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절에 자부심을 가지고 싶습니다

[연속기고] 충북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들이 말하는 ‘노동존중’시대④ 청주시 365민원 콜센터 노동자들(공공운수노조 충북본부 청주시비정규직지회)

[기획자 말] 비정규직 없는 충북 만들기 운동본부(이하 충북비정규운동본부)는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산화해 간 이용석 열사의 뜻을 잇고자 매년 10월마다 ‘비정규직 철폐 투쟁주간’을 선포하고 비정규직 문제를 알려나가고 있습니다.

올해 비정규직철폐 투쟁 주간 동안 충북비정규운동본부가 주목하는 것은 간접고용 문제입니다. 고용형태가 만들어내는 차별은 심각합니다. 같은 일을 해도 차별을 당연하게 간주합니다. 상시적인 업무를 수행해도, 꼭 필요한 일임에도 낮은 가치의 일로 취급합니다. 사용자가 불법을 저질러도 처벌은 깃털처럼 가벼운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심지어 같은 노동자들 사이에서도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일은 저임금`비정규직인 게 당연한 듯이 인식되는 현실입니다. 이를 바꿔내기 위한 비정규노동자들의 투쟁이 지속되고 있지만 좀처럼 바뀌지 않았습니다.

촛불 항쟁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포하면서 불평등을 해소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각 산별노동조합들도 저임금`비정규노동자들의 노조 할 권리와 차별해소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하지만 정작 추진 과정을 보니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습니다. 정규직 전환을 한다면서 간접고용이 유지되는 자회사가 거론되고, 차별을 없앤다면서 간접고용노동자들의 업무 대부분을 저임금에 묶어 두려 합니다.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이런 현실은 어떻게 비춰질까요? 충북비정규운동본부는 병원, 민원 콜 센터, 쓰레기 수거운반, CCTV 관제센터와 주정차 상황실 등 공공부문 간접고용노동자들과 자동차 하청 노동자들을 만나 그들의 목소리를 전해보려고 합니다. 그/녀들이 말하는 ‘노동존중과 비정규직 제로시대’는 어떤 것일까요?


[연속기고 순서]
① 우리도 공공의료 실현을 위해 일하는 병원노동자다! | 김순자(민주노총충북본부 비정규국장)(링크)
② 쓰레기 수거운반, 사회에 꼭 필요한 공공서비스 | 송지영(공공운수노조 충북지역 평등지부)(링크)
③ 서러운 하청 인생, 우리 힘으로 바꿔낼 것 | 임성우(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링크)

[출처: 충청일보Tv 화면캡처]

딱! 최저시급

‘청주 365민원콜센터는 청주 행정에 관련된 문의 사항을 365일 친절하고 정확하게 상담해 드리는 시스템입니다.’ 청원구청 2층, 한쪽 벽면을 크게 차지한 청주 365민원콜센터 안내판에 적혀진 설명이다. ‘친절하고 정확한 시스템’이라니. 당연하게도 친절하고 정확하게 상담하는 건 시스템이 아니라 직접 전화를 받고 안내하는 상담사다. 청주 365민원 콜센터는 청주시 업무이고 시스템이지만 일하는 노동자는 용역업체 소속이라는 사실을 이렇게 마주했다.

“작년에 청주에 수해가 났잖아요. 그때는 전화량이 두세 배 정도 더 많았거든요. 도움을 드리고 싶어도 저희는 민원접수만 해드리고 안타까운 부분에 대해서 공감하는 것밖에 할 수 없는데도 굉장히 고맙다고 많이들 얘기 해주셨거든요. 그럴 때 뿌듯했죠. 그 다음부터는 청주 날씨에 되게 민감해졌어요.(웃음)”

가장 뿌듯했던 때가 언제냐고 물었을 때 콜센터 상담자 노동자 김은영 씨는 이렇게 대답했다. 청주시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많아질 때, 가장 혼란할 때, 시민들의 필요와 상황을 가장 빠르게 듣는 노동자들의 대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들의 노동은 과연 어떨까?

먼저, 그들이 용역회사에서 받는 기본급은 딱, 최저시급이다. “최저시급이 기본급인거죠. 수당은 식비 받고 그 외로 인센티브라고 해서 차등지급 되는 거예요. 직무시험을 보고 콜을 몇 개를 받고 칭찬을 많이 받은 사람 우선순위를 두는 거죠. 상여금은 전혀 없어요. 명절 상여금도 전혀 없고요.”

불만이 안 생기도록 응대해야...왜? 용역이니까!

김은영 씨는 악성민원은 익숙해지지 않고 폭언과 성희롱에 전화를 끊을 때도 ‘용역이니까’ 다시 돌아올 민원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청주시 민원상담사이자 용역업체 직원인 그의 노동 현실을 물었다.

“아무래도 전화 상담이다 보니까 폭언이나 욕설 그리고 성희롱하는 분들이 계시고요. 그런 전화를 계속 받으면 익숙해지지 않을까라고 생각들 하시겠지만 받을 때마다 되게 힘들고 회의감이 들고 그만두고 싶은 생각이 들만큼 힘들어요. 시민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공무원들을 연결을 해주는 업무가 저희 업무인데 부서에서도 해결해줄 수 없는 일에 대해서는 저희가 떠안고 계속 죄송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거죠. 성희롱이라는 것도 애매하게 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업무적으로 말씀을 하다가 폭언이나 성희롱 발언을 하다가 또 업무적인 얘기를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러면 저희가 애매한 거죠. 판단하기가. 그래도 바로 끊기가 애매하거든요. 저희에 대한 불만이 또 시청이나 구청으로 들어가면 그건 또 업체에서는 안 좋은 거잖아요, 그래서 웬만하면 저희 쪽에서는 불만이 안 생기도록 응대를 해야 하니까. 저희는 위탁업체인거잖아요, 용역이니까.”

“저희가 주말하고 휴일근무 때는 점심시간이 없어요. 최소인원으로 근무하기 때문에 점심시간을 서로 쪼개던가 아니면 전화를 받으면서 먹고 화장실도 참아가면서 일을 했거든요. 한번은 점심시간을 보장을 해달라고 각 부서로 업무협조를 했더니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같은 동등한 입장이라면 업무협조를 할 일인가 싶기도 해요. 어쨌든 저희는 위탁업체여서 협조를 구했는데도 안 된다고 했을 때 서럽더라고요. 시청업무를 보고 있으니 시청소속이라고는 생각은 하고 있죠. 왜냐면 업무적으로도 저는 시, 구청 업무를 보고 있으니까 청주시 소속이라고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사용자는 청주시겠죠. 시에서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근데 월급은 효성아이티엑스라는 업체에서 받고‧‧‧. 그렇죠.”


문재인 정부는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이야기했고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했다. 그때 이들은 함께 뉴스를 보며 좋아했다고 한다. 1년 후 청주시는 콜센터 근로자 25명이 2단계 정규직전환 대상자로 볼지 불분명하다며 청주시의회에 [청주365민원콜센터 민간위탁 동의안]을 제출했다. 그리고 이들은 정규직화를 요구하는 피켓을 들었다. ‘비정규직 제로’라는 온갖 말들 사이에서 실제 아직도 공공부문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는 김은영 씨는 이 정책을 어떻게 체감하고 어떻게 행동하고 있을까.

“그럼요. 기억나죠. 그때도 여기서 일하고 있었고 당시 다들 뉴스 보고 우리도 (정규직화) 될 수 있겠다며 좋아했었어요. 다들 관심이 많았죠. 그 당시에. 관심이 많았는데 또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얘기가 없잖아요 그리고 위탁 운영으로 재계약이 들어간다는 소리를 듣고 배신감 같은 게 느껴졌어요. 저희한테 얘기도 전혀 없었거든요. 그때 사람들이 많이 힘들어 했었어요. (정규직화)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안 된다는 생각이 드니까 우리는 계속 용역으로 근무를 해야 하나, 1년을 다니던 2년을 다니든 최저시급을 받고 재계약되면 다시 신입으로 들어가는 거잖아요. 미래가 없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피켓시위를 처음 할 때는 민망했는데 나중에는 뿌듯하더라고요. 우리도 할 수 있다 그리고 약간 대하는 시선들이 틀려졌다고 해야 하나? ‘쟤네도 이런 것 하는구나.’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고. 다시 (정규직전환 심의대상에) 포함이 됐잖아요. 우리가 피켓시위를 해서 변화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공무원들조차도 저희가 비정규직인 것을 모르는 사람들도 많고 저희가 어디서 근무하는지 조차도 모르는 분들이 많으시거든요.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아요. 피켓시위를 하니까. 그리고 응원하시는 분들도 계셨어요. 그때 그 굉장히 뭐라고 해야 하지. 조금 뭐 희망? 마음속으로 샘솟는 그런 거 있잖아요. 우리도 해야 되겠다. 뭐 그런 거. 굉장히 다들 기뻐했죠. 이제 우리도 정규직 될 수 있겠다. 생각하고 마음 다잡고 다시 다니고 열심히 또 일을 하는 거죠.”


노동존중, ‘내 노동에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사회’

김은영 씨는 공공기관에서 일을 하는 게 뿌듯하지만 위탁업체 소속이라는 걸 밝힐 때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시청 업무를 하면서도 끊임없이 시청 소속임을 부정당하는 ‘간접고용’이라는 고용형태가 만들어낸 감정일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김은영 씨는, 365민원콜센터 노동자들은 부끄러워서 위탁업체 소속을 밝히지 않는 게 아니라 당당하게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목소리를 냈다. 그가 노동하면서 느끼는 뿌듯함은 무엇에도 방해받지 않고 그의 것이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 ‘아직’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로 굳건하게 목소리를 내길, 그 목소리에 함께할 수 있길 바란다.

“공공기관에서 일한다는 것 자체가 뿌듯한 이런 게 있는데…. 제가 스스로 위탁이라고 하면 조금 부끄럽다고 생각이 들어요. 본인 노동을 하는 것에 대해서 자부심을 갖게끔, 노동자들이 그렇게 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정규직 자체가 떳떳하진 않잖아요. 항상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상황에 놓여 있잖아요. 언제 뭐 업체가 바뀔 수도 있는 것이고, 1년 단위로 계약을 하는 사람들은 1년 있다가 비자발적으로 퇴직하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그런 게 사람들이 존중받는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비정규직 자체가 없어지고 노동자들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일을 하는 그런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