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임금, 차별이 여전한 정규직화는 무슨 의미가 있는가?

[기고] 자회사라는 꼼수와 기만을 넘어서기 위해 함께 싸워야

자회사의 출발은 화려했다. 작년 5월 SK브로드밴드가 설치와 수리, 상담을 담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5,200명의 직접고용을 발표할 때 얘기다.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추진할 때였다. SK브로드밴드는 ‘민간부문 첫 정규직화’라는 타이틀을 달면서 노동조건 개선을 약속했고 많은 언론이 정규직화의 물결이 열릴 것처럼 집중 조명했다.

그 때도 적지 않은 조합원이 ‘자회사’는 꼼수라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하지만 워낙 느닷없이 추진되어 노동조합의 준비도 부족했고 한편으로 기대도 컸기 때문에 상황을 바꿀 순 없었다. 2014~2015년 6개월 동안의 총파업으로 민주노조를 지킨 우리 조합원들은 비조합원들을 열심히 조직했다.

기대는 처참히 무너졌다

지금 홈앤서비스 노동자들의 기본급은 식대 13만원 포함 171만원이다. 자회사로 전환하면서 센터별로 있던 수당까지 없어져 임금이 오히려 하락한 노동자들이 많다. 저임금은 여전하고 실적급 위주 임금체계는 바뀌지 않았다. 올해 노동조합이 포인트제 폐지와 고정급 대폭 인상을 요구하자 홈앤서비스는 지불능력이 없다고 했다. 하청센터 시절 센터장들이 우리는 지불 능력이 없으니 원청인 SK에게 따지라고 했는데 완전히 똑같은 말이다. 노동조합 탄압 방식도 똑같다. 하청센터 시절 SK가 불법대체인력을 투입했는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여전히 비정규직 노동자고, 노조 할 권리가 없다. 심지어 연차를 썼다고 징계까지 했다. 무엇이 변했는가?

하청센터 시절 ‘진짜 사장’인 원청은 사용자로서의 법적책임까지 회피하면서 우리를 쥐어짜 떼돈을 벌었고 하청 '바지 사장'들은 중간에서 도급비 명목으로 우리의 피와 땀을 챙겨갔다. 원청이 주기적으로 하청을 평가했다. 그 평가는 노동자 압박용으로 쓰였다. 자회사는 그 구조를 그대로 둔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우리의 사례를 잊지 말길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은 속빈 강정이다. 지금도 도로공사 톨게이트, 강원랜드 노동자들이 자회사 저지를 위해, 온전한 정규직화를 위해 민주당사 농성과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100% 지지한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노동자들도 삼성의 콜센터 자회사 거부에 맞서고 있으며, LG유플러스비정규직지부 노동자들도 LG의 부분 자회사 안에 반대하며 투쟁을 조직하고 있다.

우리는 자회사가 얼마나 헛되고 헛된 것인지 그 사례를 수십 가지도 얘기할 수 있다. 노동자들이 SK사례를 얘기해 달라고 하면 그 어디든지 달려갈 것이다. 물론 자회사, 무기계약직 등의 가짜 정규직화를 넘어설 수 있는 근본적 힘은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에 있다. 자회사의 문제점을 아무리 지적한다고 해도 정부와 자본이 스스로 알아서 자회사 정책을 바꿀 리 없기 때문이다. 노동자 스스로의 단결과 투쟁만이 노동자의 현실을 바꿀 수 있다.

[출처: 노동과세계 변백선]

그 점에서 우리는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지금 도로공사 톨게이트, 강원랜드뿐 아니라 한국잡월드 노동자들도 자회사 반대 투쟁을 하고 있으며, 앞서 얘기했듯 삼성과 LG노동자들도 똑같은 쟁점을 갖고 투쟁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연대하고, 함께 집회를 열고, 손을 잡아야 한다. 우리의 힘을 키워야만 자회사 기조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

10월 15일부터 상경총파업 예정! 많은 지지와 연대를!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는 10월 15일부터 상경총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6월 29~30일 상경총파업으로 시작된 올해 투쟁이 벌써 3개월이나 지났기 때문에 많은 조합원들이 힘들어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쉽지 않은 투쟁을 결의하고 있다. 포인트제 폐지, 생활임금 쟁취를 위해 더 싸울 힘이 있고 더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자체도 중요하고, 온전한 정규직화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노조탄압 앞에서 그대로 물러설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저임금과 차별이 변하지 않는 정규직화는 무슨 의미가 있는가? 자회사라는 꼼수와 기만을 넘어서기 위해 함께 싸우자. 자회사 거부를 위해 싸우는 노동자들을 열렬히 지지한다. 함께 싸울 것이다. 우리 역시 자회사 굴레를 하루 빨리 부수고, 온전한 정규직화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