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안전상 수상한 서부발전, 살인죄로 고발당해

산재 사망 나도 노동자 탓…하청 노동자에 대한 처벌 수위만 강화해

‘글로벌 수준의 안전최우선 문화 조성’을 자랑하는 한국서부발전이 살인죄,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 등으로 고소ㆍ고발당했다.

[출처: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와 유가족은 8일 오전 고 김용균 씨 죽음에 책임이 있는 원청 한국서부발전(주) 회사와 대표 등 관계자 12명,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주) 회사와 대표 및 관계자 6명 등 총 2개의 법인과 관계자 18명을 고소ㆍ고발했다.

유족과 시민대책위는 법인 및 관계자들에게 살인죄, 산업안전보건법위반죄를 적용하는 한편, 업무상과실치사죄 등도 보충적으로 적용해 대전지방검찰청 서산지청에 고소ㆍ고발장을 제출했다.

시민대책위 법률지원단장 송영섭 변호사는 “사측은 고인과 같은 컨베이어 운전원들이 슈트의 개구부 안으로 들어가 설비 점검 및 낙탄제거 업무를 하다가 컨베이어 벨트나 로울러에 신체 일부가 접촉되는 순간 협착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라면서 “현장 노동자들의 근무형태 및 작업방식과 설비에 대한 적극적인 개선 요구를 거부했다는 점에서, 적어도 현장 노동자의 작업과정에서의 사고발생과 그로 인한 사망의 결과 발생에 대해 용인했다는 점에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성립한다”라고 밝혔다.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 씨도 ‘기업살인’임을 강조했다. 김 씨는 “이것은 기업살인이다. 살인을 저지른 책임자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처벌하는 게 마땅하다”고 호소했다. 고인의 아버지 김해기 씨도 “우리 아들이 국가 공공기관에서 일하다 원통하게 죽었다”라면서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해 고소한다. 강력하게 처벌해서 원한을 풀어냈으면 좋겠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성립을 주장하는 유족과 시민대책위는 과거의 사례를 들어 원청인 서부발전이 작업과정에서 인사사고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2004년 9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 벨트에 작업자의 양팔이 끼어 중상(화상)을 입는 사고, 2014년 11월 충남 보령화력발전소에서도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가 컨베이어 벨트에 협착돼 사망한 사고, 2017년 11월 태안화력 3호기 보일러 정비현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가 기계에 협착돼 사망한 사고 등 동종·유사의 사건이 지속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컨베이어 운전원들이 작업지침서와 달리 1명이 정해진 구역을 담당하고 있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인 1조로 운영하기 위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설비 가동 중 점검 작업 및 낙탄 제거작업을 지시하고, 벨트와 회전축이 위험하게 노출된 채로 둔 것 등을 들어 노동자에 대한 안전배려의무 내지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업무상 과실치사죄까지 성립한다고 밝혔다.

산업안전보건법위반 사항으로는 △안전조치 미이행으로 인한 사망(분진 흩날림 방지, 조도 확보 소홀 등) △도급인의 산재예방조치 미이행(현장운전원들의 설비개선 요구 무시) △작업중지의무 위반(중대재해 발생 후 안전보건 조치 미이행) △고용노동부 작업중지 명령 위반(노동부의 작업중지 명령 이후 작업중지 대상 컨베이어 벨트 가동) △중대재해 발생현장 훼손(김용균 씨 사고 후 하도급 업체 노동자들에게 사고현장 청소 지시) 등을 들고 있다.

산재사망 끊이지 않는데 안전경영대상에 대통령상까지?

한편, 서부발전은 살인죄로 고소, 고발을 당하기 직전까지 <2018년도 안전ㆍ재난관리 실태 특정감사 결과 보고>를 통해 서부발전의 안전관리가 글로벌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치하한 바 있다.

실제 한국서부발전(이하 서부발전)은 한국경영인증원이 주관하는 글로벌 스탠다드 안전경영대상 2년 연속 수상, 전력그룹사 유일 ‘2016년 대한민국 안전대상’ 국무총리상 수상을 포함해 국가기반체계 재난관리평가 대통령상 수상 및 3회 연속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이에 이태성 시민대책위 언론팀장은 “지난해 산재 사망사고 이후에도 (서부발전은) 산재보험료를 감면받고, 경영평가도 잘 받아 인센티브도 챙겼다”라며 “발전소 산재 사고에 있어 모든 책임은 하청이 지고, 원청엔 책임이 전혀 지워지지 않는 부분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서부발전은 위 보고서에서 발전사 최초로 현장중심의 안전수칙인 ‘필수안전수칙’(WP STAR 10) 제정했다는 점을 성과로 꼽고 있다. 이 수칙을 만들어 재해율이 50% 감소했다고 홍보하지만 현장의 증언은 이와 다르다.

이태성 팀장은 “이번 고소ㆍ고발 내용에서 보다시피 산업안전보건기준을 다수 위반하고 있으며, 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자의 요구를 묵살했다”라며 “2017년 11월 충남 보령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사망한 후 만들어진 이 수칙은 안전관리 책임을 전적으로 하청노동자 개인에게 돌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적절한 안전 조치 대신 처벌 강화

실제 서부발전은 하청 노동자 개인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면서 산재 사고를 줄이려 한 것으로 보인다. 서부발전은 같은 보고서에서 “최근 6년간 우리 회사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는 전체 산업재해의 96%(56/58건)가 협력업체인 도급사(하도급사)에서 발생하고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들의 꼽은 주요 재해발생 원인은 ‘작업 중 부주의(23건)’, ‘절차 미준수(19건)’. ‘장비불량(14건)’, 기타(2건) 등으로 대부분 작업자 개인의 행위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필수안전수칙(WP STAR 10) [출처: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

2017년 11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사망한 후 만들어졌다는 이 수칙엔 작업자가 1회 이상 수칙을 위반하면 바로 퇴출당하도록 돼 있다. 작업반원이 2회 이상 수칙을 위반하면 작업반 전원이 퇴출된다. 이 모든 징계는 하청업체 및 하청업체 노동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2017년 11월 하청 노동자 사망 사고 후엔 태안발전본부 1발전처 소속에서 2명이 ‘현장안전 관리 감독 소홀’로 징계를 받고 ‘안전관리 및 지휘감독 책임’으로 1명이 주의를 받는 것에 그쳤다.

한편, 고 김용균 씨의 죽음이 한 달이 되어가는 시점에서 정부에 근본적 대책을 요구하는 비정규직 목소리가 모일 예정이다.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은 오는 9일 12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에 김 씨와 같은 억울한 죽음을 막기 위한, 비정규직을 철폐하기 위한 근본 대책을 요구하고, 이를 위한 투쟁계획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