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의 목소리를 들으라”...시민사회의 외침

3차 난민 단식농성 연대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단식투쟁에 나선 난민들의 건강이 악화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이 난민들을 외면하고 있는 한국 정부를 규탄하고 난민들의 권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7일 오전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선 3차 난민 단식농성 연대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반올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100여 개의 전국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참가해 이집트 난민에 대한 지지를 나타내고 정부가 이들의 난민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했다.

오늘(7일)로 난민들의 단식은, 아나스 씨는 22일째, 자이드 씨는 20일째, 무나 씨와 그의 남편은 9일째이다. 동조단식을 하고 있는 초라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운동국장은 8일째 곡기를 끊고 있다.

난민신청자들은 △모든 난민신청자에 대한 인정심사절차를 전문적이고, 공정하고, 신속하게 진행할 것, △대다수의 진실된 난민신청을 조직적으로 왜곡하고 허위면접조서를 다수 날조한 법무부를 심층조사할 것, △모든 난민에 대한 모욕과 멸시를 멈추고 그간의 고통에 대해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특히 수년 간 거리에서 빼앗긴 권리를 되찾기 위해 농성해온 피해자들이 난민들의 곁에 서 정부에게 난민법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으로 사망한 유미 씨의 부친 황상기 반올림 대표는 “우리는 나라를 잃은 경험이 있다. 그때 우리는 다른 나라로 쫓겨 갈 수밖에 없었다. 전 세계를 떠돌며 독립을 위해 노력했다. 세계는 쫓겨난 이들을 보호하고 활동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했다. 이집트 난민들도 똑같다. 죽음을 피해 온 사람들을 우리는 보호할 책임이 있다. 보호하지 않으면 죽으라는 것이다. 정부는 더 이상 외면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백선영 민주노총, 이주공동행동 활동가는 “청와대 앞에서 단식농성을 하는 곳이 두 곳이 있다. 전교조와 난민들이다. 정부의 법외노조 방침 때문에 이들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이다. 노조활동가들도 정치적 난민이다. 정부는 안전을 말하지만 누가 누구를 위협하는지 모르겠다. 이집트에서 자유와 해방을 위해 싸우다 쫓겨 온 이들을 테러리스트라고 하는데, 이명박 시절 옥쇄 파업을 했던 쌍용차 노동자들도 테러리스트라는 비난을 받았었다. 이 사회가 권리를 요구하는 이들에게 대하는 방식은 똑같다. 우리는 이에 함께 맞서겠다. 난민에 대한 탄압은 전 민중에 대한 탄압이다”라고 밝혔다.

양유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활동가는 “장애인, 이주민, 노동자, 여성, 난민 등 수많은 이들이 뒤에 남겨져 있다. 이들은 인간이라는 범주에서 쫓겨난 사람들이다. 장애인들은 ㅇ 더 이상 쫓겨나지 않기 위해 수많은 투쟁을 해왔다. 난민들도 더 이상 배제되지 않고 쫓겨나지 않도록 연대하겠다”라고 발언했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효자자치센터까지 행진하고 이날 행사를 마무리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들의 난민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다양한 행사를 준비 중이다. 12일에는 ‘난민과 함께 사는 세상’을 주제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가 진행하는 긴급토론회가 열린다. 16일 오후 2시에는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문제는 난민이 아니라 난민혐오다”라는 주제로 난민과 함께 하는 행동의 날이 열리며 참가자들은 집회 후 청와대까지 행진할 계획이다.





[기자회견문] 대답없는 한국정부, 난민을 죽음으로 내몰고 있다

2018년 8월 19일 청와대 바로 밑 효자치안센터 앞, 난민신청자들이 모여 한국사회에서 난민들의 권리가 짓밟히고 있음을 호소했다. 권리를 보장할 것을 요구하며 이미 단식에 돌입한 두 명의 난민신청자, 자이드‧아나스씨가 무기한 단식농성을 선언했다. 그리고 오늘까지 꼬박 20일이 흘렀다.

한국정부가 무반응으로 일관한 20일 동안, 아나스씨의 곁에서 농성을 함께한 만삭의 아내는 출산을 했다. 아이가 있는 난민신청자 부부가 동료들의 상황을 두고볼 수 없다며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그리고 9월 4일 두 명의 단식농성자들이 쓰러져 병원으로 실려갔다.

한국정부의 방관과 침묵 속에서 흘러간 20일은 한 가족이 출생의 기쁨을 만끽하고, 아이가 커가는 하루하루를 함께할, 동료들과 일상속의 소소한 즐거움을 누려야할 너무도 평범하고 당연하면서도 소중한 날들이다. 하지만 농성자들은 거리에서, 병원에서, 한국정부의 대답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

정부는 왜 대답이 없는가. 한국정부를 향한 이들의 주장이 복잡하고 어려운 것인가? 농성자들은 한국사회의 난민인정절차가 비전문적이며 공정하지 못하다고 한다. 심사 결과가 나올 때 까지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 불안정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한다. 정부가 보호를 요청하는 난민들을 인간답게 대우하지 못한다고 한다. 절차적 공정함,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보장. 이미 있는 법을 제대로 운영해 달라는 이러한 보편적이고 당연한 주장 중 어떤 것이 정부의 대답을 망설이게 하는가.

정부가 농성자들을 길거리에 방치시키는 동안 난민 반대세력들은 사회적으로 등장하는 모든 난민들에 ‘가짜’라는 딱지를 붙이면서 반대하고 있다. 농성자들에 대한 정보를 왜곡시켜서 이들의 명예와 진정성을 훼손시키고 있다. 농성자들의 페이스북에 난민들에게 반대하는 글과 동영상들을 올리며 위협을 가하고 있다. 무방비로 혐오와 증오의 칼춤에 노출된 농성자들에게 정부는 왜 어떠한 답도 하지 않는가.

한국사회에 진정 혼란과 불안을 가중시키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평화롭지만 절박한 단식농성을 하며 한국정부에 호소하는 난민신청자들인가, 조직적으로 악의적인 정보를 생산하고 난민신청자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난민반대세력들인가.

지금의 난민인정시스템은 이미 당사자들에게도, 한국사회의 구성원에게도 신뢰를 잃었다. 1차 난민심사에서는 공무원이 임의로 면접조서를 날조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1차 난민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계속 미뤄지는 심사 통보에 피가 마른다. 2차 난민심사 결과는 언제 나올지 예상조차 할 수가 없다. 한국에서 장기체류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난민신청 중이라는 이유로, 이의신청 중이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일자리, 의료, 아이 양육 등 모든 사회복지시스템에서 철저하게 배제된다. 정부는 제도상의 문제들을 축소하고 은폐시키기 위해 난민들의 존재의 문제에 비난의 초점이 맞춰지는 것을 방조하는 것은 안닌가. 이런 절벽같은 상황에서 난민들이 거리로 호소하러 나온 것이 그렇게 당황스럽고 괘씸하여 침묵과 방관으로 일관해야 할 인인가.

우리는 한국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한다. 정부는 이들의 호소에 대답하라.

많은 것을 하라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먼저라고 외쳤던, 적폐를 청산하겠다던 정부가 해야 할 당연한 도리를 하라. 더 이상 온갖 과장되고 왜곡된 정보로 난민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난민반대세력들 뒤에 침묵으로 숨지 말라. 도저히 호소할 곳이 없어서 거리에 나올 수밖에 없게 된 난민들의 외침에 대답하라. 이들이 한국의 법제도에서 느낀, 그리고 법집행자들에게서 받은 불공정함과 불합리함에 대한 대답하라. 한국사회에서 도저히 갈 곳을 찾지 못한 이들의 목소리에 대답하라. 난민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이 비열한 침묵을 멈춰라.

2018년 9월 7일
참가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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