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예산 470조 중, 미투 관련 예산은 0.01%

‘미투운동, 예산을 바꾸다’ 토론회 열려…넘치는 대책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예산 논란

지난 3월 22일 ‘2019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설명한 자리에서 구윤철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사회적 약자의 인권 증진, 범죄 피해자 보호 지원, 미투 운동 등 질적으로 살기 좋은 대한민국 형성할 수 있는 사회적 가치 예산을 편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470조 5천억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에서 심사를 거치고 있는 현재, 이 예산에 미투 운동의 가치는 얼마나 반영돼 있을까.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은 8일 오후 2시 영등포역 내 대회의실에서 ‘미투운동, 예산을 바꾸다’ 토론회를 열고 미투 운동과 관련된 내년도 예산을 분석했다. 미투 운동 관련한 대책이 범람하는 것에 비해, 예산은 턱없이 부족했다.


고려대 경제학과 박사과정 송민정 씨에 따르면 지난 10월 구성된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및 디지털성범죄 근절 추진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미투 및 디지털 성범죄 관련 예산안’의 올해 규모를 지난해 대비 102억 6300만 원이 증가한 403억 6400만 원이라고 보고했다. 이중 미투 관련 예산은 368억 2000만 원이고, 디지털 성범죄 관련 예산은 34억 4000만 원이다.

협의회는 여성가족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기획재정부,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법무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여성가족부 등의 10개 부처, 인사혁신처, 경찰청이 포함된 기구다.

송 씨는 “이 예산안은 전체 예산지출 규모 중 0.01%로 아주 적은 수준”이라며 “교육부의 경우 대학분야 성희롱-성폭력 근절 지원 체제 구축을 위해 30억 원을 신청했으나 기재부에서 3억 원으로 깎이는 등 젠더 불평등과 폭력에 대한 대비는 입법과 예산에서 우선순위가 되지 못했다”라고 평가했다.

이영희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사무국장은 “협의회가 계산한 예산도 정확하지 못한 것 같다”며 “고용노동부의 경우 300억 원으로 미투예산안이 책정돼 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이 사무국장은 “노동부는 미투 예산이 가장 많이 확충돼야 하는 부서지만, 내년에 고용평등상담실에 1명의 전문가를 더 고용하도록 하겠다며 2억 원을 더 지원하겠다는 게 고작 나온 대책이다. 고용평등상담실은 심지어 노동부가 운영하는 기관도 아닌, 노동부가 지원하는 민간에 불과하다”라며 “대한민국을 뒤흔든 미투운동에 대한 주무 정부부처의 대책이라고 할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이 사무국장은 또 “전국의 전체 사업장에서 1년에 한 번 이상 해야 하는 성희롱예방교육은 법적 자격 요건 없이 아무나 하고 있다. 자격 요건도 없고, 강사 양성에 대한 예산은 0원”이라며 “정부의 미투 대책은 대부분 공공기관의 사업주로서의 역할일 뿐, 국민의 정부로서 법률을 집행할 의지와 능력이 없다”라고 일갈했다.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미투 운동이 이러한 대응절차와 예방 교육 강화,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 대응에 머무른다면 미투 운동은 한낱 여성운동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사건으로 끝나버릴 공산이 크다”라며 “성희롱-성폭력 문제에 대해 범정부적인 정부 대응을 상시화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한데, 부서를 뜯어고쳐야 하고 예산이 뒷받침돼야 하는 문제다. 하지만 시간이 가길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미온적이다”라고 꼬집었다.

오늘 토론회 참가자들은 지속성과 일상성을 담보하는 범정부 차원의 정책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협의회 상임대표는 “가장 작은 부처인 여성가족부가 미투관련 예산 비율이 가장 높다는 것이 현재의 정부 정책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책이 미투 운동의 사회적 요구에 응답하기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의 포용정책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오늘 토론회는 #미투운동과함께하는시민행동 주관하고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정춘숙, 권미혁, 송옥주 의원 등이 공동으로 주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