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노자’ 아닌 똑같은 노동자, 사람입니다

세계이주노동자의 날 전국공동행동 열려...최임개악 공동대응 필요

“한국 사회 이주민 230만, 이주노동자 150만 시대, 그럼에도 억압과 착취는 계속되고 있다. 이주노동자가 일손을 멈추면 한국 사회도 멈춘다! 지금당장 모든 이주민의 권리를 보장하라!” - 세계이주노동자의 날 공동성명서 중

세계이주노동자의 날을 계기로 전국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노동권 신장을 위해 이주노동, 노동단체들이 전국공동행동을 벌였다.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이주공동행동, 민주노총은 16일 오후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이주노동자대회를 열고 이주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대회는 매년 12월 18일, UN이 정한 세계이주노동자의 날을 앞두고 열린 행사이다. 이 날을 전후해 세계 각국에선 이주노동자와 이주민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행동이 진행된다. 한국에서도 지난 십수 년 간 이주노동자의 날 집회 등 행사가 열렸다. 올해는 서울에서 열린 수도권 행사를 비롯해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권에서 공동행사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이들은 한국 정부가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근본적으로 가로막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또 사업장 이동의 자유 제한이나 강제단속 등의 문제와 함께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차등지급 시도에 대한 공동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컸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은 “한 달에 한 번도 쉬지 목하는 이주노동자들이 태반이다. 그러나 사업주의 불법행위를 부추기는 것은 고용노동부이다. 근로계약을 제대로 하지 않는 불법 고용주가 수두룩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이 불법이라고 한다. 강제노동 견디지 못해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등록을 포기하고 있다. 이 사정을 알면서도 정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강제추방하고 있다. 국회도 유엔이 채택한 이주노동자권리 협약을 아직까지 비준하고 있지 않다. 정부는 정주노동자와 이주노동자를 분열하고 있지만 우리는 단결해 이 탄압에 맞설 것이다. 당연한 권리는 인정돼야 한다. 그날이 올 때까지 투쟁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영섭 이주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은 “문재인 정부는 인권을 국정 과제로 삼아 많은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이주노동자에게는 이러한 온기가 전혀 전해지지 않는다. 살인적 강제 단속이 오히려 강화되고 있다. 미얀마 노동자의 추락 사망사건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법무부나 출입국관리소 등은 아직까지도 진상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이주노동자 최저임금을 차등지급하려는 중소기업에 정부가 맞장구를 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봉혜영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이주노동자의 문제는 이주노동자 문제만이 아니다. 최저임금 삭감은 가장 약한 고리이다. 이후 지역별, 사업별 차별 등 차등 지급이 계획되고 있는 것이다. 그 첫 번째 시도가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삭감이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는 이 시기 가장 중요한 구호 같다. 온힘을 모아 함께 싸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섹알마문 이주노조 수석부위원장은 “한국정부는 이주노동자 없이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그럼에도 이주노동자는 사장 말 안 들으면 언제든지 쫓겨나고 미등록으로 될 수 있다. 그런데 정부는 단속으로 해결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30년 동안이나 해결되지 않는 문제였다. 심지어 단속하면서 목숨까지 앗아가고 있다. 사람이 목숨을 잃었는데도 정부는 자기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이주노동자 문제를 알리고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이라고 강조했다.


대회에는 공장에서 일하는 한 이주노동자도 참가해 자신의 현실을 알렸다. 이주노조 조합원이라고 밝힌 그는 “새벽 4시 반부터 일을 시작한다. 쉬는 시간이 없다. 점심시간도 따로 없다. 잔업이 정확하게 계산되지 않고 임금에서 한 달에 100만 원이나 공제된다. 공장 내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도 크다. 한국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해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난민들의 노동권 문제도 함께 제기됐다. 초라 사회변혁노동자당 사회운동팀장은 재한이집트민주주의청년 소속 난민의 목소리를 전하며 “정부에 난민지위를 신청하면 임시 취업 비자로 3개월 마다 한 번 씩 사업장을 바꿔야 해 난민들은 위험한 장시간 저임금 노동에 내몰려 한국어조차 배우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된다”라며 “이주민, 난민들도 사람이다. 불법사람이 아니라 사람을 불법으로 만드는 법 자체가 불법”이라고 지적했다.

명숙 세계인권선언 70주년 인권주간 조직위원은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겪으며 세계인권선언이 만들어졌지만 인권의 현실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권의 보편성은 예외를 만드는 것이 아닌데도 정부는 이주노동자, 난민에 대해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 이것은 저임금 노동력을 원하는 국가와 자본의 입장이다. 이주노동은 국가 간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인권의 문제이다. 이주노동자, 난민에 대한 혐오에 맞서 단호히 대응하자”고 제안했다.

한편, 참가단체들은 이날 대회를 통해 인간의 존엄과 평등에 근거한 이주노동자 8대 권리를 선언했다. 이 선언은 이주노동자는 국적, 인종, 종교, 성별, 체류자격에 구별없이 평등한 인권을 갖는다는 기본권을 비롯해, 건강권, 사업장 이동권, 주거권, 노동조합 활동에 대한 참여권 등으로 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