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평화 말하지만 이주노동자에겐 전쟁”…이주노동자의 생명도 소중

이주·노동·사회단체 경찰청 앞 기자회견...살인단속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경찰이 무리한 단속과정에서 추락해 사망한 딴저테이 미얀마 출신 노동자의 죽음에 정부 책임이 없다고 발표하면서 이주공동행동 등 노동·사회단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미등록이주노동자 딴저테이 씨는 지난 8월 22일 김포의 한 건설현장에서 인천출입국·외국인청이 벌인 단속 과정에서 8미터 아래 지하로 추락했다. 이때 현장을 목격한 동료에 따르면, 단속반이 창밖으로 피하려는 딴저테이 씨의 다리를 붙잡아 중심을 잃고 떨어졌다. 단속반은 그럼에도 긴급 구조 조치는 취하지 않고 계속 추가 단속을 했을 뿐이다. 이후 뇌사상태에 빠진 딴저테이 씨는 4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사망했고 사망 원인은 ‘자살’로 기록됐다. 이후 이주·노동운동단체들은 이 같은 딴저떼이 씨의 사망에 법무부나 정부의 책임이 큰데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는 현실을 고발하며 관련 대책위(살인단속 규탄 및 미얀마 노동자 딴저떼이 씨 사망사건 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지난 달 31일 경찰은 딴저테이 씨가 도주하는 과정에서 발을 헛디뎌 추락했다고 밝히면서 사건을 종결했다.

그러나 대책위는 이 같은 경찰청의 입장을 전혀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인천출입국은 단속 과정을 촬영한 영상, 단속계획서와 보고서 등 딴저테이 씨 사망 경위와 관련된 자료는 일체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지난 10년 간 10명에 이르는 사망사고가 일어날 만큼 단속 자체가 극도로 위험해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돼 왔었다. 하지만 정부는 다시 단속을 강행해 사건을 일으켜 놓고도 진단 및 후속 대책을 내놓지 않았다. 이번 경찰 수사 결과는 정부에 무혐의 명분을 줘 위험한 단속을 계속해도 된다고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대책위의 기자회견은 이 같은 답답함과 분노 속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은 경찰청이 진상조사를 철저히 해 사고 원인을 규명해야 하며 죽음을 부르는 단속 과정과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양산하는 정부의 고용허가제를 근본적으로 뜯어 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봉혜영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25세 노동자가 이국에서 자살했다고 한다. 누구의 책임인가. 단속과 추방정책에 의한 사망이다. 정부는 이주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에 앞에서도 무책임하게 오히려 단속을 강화한다는 입장만 내놓고 있다. 우리는 개탄할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은 이 딴저떼이 씨의 억울한 죽음이 밝혀지고, 죽음을 부르는 법무부의 단속이 중단되며 이주노동자들의 권리가 보장될 때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은 “미등록 문제는 정부의 잘못된 고용허가제 때문이다. 정부가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은 필요로 하면서도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는 보장하지 않아 온갖 차별과 위험 속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일하고 있다. 그럼에도 고용허가제 때문에 많은 노동자들이 미등록이주노동자가 되는데 법무부는 또다시 극도로 위험한 단속에 나서 이주노동자들의 죽음을 부르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의 경찰은 다시 이 죽음의 책임을 이주노동자에게만 전가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도 한국 경제에 기여한다. 이주노동자의 생명도 소중하다. 그러나 차별받고 죽어가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생명에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우리는 이 죽음의 진상을 규명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모든 이주노동자를 합법화하라. 강제 추방 중단하라. 그날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김미선 외노협 운영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평화를 말하고 있지만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전쟁을 하고 있다. 10월부터 시작된 단속이 내년 3월까지 계속된다. 그 사이 딴저떼이 씨처럼 누군가 다시 쫓기다 떨어지고 사망할 수 있다. 우연히 발생한 사건, 사고가 아니다. 사망에 이르게 한 모든 과정을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영섭 사회진보연대 운영위원장은 “경찰의 인종차별적인 행태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은 최근 100일 동안 외국인범죄집중단속 기간을 정해놓고 자랑스럽게 886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국적 인종에 대한 차별이다. 서울이나 전라도, 또는 남성만을 놓고 이들을 대상으로 범죄를 집중 단속하겠다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경찰은 단속 중에도 동남, 서남아시아 출신자들만 대상으로 한다. 인종차별적인 프로파일링이다. 추락한 딴저떼이 씨 사건을 조사할 때도 단속반 진술만 듣고 현장에 있던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는지도 알 수 없다. 철저한 진상규명과 처벌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기자회견 후 경찰청에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경찰청 밖에서는 딴저떼이 씨의 억울한 죽음을 밝히기 위한 퍼포먼스가 진행되기도 했다. 사람들은 “살인적인 강제 단속, 강제 추방 중단하라” “진상규명을 촉구한다” “당신의 명복을 빕니다” 등의 문구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