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로 들어간 관변단체…원하청에 두번 쥐어짜인 김용균들

[기획②]서부발전 주요 하청업체 한전산업개발, 금화PSC 경영진 톺아보다

[편집자주]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가 사망한 지 이제 한 달이 돼 간다. 살아있었다면 25살을 맞이했을 그는 우리 사회에 ‘위험의 외주화’라는 숙제를 던지고 떠났다. 지난 한 달은 그 숙제를 풀기는커녕, 추모하기에도 모자란 시간이었다. 그 사이 원청인 서부발전은 김용균을 앗아간 그 컨베이어 벨트를 다시 돌리겠다고 야단이고, 노동부는 노동자의 목소리는 외면하면서 서부발전의 이해에만 귀를 기울이고 있다.

<참세상>은 서부발전의 주요 하청업체들의 연혁과 임원진들을 살펴보며 몇몇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중심으로 하청구조가 재생산되고 있음을 파악했다. 공공 사업은 대기업으로 넘어갔고, 공기업 퇴직 임원들은 민영화 된 기업으로 넘어가 안락한 자리를 꿰찼다. 첫 기사에선 김 씨가 소속돼 있던 한국발전기술의 민영화 과정을 살피고, 두번째 기사에선 서부발전의 다른 주요 하청업체 사례들을 살펴보도록 한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서부발전의 협력업체 50여 개 중 주요 하청업체로는 한국발전기술을 제외하고 한전산업개발, 금화PSC가 있다. 한국전력의 자회사였던 한전산업개발은 연로 및 환경설비 운전, 기계전기 정비 업무를 담당하고 금화PSC는 보일러, 발전 설비 관련 경상정비공사를 담당하고 있다.

이들 하청업체의 임원진들 역시 한국발전기술처럼 한국전력, 5개 발전소 출신이 많다. 한전산업개발의 경우 민영화 된 이후에도 한전이 일정 지분을 갖고 임원 임명권을 갖고 있지만, 지분이 없는 금화PSC의 경우에도 퇴직한 공기업 출신들이 눈에 띄었다.

한전의 자회사였던 한전산업개발은 한전이 위험해 기피하는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1990년 세워졌다. 이후 연료설비 운전과 비산먼지ㆍ자연발화 예방 업무는 한전산업개발로 외주화됐다. 그러다 정부의 민영화 정책에 의해 2003년 민영화됐는데 당시 한전은 한국자유총연맹에 한전산업개발 지분 51%를 매각했다. 한국자유총연맹은 국내 대표적인 관변단체다.

한국자유총연맹이 최대 주주가 된 이후 한전산업개발은 낙하산 인사, 경영진 배임, ’먹튀’ 논란 등 각종 구설수에 오르내린다. 한국자유총연맹은 2010년 주식시장에 한전산업개발을 상장하면서 이미 시장에 지분 20%를 내놨는데 2012년, 남은 지분의 31%를 민간에 매각하려다 ‘먹튀’ 논란을 일으켰다. 그 시기까지 최대주주로 있으면서 한국자유총연맹이 챙긴 배당금은 977억 원에 달했고, 한라그룹컨소시엄에 매각하려는 31%의 지분은 가치는 약 870억 원이었다. 2003년 한전산업개발의 지분 51%를 700억 원에 매입했던 것과 비교하면 투자대비 300%에 가까운 수익을 얻은 것이었다. 그 700억 원 마저 대부분 빌린 돈으로 자기 자본은 6억6000만 원에 불과했다.

노조가 극렬하게 반대하고 마땅한 매수자를 찾지 못하면서 결국 현재까지 한국자유총연맹은 31%의 지분으로 최대주주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전력은 29%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 지분으로 한국자유총연맹은 한전산업개발의 5명의 임원을, 한국전력은 4명의 임원을 선임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대표이사를 포함해 12명의 임원 중 4명이 한국전력공사 출신이다. 등기이사의 1인당 평균 보수액은 1억 6천만 원이 넘는다.

이밖에도 한전과 한국자유총연맹 관련 인사들이 한전산업개발에 대거 취직한 것도 드러났다. 한국전력에 근무하는 남편이 부인을 추천해서 확인된 것만 158명이나 함께 근무하는 것이 드러났고, 전직 국무총리와 현직 광역시장, 전직 국회의원들의 인사 추천 명단이 발견되기도 했다.

한국자유총연맹은 인사전횡을 휘두르기도 했다. 한국자유총연맹 당시 김경재 총재는 2016년 12월 한전산업개발에 뇌물 전과 전력이 있는 고교 후배인 주복원 씨를 한전산업개발의 대표이사 자리에 앉혔다. 주복원 씨는 한전산업개발에 2016년 5월 사내이사에 등재됐을 때도 뇌물 사건 등에 연루돼 잡음이 많았다. 그 다음해 경찰은 김경재 총재가 사장 인사를 조건으로 주복원 대표이사로부터 수천만 원을 건넸다는 진술을 받아 김 총재를 조사하기도 했다. 이밖에도 김 총재는 측근 10여 명을 한전산업개발에 취직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연 매출 3370억 원(2017년 기준)의 알짜 회사로 불리지만 노동자들이 손에 쥔 임금은 보잘것없었다. 한전산업개발 출신의 한 관계자는 “회사가 입맛에 맞는 위원장을 노조 대표로 세우기도 했고, 실제 설계된 임금 원가보다 훨씬 못한 금액을 받았다. 인상 인상률은 2% 내외였다”라며 “이 같은 문제는 하청업체 노동자들 대부분이 겪고 있다. 김용균 씨가 받은 월급은 야간 근무를 포함해 165만 원으로 최저임금보다 8만 원밖에 안 높다. 실제 설계금액은 440만 원인데 이 차익은 다 원청이나 하청업체로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하청 구조에 따른 입찰 굴레 속에선 매번 3년마다 한 번씩 이 회사 저 회사로 떠돌 수밖에 없다”라며 “발전사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다 발전사에 소속된 노동자로 바뀌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발전노조 파괴자, 발전소 협력업체 등기임원으로

금화PSC는 서부발전으로부터 2016년 태안, 서인천 기전설비 경상정비공사로 315억 원의 계약을 따내는 등 가장 높은 금액대의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업체다. 정비 업무는 화력발전의 안전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지만, 2009년 정비시장 개방 이후 금화PSC를 비롯한 민간기업이 잠식하고 있다.

민간기업에 맡겨진 정비 업무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돌아간다. 회사는 정비 인력이 부족하면 급하게 구인광고를 내거나 일용직을 모집해 현장에 투입한다. <공공부문 소속 외 근로자 근로조건 사례조사>에 따르면 정비 담당 민간기업으로부터 재위탁받은 하도급업체 소속 직원들은 독성물질 노출, 감전사고, 화재사고 등 다양한 산재에 노출돼 있다.

금화PSC의 7명의 등기임원들은 직간접적으로 한전과 5개 발전소의 관련자들이다. 정도정 대표이사는 한국동서발전 출신으로 당진화력본부장, 동해화력발전처장, 동서발전 감사실장 등을 역임했다. 한전과 동서발전을 거친 임원, 남동발전 출신 임원이 한 명 있으며 금화PSC의 계열사인 엔에스컴퍼니엔 발전노조파괴 핵심 인물로 지목된 이길구 동서발전 전 사장이 임원으로 있는 등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2017년 11월 15일 태안화력 3호기 보일러 정비현장에서 기계 협착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는 금화PSC의 하도급업체 엔에스컴퍼니 소속 노동자였다. 2017년 11월 2일엔 남부발전의 삼척그린파워 1호기 보일러 안에서 하청업체 노동자가 15미터 높이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이 노동자 역시 금화PSC의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발전노조 관계자는 “영흥화력발전소에도 금화PSC가 들어와 있는데 영흥화력발전소 출신이 금화PSC의 소장을 하고 있었다. 발전소 고위직이 자회사나 협력업체로 들어가면 자기가 거느리던 직원들을 상대로 각종 요구를 쉽게 하게 되고, 무마시켜달라는 청탁까지 한다. 옥상옥 구조가 되는 것이다. 그런 식으로 일을 하니 발전소 업무가 엉망이 될 수밖에 없다”라고 비판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이 관계자는 발전소의 외주화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을 강조하며 “생명과 안전에 관련된, 상시지속업무에 대해선 직접고용 약속을 지켜야 하는데 정부가 내놓는 자회사 방안은 앞선 전력 사업의 역사에서 보듯이 정권이 바뀌거나 여건이 바뀌면 얼마든지 처분 가능한 구조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고위 공무원이 퇴직 후 공기업이나 유관기관에 재취업해 요직을 독점하는 현상을 ‘관피아’라고 부른다. 이들은 각종 비리의 고리로, 비리는 대형 사고로 이어져 관료 사회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지난 세월호 참사 이후부터 꾸준히 있었다. 그렇다면 이들을 관피아라고 볼 순 없을까?

송유나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원은 발전사에서 하청업체로 넘어온 인사들을 ‘관피아’라고 하긴 어렵지만 분명 ‘공기업의 오래된 적폐’는 맞다고 지적했다. 한전이나 6개 발전사를 비롯한 한전 자회사들은 아웃소싱 업체들에 일감을 몰아주고, 퇴직 후 일자리를 보존했다는 것.

송 연구원은 “정부의 재정은 기업으로 흘러 들어가는데, 부도덕한 경영진에 의해 비용이 절감되면 이 돈은 사실상 사유화되는 것”이라며 “노동자가 참혹하게 죽는 사고를 막고, 안전하고 안정적인 좋은 일자리를 재생산하기 위해선 아웃소싱 업체들의 직영화부터 시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송 연구원은 또 “현재의 전력 산업은 중단된 민영화의 과도기적 형태를 띠고 있는, 노동시장으로 보면 최악의 형태로 왜곡돼 있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전력 산업 전반을 공공적이고 친노동적인 체제로 재편하는 작업은 결국 탈원전, 탈석탄과도 연관이 되는 문제로, 에너지 전환 정책까지 포함해 전력 산업 전반의 시스템 재구조화를 이뤄야 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