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하드 카르텔, <그것이 궁금했다>

[워커스 이슈] 웹하드 카르텔, 숨겨진 공모자들④ 웹하드 카르텔 추격자들에게 물었다

[워커스 이슈] 웹하드 카르텔, 숨겨진 공모자들 순서

①웹하드 카르텔, 요람에서 무덤까지 | 박다솔 기자(링크)
②SK부터 한국정보공학까지, 기업이 은밀하게 키운 ‘웹하드 카르텔’ | 윤지연, 김한주, 박다솔 기자(링크)
③불법 촬영물 유포로 구속될 확률, 0.047% | 김한주 기자(링크)
④웹하드 카르텔, <그것이 궁금했다> | 박다솔 기자

10여 년에 걸쳐 만들어진 웹하드 카르텔을 단번에 이해하기란 어려웠다. 웹하드 카르텔은 어디부터 어디까지일지, 왜 디지털 장의업체라는 사설 업체에 영상 유출 피해를 호소해야 하는지 등 궁금한 게 너무 많았다. 《워커스》는 웹하드 카르텔의 발자국을 2년 여 전부터 추적해온 이들에게 웹하드 카르텔에 대해 물었다.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서승희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대표, 그리고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여성주의 상담팀장이 답변했다.


Q. 웹하드 카르텔의 범위는 어디까지라고 보나

불법 음란물과 피해 촬영물 유통에 관여한 조직과 사람들로 보고 있다. 헤비업로더, 필터링 업체, 웹하드 업체, 웹하드 사업자들이 모인 이익집단, 그리고 일부 디지털 장의업체까지다. 웹하드 업체는 헤비업로더를 관리하고, 별도의 업로드 프로그램까지 만들어 자체적으로 업로드를 했다. 필터링 업체는 웹하드 업체의 방패막이였다. 필터링 업체와 계약해 기술적 조처를 하고 있으니, 우리는 문제없는 사업자라고 주장할 수 있었다. 웹하드 업체의 전체 수익 중 절반 이상이 불법 콘텐츠로부터 나온다. 이는 웹하드 업체와 필터링 업체의 공조가 있기에 가능했다.

웹하드 업체들이 모여서 만든 협회(디지털콘텐츠네트워크협회, 이하 DCNA)도 카르텔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DCNA는 모바일 웹하드가 어차피 PC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기술적 조치를 나눠 적용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며 로비를 해왔다. 하지만 PC 웹하드와 모바일 웹하드는 엄연히 다른 플랫폼으로, PC 웹하드의 금칙어가 모바일에선 적용이 안 된다. ‘유출’, ‘국노(국산 노 모자이크)’ 등을 검색했을 때 차단 없이 바로 나온다. 절반 이상의 웹하드가 모바일 버전을 만든 상태여서 문제가 더욱 불거지고 있다.

디지털 장의업체도 유통 플랫폼과 결탁하면 카르텔이 된다. 장의업체까지 운영한 뮤레카는 피해자에게 돈을 받고 삭제를 약속한 콘텐츠들조차 계속 유통했다. P대표가 있는 디지털 장의업체의 경우, 불법 포르노 사이트와 연계된 게 밝혀지기도 했다. P대표는 본인이 얼마나 피해자들을 위해 노력했는지를 해명했다. 하지만 돈을 주고받은 것은 명확한 사실이기 때문에, 그의 디지털 장의 사업이 불법 포르노 산업에 일조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서승희)

Q. 웹하드 카르텔 관련 시장이 왜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을까

일단 마진율 자체가 너무 좋았다. 웹하드 업자들은 저작권료나 출연료를 지불할 필요도 없이, 원소스만 있으면 쥐어짜듯 계속 올리며 수익을 올렸다. 영상을 올리는 동시에 삭제해준다며 돈을 받기도 하지 않았나. 촬영물을 토대로 갖은 수단을 써서 돈을 버는 집합체였다. 이들이 이렇게 활개를 칠 수 있던 이유는, 사법기관 및 정계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 아닐까.

양진호 회장은 수면 아래 있던 사람이 아니다. 횡령, 배임, 저작권 위반으로 구속된 바가 있다. 2012년 구속됐을 땐 80억 원의 합의금을 주고 사건을 무마시켰다. 그를 옆에서 돕는 비호세력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10년 넘게 웹하드를 운영해 올 수 있었을까 양진호 하나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바지사장으로, 임원으로 활동했던 사람들, 그곳에서 갑질 당했다고 하는 직원들도 단순한 피해자라고 보기 어렵다. 그들 역시 범죄에 가담하고 있었다. 불법 유출 영상과 관련해 그들 대다수도 알고 있었을 거다. 이제라도 자신이 가해자임을 밝히고 양진호를 비롯한 웹하드 카르텔의 전모를 진술해야 한다. 웹하드뿐 아니라 비슷한 범죄가 일어나고 있는 아프리카 티비나, 다른 사이트들까지 수사 범위는 넓어져야 한다. (신지예)


Q. 필터링 업체들은 피해자가 찾아오면 무료로 삭제 지원을 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불법 유출 영상 피해자들은 왜 장의업체를 찾았나

양진호 사건 내부 고발자가 영상 삭제를 무료로 지원하는, 일종의 ‘클린센터’라는 비영리 단체를 DCNA와 외부단체가 구성했었다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실제 그곳을 이용한 피해자를 한 명도 보지 못했다. 그동안 피해자가 불법 유출 영상 삭제 도움을 요청하면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이하 한사성)나 한국여성인권진흥원에서 운영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안내했다. 그럼에도 계속 영상이 유포됐던 피해자들은 몇 백만 원에 달하는 자비를 들여 삭제를 해왔다. 만약 실제로 그곳에서 피해자들을 지원했다면, 해당 기관과 관련자들이 자료를 제시하면 된다. 어떤 과정을 통해 얼마만큼의 사람이 지원받았는지, 지원 범위는 어디까지였는지, 프로세스는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를 함께 이야기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 (최란)

Q. 불법 유출 영상을 삭제해준다는 장의업체는 사설 회사다. 범죄 영상 삭제를 민간을 통해 해결한다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여성가족부에서 불법 영상 삭제 비용을 국가가 우선 부담하고, 이후 가해자에게 삭제 비용을 청구하는 구상권 청구 절차를 조만간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해자가 특정되거나, 명백한 피해 판결이 있을 때만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피해자의 부담을 없애는 정책적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사후적인 조치보다 필터링 업체를 확실히 관리해 불법 유출 영상이 게시되거나 유포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우회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필터링하지 않는 업체를 상대로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 현재 법률상으로는 공백이 있어 영상이 계속 확산되고 있다. 빨리 이것을 삭제하고 싶은 피해자들은 돈을 주고 사설 업체를 찾는 상황이다. (최란)

Q. 피해자들이 경찰 신고도 꺼린다고 들었다. 어떤 점이 문제인가

우선 유포 사이트를 찾고, 원본 영상을 찾아 제출해야 하는데 피해자로서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일이다. 또 불법 유출 영상의 음란성 판단 근거가 아직 너무나 협소하고 형식적이다. 성기 중심적이고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 또한 노출 범위에 따라 불법의 경계가 갈린다. 하지만 사람마다 사적이라고 느끼는, 특정 성적 정보를 담고 있는 신체 부위는 다르다. 피해자들은 자신이 특정될 수 있는 신체 부위가 공개되는 것을 가장 심각하게 느낀다. 하지만 이것이 판단기준이 되지 못하고 협소하게 불법 여부를 판단한다. (최란)

Q. 최근 웹하드 카르텔 관련해 경찰청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경찰은 웹하드 카르텔 전반에 대한 해결 의지를 보였나

믿어보고 싶다. 청장은 바지사장만 계속 처벌받고, 웹하드는 계속 운영되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다. 엄정 수사를 통해 실소유주를 찾아 웹하드 환경을 개선토록 하고, 개선되지 않을 시 운영할 수 없도록 하는 구조를 지향한다고 했다. 불법이라면 사업을 못하게 할 정도로 엄중 처벌 하겠다는 이야기가 반가웠다. 다만 결과가 최종적으로 나오지 않았으니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서승희)

Q. 지금까지 나온 수사 결과 중 아쉬운 점은

경찰이 양진호의 범죄 수익을 지난 4년간 70억 원으로 집계했는데 말도 안 되는 수치다. 우선 양진호가 가진 3개 웹하드 업체(위디스크·파일노리·파일쿠키)의 재무제표만 보더라도 한 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600억 원이다. 2013년 판결문을 보면 웹하드 전체 수익의 60% 이상이 음란물과 불법 콘텐츠, 피해촬영물 수익이라고 돼 있다. 이 말대로라면 1,000억 원 이상의 불법 수익이 나온다. 어떻게 집계를 했는지 잘못돼도 너무 잘못됐다. 합의금으로 80억 원을 쓰는 사람한테 범죄 수익으로 70억 원을 매겼다. 이는 다른 실소유주들에게도 ‘타격이 갈 만한 몰수는 없다’는 나쁜 메시지를 준다. 앞으로 이 같은 카르텔을 없애려면, 경찰이 제대로 부당 수익을 집계하고 몰수하는 절차를 보여야 한다. (서승희)


Q. 한사성은 어떠한 절차에 따라 피해자를 지원하고 있나

우선 유출 영상 삭제 작업을 진행하고, 심리치료기관에 연결하고, 법률지원을 한다. 영상 삭제는 대단한 기술이라기보다 플랫폼 운영 이해와 많은 노동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영상을 찾아내고, 리스트업하고, 유포된 곳에 찾아가 삭제 요청을 한다. 크롤링 프로그램(웹페이지에서 데이터를 추출하는 프로그램)이 있지만 리스트업만 해주기 때문에 일일이 찾아다니며 발품을 팔아야 한다. 노하우가 쌓이다 보니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가 처음 생겼을 때도 피해 지원 프로세스를 전달할 수 있었다. 양식과 기술적인 부분을 알려드렸다. 지금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도 시스템이 구축되고, 기술이 많이 발전해 우리와 비슷한 방식으로 삭제 지원을 하고 있다. (서승희)


Q. 정부와 국회의 대응은 어떤 수준인가

이번에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여성폭력 방지 기본법안’을 올렸는데 이를 법제사법위원회가 막았다. 성폭력 2차 피해 대상에 정보통신망에 의한 피해를 포함하고, 여성가족부가 여성폭력 통계를 수집·공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기관을 만들고 정책을 운영하는 데 있어 중요한 법안인데도 피해자가 여성만 있느냐며 법을 막았다. 여성 폭력, 불법 촬영물과 관련한 기초 법안이 마련돼야 정부 정책이 실현될 수 있는데도 이를 막고 있는 것은, 국회가 여성 고통을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올해 4월 개소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가 상시적인 기구가 되려면 따로 법이 필요하다. 현재 법안이 마련돼 있지 않아 단기 사업에 그치고 있는데 종합적인 정책이 나와야 한다. 정부 역시 더디긴 마찬가지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1월 16일 디지털 성범죄 문제를 가지고 합동회의를 했다. 신원 특정이 가능한 불법 촬영물 유통자는 벌금 대신 징역형으로 형량을 높인다는 게 요지였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유통 관련 문제가 빠져있다. 웹하드사는 주로 벌금형을 받는데 그래봤자 2,000만 원 정도다. 하루 3억 원 버는 회사에게는 그저 수수료에 불과하다. (신지예)

Q. 웹하드 카르텔을 끊기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조치는

다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웹하드 업체를 감시할 수 있는 정책적 보완, 이를 관리해야 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역할 강조, 필터링 업체 관련 제재 강화 등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법 개정 없이도 현 수준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하는 것이다. 예컨대 불법 음란물은 재 유포가 되는 일이 많으니, 신고 접수 즉시 수사기관이 발 빠르게 압수수색을 한다든지, 구속 수사를 해서 유포 범위를 최소화해야 한다. 또 법원은 당사자 간에 촬영 합의가 있었더라도, 또는 음란성이 다소 부족할지라도 이를 적극적으로 해석해 범죄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불법 음란물 유통과 관련한 죄들은 대부분 벌금형이다.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게 만사는 아니지만, 실질적인 제재를 위해 형량을 징역형으로 높여야 한다. 실현 가능성을 따지기 어렵지만, 징벌적 손해배상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불법으로 형성된 웹하드 업체의 순이익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현재까지는 위디스크, 파일노리만의 문제지만 다른 곳도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 문제다. (최란)

Q. 마지막으로 현재 숨어있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나

문제를 혼자 해결하는 게 벅찰 수 있다. 정신적 충격을 받은 피해자들은 여러 플랫폼을 상대로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어떤 법적인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많이 당황해한다. 아마 가족과 친구에게도 도움을 구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같은 NGO 단체, 삭제 지원을 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로 찾아와 달라. 거액의 돈을 요구하는 디지털 장의사를 찾기보다 여성주의적인 관점을 가진 여성단체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외롭지 않게 피해를 회복하는 방법이다. 망설인다면 조금 더 용기를 내주셨으면 한다. (서승희)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사람과 영상이나 이미지를 찍고, 교환한 게 잘못이 아니다. 이미지와 영상이 유포되는 것 또한 본인이 만든 상황이 아니지 않나. 혼자 괴로워하기보다 해결을 모색할 수 있도록 상담하고, 주변과 논의하고, 하나씩 풀어나가셨으면 좋겠다. 피해자의 용기 있는 행동이 법적인 변화까지 이어질 것이고, 일상적 변화까지 만들 것이다. 나서주셔야 변화가 된다. (최란)

피해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말을 하고 싶다. 모두가 자신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일베에서 여친 인증사진을 올려 논란이 됐는데 사실 비일비재한 일이다. 일베가 아닌 일반 남초 커뮤니티에서도 불법 유출 영상을 공유하고, 개인 계정에서 몰래 퍼온 사진에 댓글을 달아 외모 품평을 한다. 몰래 퍼온 사진을 보고 공유하면서도 본인은 양진호가 아니라고 생각할거다. 자신의 행위가 정말 양진호와 다른지 스스로를 돌아봤으면 한다. (신지예) [워커스 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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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백BBC

    경쟁 단체 죽이고 운동성과 독식하려고 온갖 공작벌이는 한사성의 대표를 인터뷰하다니 박다솔 기자는 돌아가는 판을 모르고 있네. BBC는 디지털성범죄 활동의 공로를 인정해 DSO의 하예나를 올해의 여성 100인으로 선정했는데, 한사성이 마사지한 국내 언론들은 멋도 모르고 한사성이 다 하는줄 알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