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농성하는 이집트 난민의 눈물...“한국정부는 법을 지키라”

시민사회단체들 긴급 기자회견...“정부는 난민들의 절규에 응답하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30대 청년 두 명이 밥을 굶고 있다. 이집트에서 피난 온 이들은 난민신청자이다. 아나스 씨는 십사일을, 압둘라흐만 자이드 씨는 십이일의 끼니를 참았다. 아스팔트가 녹는 더위가 가고 쏟아지던 폭우도 지나갔지만 한국사회는 꿈쩍이지도 않는다. 한국정부는 1차 난민 심사에서 이들을 거부했다. 이들은 바로 이의신청을 했지만 한국정부가 자신을 거부한 이유도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도 모른 채 3개월 마다 비자를 연장하며 2년을 보냈다. 이들은 한국 정부에게 ‘가짜난민’ 운운하는 혐오세력에 기대지 말고 난민 보호를 위한 국내법과 국제협약을 지키라고 호소하고 있다.

30일 오전 청와대 인근 효자치안센터 앞에서 이집트 난민신청자들과 연대해 한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함께 정부에 호소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들은 난민과 함께 목소리를 높이다가 결국에는 서로 부둥켜안고 서러운 눈물을 쏟았다.



김영아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 대표는 “촛불을 통해 민주주의의 변화를 겪으며 난민과 함께 하는 민주주의를 상상했다. 그런데 제주 예멘 난민에 대해 구호의 손길은커녕 혐오를 조장하며 난민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나 부끄러웠다. 그런데 정부는 일부가 조장하는 공포와 불안에 기대어 난민법을 후퇴시키는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지금은 인도주의적 호소도 통하지 않고 있다. 혐오를 조장하는 세력은 난민보다 국민이 먼저라고 한다. 그런데 무엇으로부터 먼저인가? 정부는 난민을 먼저 보호한 적이 없다. 왜 우리 사회의 문제를 난민에게 화풀이 하는가. 우리는 난민에게 권력자이자 갑이다. 혐오의 칼의 들이대는 행위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초라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운동국장은 “이집트에선 빵을 군대에서 지급할 정도로 군부의 독재가 심각하고, 이집트 전체 경제의 60%가량을 군부가 통제할 정도이다. 난민들은 빵과 자유를 위해 시위를 하다가 정부의 박해를 피해, 생존을 위해 한국에 온 것이다. 이집트 민중이 이곳으로 와 단식을 하는지 우리는 알아야 한다. 살기 위해서는 호소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계 시민으로서, 보편적인 시민으로서 우리가 연대하고 함께 생존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난민들도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압둘라흐만 자이드 씨는 “이집트 정부의 탄압을 피해 난민이 됐다. 그런데 한국 정부에 보호를 요구하기 위해 단식을 하고 있다. 밥을 굶어서 며칠 전 보다 훨씬 힘이 없다. 우리는 한국의 국내법과 국제협약에 따라 우리를 지켜주기를 바란다. 정치적 이유로 법을 바꿔야 한다면 절차에 따라 바꿔야 할 것이다. 그러나 혐오와 차별로 법을 어겨서는 안 된다. 오히려 우리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고 있지 않은가. 난민 중에는 아이도, 여성도 있다. 우리는 안전을 보장해 달라”고 호소했다.

아나스 씨는 “며칠 전 아들이 태어났다. 그런데 아들은 아직 출생신고도 되지 않았다.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SNS나 거리에서 인종차별적 말을 계속 듣고 있다. 이집트에서 활동가였고 정치적 이유로 난민이 된 이유를 증빙받기 위한 모든 서류를 제출했다. 난민 인정을 해주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 아내는 난민 인정 심사조차 받지 못했다. 한국 정부에게 난민보호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촉구한다. 우리도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는 인간이다”라고 말했다.

아나스 씨는 일터에서 다리를 다쳐 잘 걸을 수 없는 형편이다. 며칠 전 아들을 난 아내는 남편의 단식농성에 밥을 제대로 넘기지도 못했다. 아나스 씨는 애초 세종로 정부청사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다가 아이가 태어나면서 병원을 오가고 있다.


단식농성에 나선 난민들의 발언에 힘을 얻은 참가자들도 차례로 마이크를 쥐었다. 이집트에서 온 한 여성은 “딸이 하나 있다. 딸은 내게 배고프다고 말한다. 그런데 먹일 것이 없다. 남편이 일을 하다가 허리를 다쳐 몇 개월 동안 일을 하지 못하고 있다. 나와 남편은 오늘 단식을 시작한다. 단식이 아니었어도 열흘 동안 제대로 먹질 못했다. 나와 가족은 이집트에서 굉장한 탄압을 받았다. 안전하게 살고자 이 나라에 왔다. 의과대 4학년을 다니다 중퇴했기 때문에 다시 이곳에서 공부하기 위해 서울대에 입학 신청을 했지만 G1 비자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곳에 온 지 2년이 지났어도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제대로 된 삶을 살 수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난민으로서 살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여성은 “6개월 전에 한국에 왔다. 긴 시간이 아니지만 한국에서 난민들의 상황은 매일매일 후퇴하고 있다. 나는 두 딸과 함께 와서 홀로 아이를 키워야 하지만 한국 정부는 G1 비자만을 주는 데 그쳤다. 이 비자로는 제대로 일을 할 수 없다. 나는 법학 등 2개의 학위에 영어를 하며 이집트에서는 언론인으로 살았지만 지금은 일자리가 없다. 인종차별이 계속 심해지는데 두 딸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한국정부는 국제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양한 현장에서 난민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이들도 목소리를 냈다. 김연주 난민인권센터 활동가는 “지난 7월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청 공무원이 통역인과 함께 난민면접조서를 허위로 작성해온 사실이 밝혀졌지만 정부는 진상조사나 책임자 처벌도 하지 않는다.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등 폭언이나 통역을 해주지 않는 등의 심사과정에서의 부당사례는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주부이자 기독교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윤정 씨는 “사과를 하고 싶다”고 말문을 연 뒤 “합리성을 결여한 보수기독교인들이 거짓 정보를 퍼트리고 있다. 예수님이 오신다면 함께 살아가라고 얘기할 것이다. 기독교인들은 목숨을 걸고 중동에 가 전도하지 말고 이곳에서 난민들을 도와달라. 우리도 함께 살아갈 때 얻는 것이 많다”고 호소했다.

한국 시민사회단체들은 의료적인 지원 등 단식 농성하는 난민들을 지원하고 한국 정부에 난민 제도 개선을 촉구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9월 16일에는 서울에서 난민 환영 집회를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