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의 5개 질문, 대통령에게 닿을 수 있을까?

각계 비정규직 노동자 모여 18일, 19일 연대 투쟁 제안

각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다시 한번 만남을 요구했다. 고 김용균 씨가 죽은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사망에 대한 진상규명도 책임자 처벌도 안전의 외주화 문제도 선뜻 해결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은 9일 낮 12시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에게 묻는 다섯 가지 질문을 발표했다. 오는 10일 예정된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 맞추어 비정규직 현안을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질의한 것이다.

다섯 가지 질문은 △유족이 요구하는 책임자 처벌과 재발방지 대책에 대한 입장 △OECD 국가 중 정규직 전환율이 꼴찌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간제법과 파견법에 대한 입장 △한국지엠, 현대기아차, 아사히글라스 등 불법파견 사업장의 문제를 바로잡을 의사가 있는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과 노조법 2조 개정을 통한 특수고용노동자 및 기간제교사의 노동 3권을 보장할 의사가 있는지 △가장 위험한 곳에서, 가장 힘들게 일하고 있는 각계각층의 비정규직 노동자 100명과는 만나서 대화할 생각이 없는지 등이다.

이들은 “18일과 19일 1박 2일 동안 위험의 외주화 중단과 상시업무 노동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 산재 사고 시 원청 책임자 처벌, 반쪽짜리 산업법 개정안을 넘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며 싸울 것”이라며 “‘내가 김용균’이라고 생각하는 많은 비정규직들에게 함께 하자고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18일부터 1박 2일 청와대 앞 농성을 기획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엔 각계각층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참가해 비정규직 노동의 위험성과 법과 제도에 의해 소외된 상황 등을 증언했다.

신대원 공공운수노조 한국발전기술지부장은 “우리 지부의 소중한 동지였던 용균이의 사고 소식을 접한 지 딱 한 달이 됐다. 책임자 처벌도 안 되고 진상 규명도 불투명해 동료와 유족 모두에게 고통스러운 시간이었다”라며 “발전사들이 사고가 났던 동일 설비를 개선한다고 아우성이라고 하는데 진작 노동자의 요구를 받아들였더라면 이런 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다. 눈가리기식 행정을 제발 멈추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신 지부장은 “정규직 전환, 노동자 직접고용, 예산확보, 인력확충, 2인 1조 매뉴얼 등을 말만 하지 말고 실천하라”라며 “정부가 개입해 확실하게 마무리 지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영철 건설노조 부위원장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했다. 이 부위원장은 “하루에 2명씩 죽는다고 하는 건설 노동자의 죽음은 너무나 많아 신문기사에도 단 한 줄로 전해질 뿐”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 산재 사망을 반으로 줄이겠다고 하는데 과연 의지가 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고 의심했다.

이 부위원장은 “건설현장 수많은 산재에도 어느 원청 건설사 하나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다. 단순히 건설노동자가 안전 규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하는데 원청이 제대로만 처벌된다면 건설 현장 산재사고는 반 이상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병훈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전주지회장은 “노조를 한다는 이유로 노동자에 대한 탄압, 고소고발, 해고가 무자비로 일어나지만 15년 동안 불법파견을 저질러온 현대기아차 정몽구 회장이나 정의선 부회장은 아무 처벌도 받고 있지 않다”라며 “대통령이 불법파견 문제와 10대 재벌의 불법 문제만 해결하면 좋은 일자리 40만 개가 창출할 수 있다고 했는데 우선 정몽구부터 분명히 처벌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일 중소ㆍ벤처기업인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대해 투자활성화를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문 대통령은 “(향후) 대기업, 소상공인, 노동계 등 다양한 경제주체들을 차례로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엔 ‘주요기업인과의 호프미팅’을 열고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구본준 엘지(LG) 부회장 등 기업인 8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일자리 창출을 비롯한 경제 현안을 논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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