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복지관, 인권위가 부른 인권침해 쓰나미

인권위 진정 기각이 소송 남발, 산재불승인으로

국가인권위원회가 부천 원종사회복지관 사건에 면죄부를 주면서 인권침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출처: 손배가압류를잡자손에손을잡고(손잡고)]

앞서 원종복지관 인권침해 사건은 성차별 발언으로 시작됐다. 2015년 4월 원종복지관 김 모 부장은 사회복지사 조 모 씨가 임신한 사실을 알고 “가임기 여성은 다 잘라야 한다”, “돈이 없어 직원도 자를 판인데 너 (육아휴직) 들어가도 사람 안 뽑을 거니까 알아서 하라”고 말했다. 피해자 조 씨는 김 부장에게 사과를 요구했는데, 원종복지관 임원들은 그해 6월 전체회의에서 ‘무너져버린 부장의 위신’, ‘임산부도 가해자’, ‘10년 조직문화를 무너뜨렸다’는 비방 섞인 답변을 했다. 조 씨는 이 일로 우울장애를 겪고 일터에서 쓰러지기도 했다. 조 씨를 도운 동료, 시민에게는 계약해지 통보, 소송이 잇따랐다.

문제는 인권위원회가 이 사건에 ‘기각’ 결정을 내리며 더욱 불거졌다. 부천원종복지관대책위원회에 따르면 2016년 5월 인권위는 ‘가해자가 시말서를 쓰고 사과했다. 별다른 구제조치가 필요 없다. 이은주(피해자를 도운 동료) 계약해지는 계약만료로 인한 것’이라며 사건을 기각했다. 당시 가해자는 피해자가 요구한 사과와 약속이 담긴 문서를 주지 않았다. 복지관은 관련된 내용이 담긴 전체회의록으로으로 이를 대체했다.

인권위의 기각 결정은 산업재해 신청, 민형사상 소송, 고용노동부, 지자체까지 영향을 미쳤다. 조 씨는 지난해 6월 우울장애, 업무장애로 산재를 신청했다. 원종복지관은 ‘김 부장의 발언은 부적절한 발언일 뿐 사과하고 사건은 끝났다. 조 씨의 우울장애와 적응장애는 산후 우울증 및 기타 개인적 정신질환에 의한 것’이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산재 신청은 지난 2월 불승인 처리됐다. 이후 원종복지관은 피해자에게 ‘산재불승인 됐으니 더 이상 동료들과 지역주민에게 피해 주지 말고 복귀하라. 복귀하지 않으면 징계 절차에 들어가겠다’는 내용증명과 문자를 지속적으로 보내고 있다고 대책위는 전했다.

또한 인권위 결정은 향후 민형사상 소송에서 불리한 영향을 미쳤다. 인권위 기각 결정 이후 홍갑표 당시 원종복지관 관장은 ‘인권위 결정을 수용하고 소모적인 투쟁을 중단하라’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홍갑표 씨는 피해자를 지지하던 시민들에게 소송을 제기했는데, 7건은 무혐의, 1건은 선고유예 처분을 받았다. 인권위 기각 결정 후 홍 씨는 서울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했고, 2017년 1월 2건이 인용됐다. 지금까지 홍갑표를 비롯한 복지관 구성원이 연대자들에게 청구한 손해배상 액수는 4천5백만 원. 민사소송 건수는 5건에 달한다.

고용노동부 부천지청도 인권위 기각 결정을 근거로 조치할 수 있는 구제책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천시 또한 2017년 인권침해를 부른 석왕사룸비니의 원종복지관 재위탁을 결정했다. 부천시장은 지난해 8월 대책위와의 면담에서 원종 사건 해결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부천 시민들은 부천시장에게 사건 해결을 촉구하기 위해 ‘시민 릴레이 항의 글쓰기’ 캠페인을 벌여왔다.

“권력자들의 입막음 소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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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원종복지관 노동인권 침해, 해결방법은 없는가’ 토론회에서 명숙 국가인권위제자리찾기공동행동 집행위원은 인권위의 기각 결정이 인권침해의 악순환을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명숙 집행위원은 “인권위는 원종복지관 사건에 대해 ‘공식사과나 조치가 다소 미흡했다’면서도 ‘별도의 구제조치는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모순된 주장을 폈다”며 “사용자는 인권위의 기각을 왜곡하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고, 법원은 명예훼손을 인정했다. 인권위가 제 역할을 못 할 경우 이렇듯 (가해자가) 피해자를 괴롭히는 소송에 근거로 활용한다. 피해자는 육아휴직 후 심각한 우울증을 겪었는데, 인권위가 조사만 꾸준하게 했어도 복지관의 보복조치를 알 수 있었다. 또한 인권위는 이 같은 결정으로 ‘가임기 여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 면죄부를 줬다”고 밝혔다. 복지관은 육아휴직에서 복귀한 피해자를 가해자와 같은 공간으로 배치, 피해자가 포함된 전체회의에서 조력자와 연대자를 비난하고 고소‧고발 계획을 공개 논의한 바 있다.

이어 김세희 민주노총법률원 변호사는 “원종복지관이 피해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여러 소송은 ‘입막음 소송’의 일환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원종복지관은 피해자들이 자신의 피해를 공론화하기 위해 표현한 기자회견, 1인 시위, SNS를 문제 삼아 명예훼손 및 모욕죄로 고소하기 시작했다. 이와 더불어 모욕에 따른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잇따랐다”며 “인권침해로 피해를 호소하던 자는 피의자(피고인)이 됐고, 스스로 행위의 정당성을 방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는 ‘전략적 봉쇄 소송’으로서 권력이나 자본이 비판적 목소리를 차단, 억제, 위축시키기 위해 소송을 남발한 행위”라고 설명했다.

이은주 원종복지관 비정규직 계약해지 당사자는 “사태의 본질은 성차별, 노동 인권 침해를 묵인하는 조직문화에 있다”며 “나는 임산부에 대한 차별과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명백히 ‘성차별’과 ‘인권침해’로 인식해 피해자를 적극 지지했다. 일각에서는 비정규직인 나를 두고 계약을 연장하려 성차별 사건을 이용했다는 식의 주장을 했다. 피해를 중첩시키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계약해지한 원종복지관의 조직문화는 ‘괴물’과 같다”고 전했다.

한편, 원종복지관은 19일 <참세상>과의 통화에서 “(성차별 발언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사과와 휴가, 치료 등 요구조건을 모두 들어줬다”며 “그런데도 대책위를 구성해 매일 1인 시위를 하는 건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토론회, 피켓시위, SNS로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에 명예훼손 등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