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균 빈소 다녀간 이낙연 총리…실망만 남긴 발걸음

“같은 이야기 반복… 정규직 전환 문제 뒤로 하자는 것인가?”

이낙연 국무총리가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진 고 김용균의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 총리는 이날 고 김용균 씨의 유가족, ‘청년 비정규직 고 김용균 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을 만나 정부 대책의 비판적인 목소리를 경청했으나, 진전된 대책을 내놓진 않았다.


고 김용균 씨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이 총리가 모습을 드러낸 건 오후 1시 15분 경이다. 이 총리는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과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을 대동하고 빈소를 찾았다. 시민대책위도 한 시간 전에 소식을 들었을 만큼 갑작스러운 방문이었다. 다른 비정규직 노동자를 만나고 있던 김용균의 유족과 어제부터 단식을 시작한 시민대책위 대표자들은 급하게 빈소를 찾아 이 총리를 만날 수 있었다.


조문을 마친 이 총리는 유족 김미숙 씨의 손을 잡고 위로했다. 이후 빈소에서 시민대책위 관계자, 고 김용균 씨의 동료 등의 이야기를 듣고 정부의 입장을 설명했다.

이 총리는 이번 사태의 세 가지 해결 방법을 제시하며 계속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사고 자체의 처리와 재발방지, 산업안전법 개정안 후속조치, 발전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 세 줄기의 재발방지 대책을 약속드리겠다”라면서 “각 부서에서 검토가 진행 중이다. 하지만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의 문제의 경우) 지자체, 공공기관의 동의를 얻는 문제도 있기에 그런 대화를 촉진시키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시민대책위는 고 김용균 씨의 장례를 설 전에 치러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전제될 것은 정부의 발전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결단이라고 밝혔다. 시민대책위는 또 재발 방지 대책의 핵심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라고 강조했다.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공공부문에서 정규직 전환이 되는 곳도 있고, 안 되는 곳도 있지만 유독 산업통산자원부 산하에서 직고용되는 사례가 저조하다”라면서 “외주화 문제가 이토록 심각한데 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에서만 정규직 전환이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는 “문 대통령이 처음 취임하자마자 인천공항에 방문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선언한 지 벌써 20개월이 지났는데 그동안 발전사 비정규직 5400명 가운데 고작 30명만 정규직이 됐다”라며 “공공기관이 이렇게 말을 안 듣는 건 항명이 아닌가.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까지 포함해 한 시간 면담을 요청한다. 그 자리에서 신속히 해결하자”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 총리는 발전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문제가 빨리 해결되긴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총리는 “민간과 공공이 경쟁하고 있는 파견 형태에 대해 잘못 건드리면 민간 쪽 피해가 생길 수 있어 그런 문제를 포함해 생각해야한다”라며 “정규직 전환도 중요하지만 회사가 도산하고 직장 잃을 피해가 생길 수 있다.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이 그것도 원하진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공공-민간 경쟁체제로 돼 있는 문제가 있어 민간에 대해 권고는 할 수 있지만 강제할 수 없는 것이다. 공공만 끌어안을 수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태연 사회변혁노동자당 대표는 “정규직화를 단계적 문제라는 말로 유보해놓고 장례 치르자 하는 건 또 다른 죽음을 남겨두는 것”이라며 “공공기관조차 비용을 아끼기 위해 위험 업무를 외주화시킨 문제가 이미 공고해졌다며 이 구조를 깨기 위해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반드시 이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총리와의 짧은 대화를 마친 시민대책위 대표자들은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면피책’이라고 비판받던 기존의 정부 입장에서 진전된 부분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김태연 대표는 “어제 김용균의 빈소를 태안에서 서울로 옮기고, 대표자들이 단식을 시작하면서 조금 더 진전된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실망스럽다”라며 “이 총리는 오늘 발전사 업무가 민간으로 넘어간 부분을 이야기하면서 기업 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도 했는데 그럼 정규직 전환 문제를 뒤로 돌리고 장례를 치르자는 것이냐”라고 비판했다.


이 총리는 약 25분간 이야기를 나누다 빈소를 떠났다. 이후 남은 차관들이 유족, 시민대책위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진행했다.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도 산업통상부 차관은 경상정비 업무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은 한번에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이야기를 했다”라며 “진전된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라고 말했다.

시민대책위는 발전소에서 연료환경설비운전(2400명), 경상정비(3000명)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5,400명 정도가 정규직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요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