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어총, 정부 보육기관까지 손에 쥔 ‘보육계의 큰 손’

[워커스 어린이집 이슈⑤] 전국 ‘육아종합지원센터’, ‘보육정책위원회’도 장악

‘육아종합지원센터(육종지)’는 어째서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한어총)에게 각별한 존재일까. 그 이름도 생소한 ‘육종지’는 보건복지부와 각 시도구군의 지차체가 설치, 운영하는 명실 공히 ‘전국구’ 육아지원 기관이다. 법령에도 명시돼 있다. 영유아보육법 제7조에는 일시보육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보육에 관한 정보의 수집, 제공 및 상담을 위해 육종지를 설치, 운영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사회서비스공단(사회서비스원)’이나 ‘육종지’나 같은 공공 기관인데, 왜 한어총은 ‘사회서비스원’은 안 되고 ‘육종지’는 된다는 걸까. 그것도 ‘위상 강화’까지 요구하면서.

한어총이 낳아 기른 ‘육아종합지원센터’

육종지는 중앙 및 각 시도별로 총 19개소가 운영 중이다. 시도 기관 산하에는 시군구별 육종지가 설치돼 있다. 서울의 경우, ‘서울육종지’ 산하에 각 자치구별 육종지 25곳이 있고, 경기도도 ‘경기도육종지’, ‘경기도북부육종지’를 제외하고 총 26개가 있다. 부산 6곳, 인천 5곳, 울산 4곳, 전북 4곳 등 전국 방방곡곡에 자리 잡은 육종지의 수는 무려 101개다.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중앙센터는 지방육종지 업무를 관리, 지원, 평가하는 기관이다. 지방 육종지는 각 시도 및 시군구가 운영하며 어린이집 및 가정양육 지원의 업무를 맡는다. 어린이집 대체교사를 지원하는 역할도 한다. 얼핏 보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진두지휘하는 최대의 국가보육 서비스 기관 같지만, 실상은 이와 다르다. 중앙을 제외한 총 93개의 육종지는 모두 민간위탁 돼 있다.

특히 위탁운영 기관을 살펴보면, 어린이집 원장들의 이익단체인 ‘한어총’의 수탁 건수가 압도적이다. 서울, 경기 등 시도 육종지 18곳 중 9곳이 한어총에 위탁 돼 있다. 이 밖에도 지역 시도군 육종지 8곳도 어린이집연합회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제주 지역은 제주특별자치도와 서귀포시 육종지 모두 운영하고 있다. 강원 지역도 강원도, 강릉 육종지 두 곳 모두를 위탁받았다. 영유아보육법 및 보건복지부의 ‘보육사업안내’에 따르면, 위탁 기관의 선정은 공개모집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다만 계약 만료 후 재위탁 여부는 지자체 산하 보육정책위원회나 별도의 심사위원회가 맡는다. 위탁기간은 과거 3년에서 현재 5년으로 연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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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점은, 한어총에서 위탁 운영하고 있는 육종지의 경우 단 한 번도 위탁 기관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2004년 설립된 전북 육종지는 설립 초기부터 현재까지 전북어린이집연합회가 위탁 운영하고 있으며, 인천육종지도 97년부터 현재까지 인천어린이집연합회가 줄곧 운영을 맡고 있다. 대전육종지(1997년 설립), 강원도육종지(2003년 설립), 충북육종지(2003년 설립), 전남육종지(2004년 설립) 등도 마찬가지다. 사실 육종지는 한어총의 내부 기관으로 출발한 곳이다. 1995년 한어총이 ‘중앙보육정보센터’라는 내부 기관을 설치했고, 2004년 보건복지부는 이를 이관 받았다. 중앙육종지의 전신인 ‘중앙보육정보센터’도 2005년에는 한어총이 위탁을 받아 운영했다. 현재는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육진흥원이 중앙육종지를 운영하고 있다.

한어총의 간부들로 채워진 육종지 운영위원회

중앙육종지의 운영비는 연간 12억3500만 원 가량으로, 전액 국비 지원을 받는다. 시.도센터의 운영비는 연 평균 3억1700만 원으로, 국비50%, 지방비 50%가 투입된다. 시군구 육종지 운영비는 지자체에서 부담한다. 경남 창원시 육종지의 경우 올해 지자체로부터 받은 보조금은 약 5억 원 가량이다. 전국적으로 보면, 연간 400억이 넘는 정부 보조금이 투입되고 있는 셈이다.

위탁 운영권 몰아주기도 문제지만, 운영 방식도 문제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육종지 센터장은 위탁운영기관의 장이 임면토록 돼 있다. 직원 임면권은 센터장에게 있다. 때문에 한어총 간부 출신이 센터장으로 임면되거나, 임기 역시 10년 이상 유지되는 경우도 있다. 실제로 인천육종지 서 모 센터장은 2006년 취임 후, 12년간 센터장을 맡고 있다. 서 씨는 어린이집 원장 출신으로, 과거 인천시보육시설연합회 회장, 인천시어린이집연합회 회장, 인천국공립분과위원회 위원장 등 한어총 내에서 굵직한 보직을 맡아온 인물이다. 대전육종지 김 모 센터장도 12년간 센터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경북육종지 이 모 센터장은 2004년 1대 센터장에 취임한 후, 중앙육종지로 자리를 옮겼다가 2016년 다시 3대 센터장으로 취임했다.

센터 운영위원회 구성 역시 한어총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보통 육종지 운영위원은 수탁기관 대표와 센터장, 공무원, 보육전문가, 원장, 교사, 부모, 지역사회 및 유관기관 인사 등 9~13명가량으로 구성된다. 인천육종지의 경우 10명의 위원 중, 어린이집연합회 간부 출신인 센터장과 현 인천시 어린이집연합회장, 인천시 어린이집연합회 민간분과 위원장, 가정분과위원장 등 전현직 간부 4명이 포함돼 있다. 전라북도도 위촉직으로 참여하는 어린이집 원장 3명이 모두 연합회 회원 혹은 간부출신이다. 여기에는 김철영 전 시의원이 운영하는 어린이집도 포함돼 있다. 김 전 의원이 시의원 임기 중인 2008년, 그가 대표로 있던 어린이집이 시립 어린이집 수탁기관으로 선정돼 특혜시비가 일었다. 경북육종지 운영위도 경북 어린이집연합회 회장을 포함해 총 5명의 전현직 간부가 포진해 있다.

기관 감사 여부도 불투명하다. 《워커스》는 한어총이 육종지를 위탁 운영하고 있는 지자체를 상대로, 지난 7년간 특별감사, 종합감사 등 감사보고서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하지만 제주특별자치도는 “육아종합지원센터에 대한 감사 미실시로 감사보고서가 없다”고 밝혔다. 합천군과 창원시, 전라남도 역시 특별감사나 종합감사가 실시된 바가 없다고 통지했다. 수원시는 자료가 없다고 밝혔고, 충청북도는 청구 목적을 요구하며 “다른 지자체에서는 공개를 했느냐”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재)동작복지재단에 동작구육종지를 위탁한 동작구청이 지난 2016년 말 실시한 ‘성과감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사용료 등 관련 조례 미준수 △심사 및 자문비 지급 부적정 △예산의 목적 외 사용 △접대성 경비 집행 부적정 등의 지적사항이 제기됐다.

한어총-지자체-보육전문가의 긴밀한 만남, 보육정책위원회

‘보육정책위원회’는 각 지제체가 보육 관련 사항을 결정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영유아보육법 제6조에는 ‘보육에 관한 각종 정책, 사업, 보육지도 및 어린이집 평가인증사항 등을 심의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에 중앙보육정책위원회를, 특별시, 광역시,도, 특별자치도 및 시, 군, 구에 지방보육정책위원회를 둔다’고 명시돼 있다. 보육계 안에서 보육정책위원회의 권한은 실로 막강하다. 지역 육아종합지원센터 심사 및 선정을 하고, 심지어 국공립 어린이집 위탁 여부도 심사한다. 물론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수탁자선정심의위원회’를 통해 위탁업체를 선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수탁자선정심의위원회 역시 지방보육정책위원회의 위원 자격을 갖춘 이들로 구성된다.

이해관계로 얽힌 어린이집 원장과 지자체, 보육 전문가들은 지역 토착세력이 돼, 보육정책위원회 등에 참여하며 강력한 권한을 휘두른다. 법적으로 보육정책위원회 구성 비율은 △보호자 대표 및 공익 대표 45%이상 △보육전문가 20%이하 △관계공무원 15%이하 △어린이집 원장 10%이하 △보육교사 대표 10%이하로 규정돼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상당하다. 한어총 소속 원장들을 견제할 만한 노동조합이나 시민사회 등의 참여도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육종지와 보육정책위 모두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들도 있다.

최근 7년간, 전국에서 국공립어린이집이 가장 많이 증가한 서초구의 보육정책위원회 현황을 보자. 2015년~2017년까지 위원회에는 교수(2명), 학부모(2명), 공무원(3명), 어린이집연합회 간부(3명), 사립유치원 연합회장(1명), 지역 복지단체 인사(3명) 등이 참여했다. 영유아보육법 시행령에 명시 된 구성 비율과 거리가 멀다. 심지어 보육교사가 단 한명도 참여하지 않았다. 종종 ‘보육교사 대표’ 자격을 가진 위원이 회의에 참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회의석상에서 위원들은 그에게 ‘원장님’이라는 호칭을 썼다. 그가 기존에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었던 어린이집연합회 간부 중 1인이자, ‘가정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원장이었던 까닭이다. 원장이 보육교사를 겸직하고 있는 까닭에 ‘보육교사’로 자격을 바꿔 참여한 셈이다. 이들은 위원회를 통해 국공립어린이집 위탁 여부와 각종 보육 정책들을 심의했다.

경상북도의 경우, 지난해 보육정책위원회 위원으로 선정된 13명 가운데 보육전문가 3명과 어린이집 원장 1명이 모두 ‘경상북도육종지’ 운영위원이었다. 그 중 원장 대표로 참석한 이 모 위원은 안동시민간어린이집연합회 회장과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 부회장을 역임한 인물이다. 모 지역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육종지 운영위원과 보육정책위원을 겸임하며, 지자체로부터 2,800만 원 상당의 ‘중장기 보육발전계획 수립 연구용역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김호연 공공운수노조 보육1,2지부 비리고발신고센터장은 “지역에서 1년간 보육정책위원회에 참여했었다. 여성단체 자격으로 들어가기로 했는데, 당일 날 갑자기 전화가 와서 위촉이 취소됐다고 통보했다”며 “항의 끝에 위원회에 참여하게 됐는데, 1년 임기가 끝나자마자 연임이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나중에 보니 나머지 인원들은 똑같이 연임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서 “보육정책위원회에서 어린이집 법 위반 심의 관련 결정사항을 바꿨다. 처음 법을 위반한 곳은 아예 심의 무효 대상이 됐고, 보조금 횡령 금액에 따라 자격 정지 기간을 정해버렸다”고 설명했다.

어린이집 원장 출신 구,시의원 40%이상이 ‘겸직’

한어총 회장 출신인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해 6월, 영유아보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법안의 핵심은 국공립어린이집 재위탁의 경우, 공개경쟁을 거치지 않고 보육정책위원회 심의를 거쳐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현재 국공립어린이집 위탁체에 독점적으로 계약 연장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해당 법안 발의자 명단에는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과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등도 이름을 올렸다. 최도자 의원은 그간 한어총의 이권 확대를 위한 목소리를 내 왔고, ‘사회서비스공단’의 국공립어린이집 운영 계획을 반대하는 선봉장 역할을 했다.

비단 최도자 의원뿐만이 아니다. 지역사회에서 토착세력으로서 입지를 다져온 어린이집 원장들은 기초, 광역의원으로 진출하며 정치권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세력으로 성장했다. 현재 어린이집 원장 출신 기초, 광역 의원은 약 46명. 이들 중 약 65%(30명)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며, 약 28%(13명)는 자유한국당, 약 4%(2명)는 무소속, 약 2%(1명)는 정의당 소속이다. 그리고 46명의 의원 중 어린이집연합회 간부를 역임했던 비율은 약 37%(17명)다. 연합회 간부 출신 의원 17명 중 약 82%(14명)는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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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문제는 어린이집 원장 출신 기초, 광역의원 중 40% 이상이 어린이집 대표직을 겸직하고 있다는 것이다. 《워커스》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당선자 이력 및 어린이집통합정보공시를 비교, 분석해 본 결과, 이들 중 약 40%에 해당하는 19명의 의원들은 최근까지 어린이집 대표를 겸직해 왔다. 19명 중 9명은 어린이집연합회 간부 출신이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어린이집 원장은 운영자 등의 기본현황을 수시로 공시해야 한다. 해당 19명의 의원들은 최근까지 어린이집통합정보공시에 대표로 등록돼 있거나 시,구의회에서 겸직 논란이 일었던 인물이다. 어린이집 대표 겸직은 지난 8월 행정안전부의 유권 해석으로 사실상 금지됐다. 기존에는 급여를 받는 원장만 겸직을 금지했으나, 행안부는 ‘정부 보조금을 받는 어린이집 대표도 의원직을 겸할 수 없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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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직과 어린이집 대표 겸직 사실이 밝혀지면, 시의회 윤리위원회에 회부되지만 대부분 경징계로 끝난다. 부산 금정구의회는 어린이집 대표를 겸직해 온 김태연 의원에게 의회 출석정지 10일의 징계를 내렸고, 상주시의회에서는 신순화 의원에 대한 징계가 부결됐다. 의정부시의회 이계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원장을 겸직하면서 교사 수당 등을 지원받았으나, 시의회로부터 경고 처분에 그쳤다. 당선 후 남편 등 가족에게 대표직을 넘긴 후 정부 보조금을 받는 사례도 있다. 경기도 동두천시의회 최금숙 부의장의 남편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의 경우, 유례없이 7,100만 원대 통학버스 구입비를 지원받아 특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처럼 대표, 원장직에서 물러났지만, 사실상 가족경영 방식으로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사례까지 합하면 정치권에서의 어린이집 운영 비리는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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