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두라스에서 시작된 미국의 셧다운...‘펜타곤 공화국’을 아시나요

[기획②]중미 난민 엑소더스와 미국 셧다운의 진실

온두라스에선 18시간마다 여성 1명이 살해된다. 인구에 비례하면, 10만 명당 12명이 사망하는 셈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10만 명당 8.8명 이상이 사망하는 경우를 전염병으로 간주한다. 그럼에도 수사가 진행되는 경우는 드물다. 2014년에는 단 1%뿐이었다. 2017년 페미사이드로 부모를 잃은 아이는 17,000명에 달했다. 온두라스에서 여성 살해는 뿌리 깊은 빈곤과 폭력 속에서 더욱 심각하게 일어나고 있다.

10월 중순, 온두라스에서 미국으로 난민 캐러밴 행렬을 떠난 아이들 중에도 엄마를 잃은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빈곤과 폭력을 피해 미국 국경을 향해 수천 킬로미터를 필사적으로 지나왔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들이 범죄자라며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국경을 세워 막아야 한다고 으르렁대고 있다. 그러나 온두라스에서 이들이 살 수 있는 미래와 희망을 빼앗은 것은 바로 미국이라고 관찰자들은 지적한다.

  미국 국경으로 향하는 온두라스 등 난민 행렬 [출처: desinformemonos.org]

U.S.S. 온두라스, 펜타곤 공화국

온두라스에 미군이 주둔한 때는 1890년대부터였다. 미국은 아메리카에서 19세기 제국주의 패권 전쟁에 승리한 뒤 온두라스 경제와 정치를 장악해 갔다. 가장 먼저 진출한 미국 바나나 기업은 온두라스의 전통 농업과 환경을 파괴하며 도로를 내고 금융 등 미국식 경제시스템을 이식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온두라스 정부 당국자를 뇌물로 샀다. 결과적으로 온두라스는 단일 생산 경제로 개조되고 카리브 해안은 미국 뉴올리언스와 뉴욕, 이후에는 보스턴으로 바나나를 실어 나르는 통로이자 미국이 사실상 관리하는 영토가 됐다.

1914년 미국 바나나 기업이 소유한 온두라스 토지는 약 100만 에이커(약 12억2400만 평)에 이른다. 땅 중에서도 가장 좋은 옥토였다. 미국 기업 소유의 토지는 1920년대를 지나며 더욱 불어났다. 어디서든 소농들은 “곡식을 심을 땅이 없다”고 말했다. 광산도 미국 기업의 손에 들어갔다. 그리고 미국은 온두라스 정치가 불안해질 때면 정치적으로든 군사적으로든 적극적으로 개입해 자기 기업의 이익을 방어했다.

1950년대 냉전시대 미국의 지정학적 이해관계 아래, 온두라스 정권은 미국의 선진화된 경제 모델을 추구한다는 명목으로 산업근대화에 나섰다. 이 근대화 프로젝트 속에서 온두라스는 바나나 수출에 대한 의존을 줄이기 위해, 밀, 면화, 커피, 설탕, 목재와 담배 등 생산을 확대하면서 경제 호황기를 맞는다. 이때 온두라스에서 경제 활동 인구의 83.1%가 농업 부문에서 일할 만큼 많은 일자리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 노동력 중 44.8%는 무급 가계 노동에 의해 공급됐다. 다국적 농기업이 시골 원주민 가정의 저임금 노동을 특히 선호했고 이는 그들의 이익을 향상시키는 데 유리했다.

미국이 온두라스에 개입하는 방식은 두 가지였다. 위로부터는 군부가 장악한 정부를 세워 사회를 통제하는 한편, 아래로부턴 토지소유주의 이해를 방어하면서 이들이 직접 용병을 고용해 노동자를 억제하도록 했다. 그리고 이 같은 이중 억압은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온두라스 개입이 최고조에 달한 건 19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집권 기간이다. 당시, 온두라스는 ‘U.S.S. 온두라스’ 또는 ‘펜타곤 공화국’이라고 불릴 만큼 미국의 개입이 극에 달했다. 여기서 레이건 정부는 이웃 니카라과의 좌파 산디니스타 정부를 전복시키고 지역운동을 억압하기 위해 그리고 이를 수행할 ‘반군’을 지원하기 위해 이 작전과 훈련을 수행했다.

미국은 지역에서 확산하는 반란을 억압하기 위해 온두라스에서도 미군 기지와 시설을 늘렸다. 온두라스는 군사화됐으며 이에 반대하는 저항운동이 늘자 차례로 정치적 억압을 심화해 암살과 실종, 불법 구금의 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레이건 정부는 또 당시 미국의 신자유주의 모델을 제3세계에 이식하기 위한 ‘워싱턴 컨센서스’ 아래 온두라스 경제 구조조정을 강행했다. 미국 기업의 이익을 위해 추진된 이 기조를 통해 미국은 이미 1970년대부터 시작된 자유무역지대 등을 통해 온두라스의 시장 개방을 확대하고 기업 규제를 완화하며 제조업 등 수출 중심 경제를 안착시켰다. 이러한 조치로 온두라스는 미국 자본의 이익에 더욱 종속됐으며 그나마 유지되던 전통적인 농업은 붕괴되고 이미 약한 사회안전망도 더욱 후퇴됐다.

‘진보적인’ 오바마의 쿠데타와 대탈출

온두라스에선 인권 침해와 빈곤이 날로 늘었다. 그 과정에서 원주민과 풀뿌리 사회운동의 저항을 통해 민주 세력이 집권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들 또한 미국이 개입하고 후원한 군부의 쿠데타로 집권 3년 만에 다시 우파 정권에 쫓겨났다.

2006년 대선에서 승리한 자유주의 개혁주의자 마누엘 셀라야 대통령은 빈곤율 7.7% 포인트, 극빈곤층을 20.9% 포인트까지 떨어뜨리고, 법정 최저임금을 하루 6달러에서 9달러 60센트로 60% 인상했다. 또 다국적기업과 대기업의 특권과 착취를 금지하는 한편 미국식 신자유주의 정책의 수정을 추진했으며, 여성의 피임을 허용하는 등의 진보적인 조치를 취했다. 그는 또 군사정권 기간 작성된 헌법을 대신할 제헌의회를 수립하는 국민투표를 진행하고자 했다. 그러나 이 나라 집권층은 이를 허용하지 않았고 결국 2009년 6월 군사쿠데타로 그를 전복하게 된다.

레이건에 이어 소위 ‘진보적인’ 오바마 정부 또한 이 지역 패권을 유지하고 미국 기업의 이익을 방어하기 위해 온두라스 쿠데타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는 셀라야 대통령 축출을 공식적으로 비난하기는 했지만 ‘쿠데타’라는 말은 사용하지 않았다. 미국이 이 정변을 ‘쿠데타’로 인정하는 순간 군부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당시 힐러리 국무장관 또한 모순적으로 “온두라스 사태의 평화적 해결과 헌법 질서의 회복”을 촉구하면서도 셀라야 대통령이 복권하지 못하도록 애를 썼다. 아메리카 35개국이 구성한 정치 단체 미주기구(OAS) 등 국제사회는 이 쿠데타를 일제히 비난했지만 온두라스와 미국의 관계가 달라지지는 않았다.

쿠데타 이후 군부는 수천 명을 투옥하고 살해하면서 정치를 다시 장악했고 부정선거 논란 끝에 다시 자신이 후원하는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정권을 세웠다. 이 정권도 물론 다시 미국의 지지를 받았다.

쿠데타 이후 살인과 범죄는 더욱 심각해졌다. 한 인권 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2008년 125건이었던 살인 사건은 2010년 2,700건으로 늘어났다. 특히 살인사건은 야권 정치인, 인권 및 환경 활동가를 대상으로 더욱 증가했다. 또 2010-2012년 사이, 빈곤율은 13.2%까지, 극빈곤층은 26.3%까지 늘었다.

미국과 온두라스 사이에 맺어진 강력한 군사적 관계도 지속되고 있다. 미국은 ‘마약과의 전쟁’과 인도적 지원을 제공한다는 빌미로 미국 군대를 계속 주둔시키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후원하는 우파 정부의 비호 아래 조직적인 범죄 및 마약 밀매와 경찰 조직은 서로 연결돼 여전히 온두라스를 통제하고 있을 뿐이다. 정치적 동기에 의한 암살이 여전하지만 거의 처벌되지 않는다. 2017년, 비정부 기구 ‘글로벌위트니스’는 온두라스에서 환경활동가가 가장 많이 암살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도 오바마 전 정부를 비판하고 이제는 국경을 세우겠다고 주장하지만 온두라스 군부에 대한 정책은 변함이 없다. 지난 2017년 2월 실시된 후안 오를란도 에르난데스 재선 또한 트럼프 정부의 지지 속에서 이뤄졌다.

현재 온두라스는 이 지역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다. 인구의 70%가 빈곤하다. 온두라스 노동부의 2018년 최저임금 통계에 따르면, 농업부문 노동자의 평균 임금은 하루 9.1달러, 해외수출 산업 노동자의 평균임금은 하루 9.8달러였다. 기본 생계비가 월 345달러라고 가정하면, 5인 가구 평균, 농업 부문 노동자는 한 달에 38일, 산업 부문 노동자는 35일을 일해야 한다. 또 쿠데타 이후 1년만에 49만 명이 온두라스를 등졌고 지난해에는 60만 명이 이 나라를 떠났다.

진보적인 중남미 뉴스전문 위성채널 <텔레수르>는 미국이 자신의 이해를 관철하기 위해 온두라스 등 라틴아메리카에서 수행한 조치를 다음과 같이 기록한다.

1. 미국 정치경제적 이해에 복무하는 대가로 우익 정권을 설치하고 자금을 지원
2. 내부 저항을 탄압하기 위한 경찰 및 군대 재정 지원과 훈련
3. 원주민과 소농을 억압하고 테러하며 살해하는 준군사 세력 지원
4. 천연 자원 수탈을 위해 토지 강탈
5. 고금리 대출을 통해 미국에 대한 재정의존 확대
6. 미디어 통제와 미국 정치인을 지지하는 강력한 도시 우익 창출
7. 시민단체와 기독교, 학교, 서적, 티비 프로그램 재정 지원 등을 통해 저항 통제
8. 미국 기업을 위한 공공서비스와 교육 사유화
9. 미국 국경 봉쇄와 미국 내외 이민 범죄화
10. 고 물가로 필수품 및 서비스에 대한 이용을 통제하며 내수시장 장악
11. 미국 헤게모니를 위협할 수 있는 선거 후보자 범죄화
12. 어떤 환경적 책임도 없이 동식물을 파괴하고 토지와 자원 수탈
13. 노동권을 해치는 노동법 개편과 정부에 IMF에 더 많은 돈을 지원하도록 압박
14. 미국의 ‘적’을 통제할 수 있는 정교한 정보 프로그램 이식


[참고자료]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54769
https://www.zedbooks.net/blog/posts/honduras-obama-drugs-war/
https://www.telesurenglish.net/analysis/Decades-of-Traumatizing-US-Imperialism-Ignited-Migrants-Exodus-20181121-0029.html
https://www.telesurenglish.net/opinion/The-US-Responsibility-in-Visible-and-Nonvisible-Migration-20181114-0031.html
https://www.democracynow.org/2018/12/31/noam_chomsky_members_of_migrant_caravan
https://www.telesurenglish.net/opinion/Honduras-How-US-Policy-Set-The-Stage-For-Todays-Migration-20190101-0022.html
https://www.telesurenglish.net/news/Another-Lawyer-Killed-In-Honduras-153-Since-2002-20181204-0022.html
https://www.telesurenglish.net/news/UN-Machismo-in-Honduras-Driving-Epidemic-of-Femicides-20181128-001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