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급식 등 어린이집 비리 쏟아져…“원장의 소왕국으로 전락”

공공운수노조 “시스템 재설계 필요, 사회서비스원으로 공적 고용구조와 통제 구조 만들어야”

최근 비리 혐의가 적발된 유치원 명단이 공개되면서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가운데, 어린이집 역시 같은 내용과 방식으로 비리가 일어나고 있다는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보육1, 2지부는 17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16일 진행한 현직 보육교사 대상 온라인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228명의 현직 보육교사들이 참여한 이번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육시설 비리 유형은 크게 세 가지로 △부실급식 및 식자재 빼돌리기 등의 급식 비리 △교구 구입 시 리베이트 주고받기 △교직원 허위등록을 통한 지원금 유용 비리다.

지부는 “보육 시설의 비리를 근본적으로 혁파하기 위해서는 원장 한 명이 견제받지 않는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원장 소왕국 체제의 어린이집 시스템을 처음부터 완전히 재설계해야 한다”라며 “이미 사유화된 ‘무늬만 국공립 어린이집’을 늘려서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사회서비스원에 보육을 포함하고, 공적인 고용구조와 민주적 통제구조를 만들어내야 어린이집의 비리가 근본적으로 척결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부실하고 위험한 급식비리 만연…교사 허위 등록해 인건비 지원받기도

이날 제기된 비리 중에는 특히 급식 비리에 대한 제보가 가장 많았다. 응답자 중 71.9%(164명)가 급식비리로 의심되는 상황을 직접 목격했다고 답변했다. ‘총정원이 50인인데 두부 2모로 국을 끓이는 걸 목격’ ‘유효기간이 임박한 물건이 비싸게 들어오며, 자주 식품 배달처를 바꿨다. 판매자 사장이 원컴에 앉아 뭔가 작업하기도 했는데 심각하게 음식이 적어 아이들에게 추가 배식은 물론 교사 입장에서 늘 배가 고플 정도였다’ ‘유통기한 지난 식품 사용’ 등의 제보가 줄을 이었다.

식자재 구입비가 원장 개인을 위해 사용된 경우도 다수였다. ‘식자재 구입한 것 중 반은 항상 원장이 집으로 가져감’ ‘급식 목록에 주류(酒類)나 아이들이 먹지 않은 식자재가 있었다’ ‘원장집 제사 물품을 원 카드로 결제하는 것을 목격’ 등의 내용이 발표됐다. 한 어린이집 원장은 영유아가 먹지 못하는 문어까지 구입해 제사상에 올린다는 제보도 있었다.

어린이집 비리는 교구나 교재를 구입하는 데서도 두드러졌다. 온라인 실태조사에서 60.4%(137명)가 교구 구매 관련 비리를 의심할 만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교재 업체와 짬짜미해 가짜 영수증을 받는 식의 리베이트 비리, 비품 허위 구매, 어린이집에 설치한 에어컨, 청소기 등 가전제품을 원장집 것과 교체하는 일도 있다는 답변이 나왔다. ‘교구 샀다며 가짜 영수증을 받아 올리고 교구나 장난감은 재활용쓰레기에서 주워온다’라는 충격적인 제보도 있었다.

어린이집 비리의 마지막 유형은 보육교직원을 허위로 등록해놓고, 국가나 지자체로부터 인건비 지원을 받는 일이었다. 응답자 214명 중 53.3%(114명)가 관련 사실을 목격하거나 경험한 사실이 있다고 응답했다. 지부는 “이 경우 보통 원장과 허위 등록자 사이에 은밀히 행해지는데도 불구하고, 다수의 제보가 접수됐다”라며 드러나지 않은 사실들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했다.

보육지부의 한 조합원의 제보에 따르면 경남 국공립 모 어린이집은 원장의 남편(이사장)을 방과후 반 교사로 허위 등록해 임금을 수령 받았다(12년~16년 3월). 원장 딸을 시간연장반에 등록해 근무하도록 했는데 첫 채용 시 본인의 이름이 아닌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근무를 시작했다.

김요한 공공운수노조 전략조직국장은 “원장 남편도 보육교사 등록돼있던 이 영아반은 9명을 3명이 봐야 하는데 원장 남편이 일찍 퇴근하고, 원장 역시 손을 떼는 바람에 보육교사 한 명이 혼자 남아 고군분투했다. 이 보육교사는 아이 기저귀도 못 갈아줘 울었던 기억을 토로하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의지가 없을 뿐, 대책은 있다

김호연 공공운수노조 보육1, 2지부 비리고발신고센터장은 “이런 구체적 사례를 직장과 직업을 포기하면서 제보하더라도 행정조치까지 가는 경우 거의 없는데 지역 내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시설연합회, 국공립연합회 등으로 이미 30년 동안 정치세력화를 이뤘기 때문”이라며 “아이의 교육권과 보육 교사의 노동권 등이 제대로 돌아가려면 공단을 통해 전달체계를 개편하는 수밖에 없다”라고 촉구했다.

이현림 공공운수노조 보육1, 2지부 대표지부장도 결국 사회서비스원에 보육을 포함해 공공성을 강화하는 길만이 만연한 보육비리를 근절하는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이 지부장은 “현재 어린이집은 소규모의 구조로 근로기준법에도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사업장이 대부분이며, 민간어린이집은 개인소유물로 취급되어, 공익제보를 해도 관기 주체인 행정처도 처벌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처벌이나 감시가 쉽지 않은 구조”라며 “국공립 어린이집 역시 큰 곳, 작은 곳 할 것 없이 개인 혹은 법인 등에 위탁으로 이루어져 비위행위를 고발해도, 결국 책임은 관리 책임 주체가 불분명해 원장은 결국 살아남고, 공익제보한 교사는 직장괴롭힘으로 인하여 스스로 사직을 하거나, 원장과 동료교사들로 인하여 아동학대로 몰려 스스로 불명예로 사직을 하는 수순을 밟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서비스원은 비리로 가득한 어린이집을 개선하는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더 이상 자율로써 포장된 폭압적이고 독단적인 원장단체에 보육을 통째로 넘기지 마시고, 방관하는 것을 그만 멈춰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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