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교사들에겐 상당한 위기”

[전교조 위원장 인터뷰]“지지율 정치 그만…법외노조 철회해야”



40도를 웃도는 청와대 앞 아스팔트 도로. 조창익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은 이곳에서 법외노조 철회를 요구하며 11일째 단식 중이다. 청와대 앞에서 수차례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었다. 그런데도 문재인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한때 법외노조 철회를 대선 공약 상위에 내걸었던 문 대통령. 하지만 1년이 넘도록 공약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참세상>이 26일 전교조 농성장에서 조창익 위원장을 만났다.

단식 11일 차다. 기록적인 폭염에 건강이 걱정이다.

날씨 탓에 소금기가 빨리 빠진다. 기력이 많이 없다. 지난 겨울 단식 이후 몸을 제대로 회복하지 못해 더욱 힘들다. 지난 단식은 28일을 했다. 회복하지 못하고 6개월 만에 다시 단식에 나서니 힘겹다. 그런데도 단식을 포기할 수 없는 건 대통령이 법외노조 철회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소위 ‘촛불 정부’ 에서 이런 강도 높은 투쟁을 예상했나?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지난해 5월 새 정부가 들어서고 빠르면 상반기, 늦으면 하반기에 해결될 것으로 봤다.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개혁 10대 과제’에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를 상위에 내걸었다. 박근혜 정권 퇴진 촛불 운동의 결과였다. 다행이라 생각했고 새 정부에서 받아들여질 거라 예상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약속을 저버렸다. 너무 아쉽다.

청와대의 법외노조 직권취소 불가 입장만 재차 확인하고 있다. 전교조의 연가투쟁에도 강경해지는 청와대 입장을 어떻게 판단하나?

정부는 안정적 국정 운영 방식을 택했다. 청와대는 전교조 문제를 입법부와 사법부에 의존하고 떠넘겼다. 행정부가 마땅히 져야 할 부담을 최소화한 셈이다. 행정부의 직권취소는 너무 당연한 조치인데, 이를 거부한 것은 국정운영에서 전교조를 배제하는 동시에 교육 개혁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만약 정권이 교육 개혁에 힘을 썼다면 전교조를 비롯한 교육 주체들의 개혁 동력을 회복하는 것부터 시작했을 것이다. 정권의 국정 철학에서 교육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다. 교육 부문이 ‘패싱’ 당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법외노조 관련 논의를 여러 차례 이어왔다. 정부 입장은 어떻게 변화해 왔나?

지금 생각해보면 정부 입장에 큰 변화는 없었다. 정부 초기 법외노조 논의를 대법 판결 뒤로 미루겠다는 이낙연 국무총리 발언은 지금도 유효하다. 한때 김상곤 교육부 장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교조를 만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했지만, 발언은 사라진 지 오래다. 특히 노동부 장관은 지난해 말 약속된 전교조와의 만남 직전 해법이 없다며 약속을 파기한 적도 있다. 홍영표는 지난해 3월 우리에게 새 정부가 들어서면 행정처분으로 원상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가 노조법 9조 2항을 통해 전교조에 법외노조를 통보했는데, 이 조항에 위헌 소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최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직권취소 불가론이 나왔다. 집권 여당과 청와대, 전체 권력 내부를 보면 대립된 견해가 공존한다. 집권 세력이 이를 하나로 모아가는 과정에서 직권취소는 어렵다고 나는 판단하지만, 변수 또한 있다. 고용노동행정개혁위원회가 27일 노조법 9조 2항의 위헌 요소 폐지 권고를 내릴 가능성이 높다. 개혁위 활동 시한인 오는 31일엔 보고서를 채택해야 한다. 권고안이 제출되면 행정부는 마땅히 시정조치를 내려야 한다.

노조법 9조 2항의 위헌적 요소는 무엇인가?

과거 법률에 ‘노조해산권’이 있었다. 노조의 자주적 권한을 지나치게 침해하고, 정부가 노조에 과도한 권한을 행사한 조항이다. 1987년 6월 민중항쟁, 10월 노동자대투쟁으로 여야가 이를 삭제했다. 그런데 노태우 정권이 들어서고 1988년 4월 임시국회는 노조법 시행령 9조 2항에 시행령을 삽입했다. 이 시행령은 노조 설립 요건을 만들어 ‘노조 아님’을 통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조항은 이후 30년 동안 적용된 적이 없다. 그러다 박근혜가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에 설립 조건 불비를 이유로 들며 노조를 뭉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정부의 잘못된 시행령을 삭제하고 수정함으로써 역사와 촛불 광장에서 확인된 뜻을 따라야 한다.



노동부가 지난 6월 직권취소에 대한 법률검토 뜻을 밝혔다. 진행 상황은 어떠한가. 또 청와대의 ‘직권취소 불가’ 브리핑에 무산될 지점은 없는가?

들리는 바에 의하면, 현재 법률검토 의뢰는 마쳤다고 한다. 7월 말, 8월 초 정도에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청와대다. 노동부도 두 손 들고 청와대 처분만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다. 매우 협소한 정치다. 앞서 김의겸 대변인은 사실 오류에 기초한 브리핑을 했다. 대법원 판결이 나온 상황이라 직권취소가 불가하다고 말한 뒤 수정했다.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 소송은 대법원 계류 중이다.) 브리핑을 수정한 건 대변인 역사의 치욕이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비판이 있었다고 들었다. 청와대가 전향된 자세를 가지지 않는다면 큰 난관에 봉착할 것이다.

지난 25일 양승태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기각됐다. 사법농단에 대한 최근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양승태 사법농단에 대한 불철저한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땜질 처방’으로 위기를 넘어가려는 건 용납 못 한다. 철저하지 못한 접근은 새로운 사법 적폐를 낳는다. 사법농단 세력은 아직도 건재하다. 이들은 사법계 내 수구세력이라 생각한다. 입법부와 행정부는 선출직이지만, 사법부는 임명제다. 고시에 합격하고 수십 년 동안 자리만 차지하는 체계다. 견제와 비판 장치가 없다. 수십 년 간 쌓인 적폐를 스스로 자정할 능력을 갖추지 못한 것이다. 정권 차원에서 사법 적폐를 청산하지 않으면 이후 세대에서도 사법 질서는 왜곡된다. 대통령은 절박함을 안고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KTX해고승무원대책위원회는 사법농단이 터지고 나서야 사용자의 입장이 돌변했다고 말했다. 전교조 또한 사법농단의 같은 피해자인데, 상황은 반대다. 타 피해자와 다르게 봐야 할 지점이 있나?

법률가들은 명확한 재판거래 사례가 3~4개 정도라고 말한다. 이중 ‘대외비’ 문건이 드러난 게 전교조다. 보고서에 전교조는 독자 ‘챕터’로 거론됐다. (보고서는 ‘대법원의 최대 현안인 상고법원 입법 추진, 이에 대해 청와대를 비롯한 각계의 협조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효력을 살리는 결정이 ‘윈-윈의 결과가 될 것’이라고 적시했다.) 사법거래에 대한 정황이 포착되는 수준이 아닌 명백한 ‘증거’로 남았다. 김기춘의 ‘긴 프로세스’ 끝에 얻은 실체적 진실이 드러난 셈이다. 전교조 투쟁이 얻어낸 성과라고도 할 수 있다.

대규모 연가투쟁을 두 번이나 벌였다. 이에 참여한 조합원도 2천 명에 달한다. 현장 조합원 분위기는 어떠한가.

교사들에게 문재인 정부는 상당한 위기다. 지난해 말 연가투쟁보다 지난 7월 6일 연가투쟁에서 더 큰 분노가 표출됐다. 지난해는 조금 기다려보자는 분위기였다. 반면 지금은 정부를 조심스럽게 대해야 한다는 의견조차 없다. 법외노조를 철회할 모든 조건이 갖춰졌는데, 정부가 실행하지 않는 건 분명한 잘못이라는 뜻이다. 호남, 영남 가릴 것 없는 분위기다. 문재인의 국정 지지율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지금이라도 법외노조 철회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한 몰락 속도는 빨라질 것이다.

향후 대책은?

단식 농성을 이어갈 것이다. 단식은 투쟁에 대한 진실성을 보이고 정부에 촉구하는 의미가 있다. 동시에 국민에게 호소하고 시민과 함께 투쟁을 조직할 계획이다. 교육 주체의 분노와 염원을 정부에 전달하겠다. 민주노총의 하반기 총력투쟁에도 밀도 있는 토론을 통해 투쟁을 이어가겠다. 전교조 조합원들의 요구는 크지 않다. 참교육, 참세상을 원하는 작은 소망을 향해 열심히 걸어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