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관함식, 제주를 해군기지로 못 박은 것

강정마을 갈등 더 깊어져

강정마을 주민들과 주요 시민사회단체 등이 강력하게 반대했던 ‘2018 해군 국제 관함식’이 10월 10일부터 14일까지 제주 서귀포시 강정에 있는 제주민군복합항과 그 일대 바다에서 열렸다.

해군에 따르면, 이번 관함식에 한국 포함 13개국 함정 43척과 항공기 24대가 참가했는데 그중 미국의 핵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호의 방사능과 폐기물 유출에 대한 걱정이 일고 있다.

14일 <제주의 소리>에 따르면 레이건호 주변에 오일펜스가 2중으로 쳐져 있고 방진복을 입은 사람들과 대형 탱크로리 차량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다.

이에 대해 해군 관계자는 “탱크로리 차량은 외국 군함에 물을 공급하는 차량이고, 항공모함 주변에 있던 오일펜스는 오수 수거 선박이 함 옆에 붙어 작업할 때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해양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예방 차원에서 친 것”이라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이어 그는 “오일펜스는 (함정마다) 기본적으로 다 쳐져 있고 특별히 미 항공모함은 자체 규정으로 인해 더 많이 치는데 일반인들이 그것을 보고 오해한 것으로 기름이나 오수 등 유출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방사능 유출 위험에 대해 그는 “제주원자력위원회에서 두 시간마다 방사능을 측정하고 있고 해군도 외국함정이 입출항 할 때는 방사능을 지속적으로 측정하고 있다”면서 “항공모함이 들어왔다고 해서 우리 나라에 핵물질을 폐기하는 사례는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관함식 둘째 날인 10월 11일 문재인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강정마을 일부 주민과 만났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대해 “정부가 사업을 진행하면서 주민들과 깊이 소통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며 “국가 안보를 위한 일이라고 해도 절차적 정당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지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해군기지 문제로 강정마을 공동체의 갈등이 깊어진 것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하고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반대운동을 하다 사법처리된 이들에 대한 사면복권을 “재판이 모두 확정되는 대로 즉각 검토”하고, “공동체 회복 사업이 포함된 지역발전 사업계획 변경안에 대해서는 주민 의견을 잘 반영하고 존중하겠다”고 약속했다.

2006년부터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며 싸워 온 강동균 강정마을 전 회장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지난 11년 동안 찬반으로 나뉘어 많이들 아파했고 그래도 우리 나름대로 봉합해 보려고 노력하던 중에 관함식이 일어나 지금 마을 분위기는 갈등의 골이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그는 문 대통령 방문에 대해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면서 “문 대통령은 군사기지가 있어서 평화의 섬에 저해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그것을 잘 이용하면 더 평화적으로 갈 수 있다고 얘기했지만 그 말은 억지 주장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강정에 지어진 것은 해군기지만이 아니고 민군복합관광미항인데도, 해군기지는 준공된 지가 2년 반이 지났는데 관광미항에 대한 기반시설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는 “관광미항도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관함식 개최는 관광미항이 아닌 해군기지로 못을 박고, 전 세계에 해군기지의 위상을 말하는 것”이며 “북한에는 핵 폐기를 종용하면서 미국의 핵 항공모함까지 들어오게 하는 것은 문 대통령의 평화기조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강 씨는 문 대통령이 약속한 사면복권에 대해서도 “우리는 마을을 지키기 위해 싸워 왔기 때문에 사법 처리를 많이 당했어도 우리를 범죄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사면복권이라는 것은 죄를 인정한 상태에서 사면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명예회복이 맞다고 생각한다”면서 “진정한 사면복권은 11년간 공사 과정의 불법과 편법 등 절차적 정당성 문제들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밝혀 그에 맞는 사과와 보상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형 여객선이나 항공모함 등이 자유롭게 다니게 될 경우, 암초 준설과 환경 문제 등 해군기지 확장 문제가 여전히 진행될 것으로 보고 계속 대응해서 싸워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10월 10일부터 14일까지 ‘2018 해군 국제 관함식’이 제주 서귀포 강정에 있는 제주민군복합항과 그 일대 바다에서 열렸다. (사진 출처 = 해군 페이스북)

이번 관함식 개최지를 선정하면서 강정마을은 지난 해군기지건설 때처럼 주민이 찬반으로 나뉘는 분열을 겪고 애초 주민 의견과 달리 정부와 국방부, 해군은 관함식 제주 개최를 강행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올해 2월 국방부와 해군은 제주에서 관함식을 개최하겠다고 잠정 밝히면서 마을 주민들의 의견을 묻고 주민들이 반대한다면 부산 등 다른 곳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에 주민들은 지난 3월 30일 임시총회를 열고 제주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해군과 마을 사이의 갈등, 주민 간 갈등이 끝나지 않았고 해군기지 건설 강행에 대한 해군과 당국의 공식 사과가 없었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강정마을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는 7월 17일 청와대를 찾아 국제관함식 반대와 제주 유치 중단을 촉구했고, 제주도의회도 마을과 제주시민사회의 여론에 따라 ‘제주해군기지 국제관함식 개최 반대 촉구 결의안’에 여야 의원 전체가 서명했다.

그럼에도 해군은 제주 개최를 위한 용역을 진행했고, 7월 18일 청와대 이용선 시민사회수석이 강정마을을 방문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7월 31일 결의안도 상정이 취소됐다.

이런 가운데 마을 주민들은 관함식 개최 조건으로 “대통령의 유감 표명”과 “공동체 회복 사업 추진”을 내건 총회를 열어 투표를 통해 관함식 개최 찬성을 결정했으며 7월 31일 해군은 관함식 제주 개최를 공식 발표했다.

한편, 국방부와 해군은 제주가 공식 개최지로 선정되기 전인 지난 5월 15일 방위사업청 국방전자조달시스템에 장소가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일원”이라 적시된 ‘18년 대한민국 해군 국제 관함식 대행 용역’ 업체 선정을 위한 공고를 냈다.

이에 대해 해군 관계자는 “행사 준비 기간을 고려해 발주한 용역으로 무조건 제주라고 상정한 것이 아니었고 개최지 확정에 따라 수정 계약이 가능하도록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강정마을에서 관함식 개최에 동의하는 과정에서 진통이 있었고 해군이 지역사회와 소통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관함식은 군함의 전투태세 및 장병들의 훈련정도, 장비유지 상태 등을 살펴보는 해상 사열식이며, 국제관함식으로는 우리나라에서는 1998년 진해, 2008년 부산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이번 행사에서는 해상사열뿐만 아니라 서태평양해군 심포지엄, 함정기술세미나, 해양무기 학술대회, 해양 군사장비를 개발 생산하는 방산업체들의 전시회 등도 열렸다.[기사제휴=가톨릭뉴스 지금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