렇게 다양한 서비스를 우리는 굳이 네이버에서 사용하게 된 것일까? 어쩌면 거기에 이 사태에 대한 비밀이 있을 것이다.

예컨대 대다수의 한국인은 뉴스를 네이버 뉴스에서 확인한다. 네이버가 자체 알고리즘에 의해 뉴스 기사들을 배치해두면 독자/사용자들은 여러 언론사 홈페이지를 방문하는 수고를 하지 않고도 그 자리에서 다양한 뉴스를 볼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인링크 방식이다. 편리한 서비스는 많은 수의 사용자들을 끌어들이게 되고 네이버는 자연스럽게 온라인 트래픽을 독점하는 대표적인 포털서비스가 되었다. 뉴스를 보려는 사람들도, 궁금한 것의 답을 찾는 사람들도, 쇼핑을 하거나 전세방을 찾는 사람들도 누구나 네이버로 몰리게 됐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뉴스와 답변, 상품과 매물을 네이버에 올려 뒀기 때문이다. 어떤 쪽이 먼저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결과적으로 그곳에 가면 무엇에 관한 것이든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믿게 됐다. 네트워크 효과다. 네이버는 포털로 모여드는 사람들이 구성하는 이 막대한 네트워크와 상호작용을 나름의 수익모델에 따라 활용하고 그 규모가 더 커지도록 늘 애쓴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은 네이버로 하여금 점점 더 중개인의 역할에 집중하도록 만든다.



드루킹이 정치 브로커라면 네이버는 정보 브로커

다양한 종류의 서비스를 한데 모아두는 종합 플랫폼으로서 네이버는 많은 사용자와 트래픽의 유입을 위해서는 양질의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안다. 따라서 뉴스도 부동산도 웹툰도 더 많은 사용자의 트래픽을 만들어 내기 위해 포털의 내부에 존재한다. 하지만 네이버는 뉴스를 포함한 여러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회사 바깥의 계약상 위임된 생산자를 포털 내부에 위치시킨다. 양질의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용자들이 포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더 높은 트래픽을 만들며 더 많은 클릭을 하도록 유도한다. 이런 방식이 고착된 상황에서 언론사도 자신들의 웹사이트에서보다 네이버에서 뉴스의 조회수가 훨씬 많기에 어쩔 수 없이 네이버 인링크 방식을 따른다. 또한 네이버는 뉴스의 댓글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거나 비공감할수록 특정 뉴스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더 많은 사용자 트래픽을 유발한다. 그 과정에서 사용자 데이터와 트래픽은 곧 네이버 광고 효과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네이버 광고료를 높이는 효과를 낸다.

드루킹과 같은 정치 브로커가 자신의 회원 수를 가지고 정치인들에게 접근을 했다면 네이버는 포털의 사용자수와 클릭수를 가지고 무언가를 알고자 하는 사람들과 알리고자 하는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드루킹이 댓글을 대량으로 조작함으로써 자신의 여론 형성 능력, 정치적 영향력을 거짓으로 만들어 냈다면, 네이버는 그러한 댓글을 특정한 방식으로 쓸 수 있게 하고 그것에 이용자들이 감정적으로 반응하거나 주목하도록 하면서 자신의 상업적 영향력을 확대한다. 드루킹이 정치 브로커라면 네이버는 정보 브로커인 것이다. 좋은 서비스는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면 할수록 더 좋은 서비스로 변모해가야 하겠지만, 좋지 않은 서비스는 더 많은 사람들의 오용을 부추김으로써 더욱 불필요한 서비스가 돼간다. 인링크냐 아웃링크냐, 뉴스에 댓글이 필요하냐 아니냐의 문제들은 어쩌면 부차적이다. 드루킹이든 네이버든, 우리에게는 우리를 자신의 목적을 위해 사용하지 않고 상품으로 만들지 않는 브로커가 필요하다.(워커스43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