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 대규모 구조조정 사태…“문재인 정부, 책임 방기”

비판사회학회·한국사회경제학회 “이것이 ‘사람 중심’ 정책인가”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강사 대규모 구조조정 사태가 계속되는 가운데, 비판사회학회, 한국사회경제학회가 문재인 정부의 책임을 강하게 물었다.

앞서 지난해 11월 강사의 법적 지위와 처우를 개선하는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이 통과됐다. 대학들은 오는 8월 법 시행 전까지 강사를 줄여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이유에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이에 비판사회학회는 지난 19일 “10만 명에 가까운 대학 강의의 절반 가까이 감당하고 있는 비정규교수의 삶은 강사법 시행령 준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안 속에 있다”며 “이는 대학들이 보이는 은밀하면서도 가혹한 강사해고 움직임 때문이다. 그런데 구조조정은 강사를 괴롭힐 뿐 아니라 △졸업학점 축소 △교양이수학점 감축 △폐강기준 완화 △전임교원 강의시수 확대 등 반교육, 반연구적 조치들이 알려지고 있다. 더 이상 대학은 학문도 연구도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곳”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 교육부는 강사법이 학문 후속 세대 연구 안전망의 출발점이 되도록 강사의 실질적 교원 지위를 확보해주느냐, 비정규교수를 길거리로 내모느냐 갈림길에 서 있다”라며 “강사 대책은 단순히 빈곤한 강사에게 돈 몇 푼 더 주는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대학생을 교육권뿐 아니라 미래 학문 후속 세대의 연구 역량을 보장하고 대학의 몰락을 막는 중요한 정책”이라고 전했다.

따라서 비판사회학회는 교육부에 △강사법 시행 전 이뤄질 악성 조치 예방 △교육환경 개선지표에 비정규교수 임용 책임성과 강사료 항목 대폭 반영 △강사 처우 개선을 위한 2천억 원의 추경예산 확보 △전임교원 책임시수를 ‘최대강의시수’(9시간 이하)로 명칭 전환 △비정년트랙 계약직 전임 교수의 무분별한 임용 방지 △‘공익형 평생고등교육’ 사업비 확보 등을 요구했다.

또한, 한국사회경제학회 역시 같은 날 “굶주리는 고등인력을 거리로 내모는 것이 ‘사람 중심’ 정책인가”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사회경제학회는 “강사법이라는 결실의 시행을 앞두고 10여 명의 대학 강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또 전국에서 강사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으니 억장이 무너진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강사법을 강요하며, (적용은) 대학이 알아서 하라고 한다. 책임을 방기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가 마련한 재정 규모는 겨우 288억 원”이라며 “이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추산한 매년 3천억 원과 비교도 안 될 뿐만 아니라, 국회 예산 심의과정에서 요청된 500억 원의 절반에 불과하다. 교육부, 기획재정부 등 공무원들은 누구를 위해 일하고, 무엇을 위해 나랏돈을 쓰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끝으로 “문재인 정부의 대학강사 정책은 정부의 교육적 책임성과 인간성을 묻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라며 “정부는 강사의 처우 개선과 고등교육 퇴보의 방지를 위해 획기적인 재정 지원에 즉각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강사법의 충실한 이행 촉구 성명

-강사법은 학문후속세대 연구안전망의 출발점이다-

비정규교수 문제는 현재 한국 대학사회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10만 명에 가까운 대학 강의의 절반 가까이 감당하고 있는 비정규교수들의 삶은 작년 11월 29일 국회를 통과한 개정 강사법과 강사법 시행령 준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안 속에 있다. 이는 대학들이 보이고 있는 은밀하면서도 가혹한 강사해고 움직임 때문이다. 그런데 구조조정은 시간강사들만 괴롭힌 것이 아니었다. 대학 교육과 연구에도 심대한 악영향이 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얼마 되지도 않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졸업학점 축소, 교양이수학점 줄이기, 폐강기준 완화, 강좌 합쳐 콩나물 대형강좌 만들기, 전임교원 강의시수 늘리기, 사이버강좌 늘리기 등 일부 대학들의 ‘반교육, 반연구’적이라 할 수 있는 구조조정 조치들이 알려지면서 비정규교수뿐 아니라 학생과 대학원생들의 항의를 받고 악성 조치들을 철회하였으나, 올해 2학기 이전에 이러한 악성조치들이 또 다시 등장할 것은 너무나 명약관화하다. 그래서 노동법으로도 교육법으로도 ‘아직’ 보호받지 못하는 ‘현재의’ 시간강사들은 불안 속에 지내고 있다.더 이상 대학은 학문도 연구도 교육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곳이다. 어쩌면 진정한 대학을 대학 외부에서 찾아야하는 시대가 올지도, 아니 이미 온지도 모르겠다.

현재 2019년 2월의 시점에서는 교육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교육부의 의지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부가 강사법을 통과시키는 수고를 감당했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점, 앞으로 벌어질 사태들을 예방하는 데는 교육부의 역할이 결정적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 지금 교육부는 교육자이자 연구자이기도 한 비정규교수들을 속절없이 포기하고 길거리로 내모느냐, 아니면 강사법이 학문후속세대 연구안전망의 출발점이 되도록 강사의 실질적 교원 지위를 확보해주느냐의 갈림길에 서있다. 강사 대책은 단순히 빈곤한 강사들에게 돈 몇 푼 더 주는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대학생을 교육권뿐 아니라 미래 학문후속세대의 연구역량을 보장하고 대학의 몰락을 막는 정말 중요한 정책이다. 비판사회학회 연구자 일동은 강사와 학문후속세대 연구자들의 미래를 위해, 나아가 대학과 학문의 정상화를 위해 교육부가 다음 6가지 사항을 조속히 수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1. 교육부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계속되는 대학들의 강사 구조조정 실태와 수법을 하루 빨리 파악하여 8월 강사법 시행 전에 이루어질 악성 조치들을 강력히 예방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부 내에 비정규교수 전담 부서나 관련 위원회 설치와 운영이 필요하다. 교육부 관료, 대학 보직자, 전임교원, 강사, 대학원생, 대학생들이 폭넓게 의견을 교환하고 교육, 학문, 연구를 위해 가장 좋은 대안을 도출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

2. 교육부는 교육환경 개선지표에 비정규교수 임용 책임성과 강사료 항목을 대폭 반영하여 대학평가의 핵심 지표로 활용해야 한다. 1번 사항이 선행되어야 이러한 평가지표를 만들 수 있다. 대학평가는 대학의 행위를 조정할 수 있는 교육부의 가장 강력한 권한이므로 대학들의 반교육적인 악성 조치들을 막을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방안이다. 특히 강사의 강사료는 현재 전임교수의 1/10 수준이다. 강사료 상향 기준을 세워 평가에 대폭 반영할 필요가 있다. 사립대도 국공립대 수준으로 강사료를 끌어올려야 한다.

3. 교육부는 시민사회와 강사단체들의 강력한 협조 속에 올해 강사처우개선을 위한 2천억 원의 ‘추경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강사처우 개선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아주 부합하는 조치인데 소홀히 할 이유가 없다. 적은 예산으로도 큰 정치적 효과를 낼 수 있다.

4. 현재 전임교원의 책임시수를 ‘최대강의시수’로 명칭을 바꾸어 9시간 이하로 전환하여야 한다. 전임교수 강의시수를 제한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언제든지 대학들의 강사 해고가 가능하도록 열어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강사들이 해고되어 생겨난 강좌를 떠안아 전임교수가 9시간 이상 강의한다는 것은 사실상 전임교수에게 연구를 포기하라고 하는 것이다. 연구교수를 별도로 임용하면서 그러하다면 이해할 수 있지만, 현재의 대학들은 특히 신규 임용된 비교적 젊은 전임교수들을 과중한 강의와 연구로 내몰면서 과로사회의 장본인이 되도록 하고 있다.

5. 비정년트랙 계약직 전임교수의 무분별한 임용을 막아야 한다. 강사가 구조조정된 자리를 강사인건비보다도 비용이 덜 드는 비정년 계약직 전임들이 채우고 있는 것이 현 대학의 상황이다. 이들은 대부분 과도한 강의를 맡고 있어 연구자로서의 기능을 상실하도록 내몰리고 있다. 교육부는 앞서의 전담기구를 활용해 비정년 전임들의 실태를 철저히 파악하여야 하며, 비정년 전임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없애도록 유도해야 한다. 동일하게 일하고 절반 이하만 받는 교수군의 존재는 대학의 이상을 정면으로 위협한다.

6. 강사들은 대부분 연구자들이기 때문에 대학 강의만으로 연구를 지속하기 어렵다. 강사들의 처우개선은 근본적으로 연구자들의 ‘연구안전망’ 확보의 일환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이제 더 이상 강사를 전임교수로 가는 중간 단계로 보기 어려워지고 있다. 비정규 교수로 환갑까지 가는 학문후속세대의 비중은 점점 더 늘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흐름이 야기하는 후폭풍을 축소하려면 다음 정책이 필요하다.
- 단기적으로는 ‘공익형 평생고등교육’ 사업비를 확보하고 교육청과 지자체에 예산을 배분해야 한다. 학문후속세대인 ‘예비강사 대학원생’ 및 ‘대학강사 경력이 (해고로) 단절된 강사들’을 활용한다면, 이들의 연구안전망이 어느 정도 확보되며, 시민들에게도 기여할 수 있다.
- 장기적으로는 여러 선진국들처럼 ‘국가의 학문 책임’ 원칙을 분명히 하고, 비정규교수들도 학술연구의 주체가 되도록 대학과 전임교수 중심으로 연구자원을 배분하던 연구재단의 연구지원 방식을 대폭 개선해야 한다. 현재 연구자원의 불평등한 배분 상황은 심각하다. 대학과 교수를 거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연구비를 거의 지원받을 수가 없다. 연구자원의 독점은 대학에 만연한 교수 ‘갑질’의 기반이 되기도 한다. 시간강사도 연구‘책임자’로 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야 하며 대학 교내연구비도 지원받아야한다. 대학 행정실에서 하던 행정을 교육부나 연구재단에서 직접 수행하면 되고, 이럴 경우 간접비도 대학에 떼 줄 필요가 없다.

대학은 편법을 중단하고 교육부는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 양자는 대학이 교육하고 연구하는 기관이지 수익성이 제1원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기본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학 정상화라는 분명한 목표에 따라 책임성을 가져야 한다. 대학이 한국사회의 또 하나의 적폐로 남아있지 않도록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면, 그 출발은 개정 강사법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에서 시작될 것이다. 득표를 원하는 여당과 정치세력들도 시간강사들과 비정규 교수들의 표가 10만표라는 점을 감안하여 강사법의 시행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불안정한 생활 속에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하루하루 고군분투하는 강사들의 가시적인 연대도 필요하다. 빠른 시일 내에 강사들의 목소리를 집단적으로 크게 내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2019년 2월 19일

비판사회학회 연구자 일동


굶주리는 고등인력을 거리로 내모는 것이 ‘사람중심’ 정책인가?

대학 시간강사의 고용보장과 처우개선을 위한 10년 이상의 노력이 결실을 맺어 마침내 8월에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 사이에 이미 10여명의 대학강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제 강사법이라는 ‘결실’의 시행을 앞두고 벌써 전국 도처의 대학에서 강사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으니 억장이 무너진다. 많은 강좌가 폐지되고, 기존 교수들은 더 많은 강의를 강요받고 있어서, 고등교육 부실화가 더 심화되고 있다.

유신 시대 이래 개악되어 40년 이상 ‘일용잡급직’으로 취급되어 온 대학 ‘시간강사’ 신분이 교수가 되는 징검다리가 아니라 사실상 ‘직업’이 된지 오래다. 그렇다면 교수가 아니라 강사를 해도 교육, 연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경제적 기반을 보장하는 것은 인도적 조치일 뿐만 아니라, 국립이나 사립을 막론하고 대학의 고등교육과 학문이라는 국가적 공공재 재생산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런데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국립, 사립 대학 지원을 위해 정부가 마련한 재정 규모는 겨우 288억원이다. 이것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와 전문대학교육협의회가 추산한 매년 3천억원에는 비교가 안될 뿐만 아니라, 국회 예산 심의과정에서 요청된 500억원의 절반에 불과하다.

정부는 모자라는 부분은 대학이 알아서 채우라는 입장이다. 대학 내부 경영합리화나 정규직 교수의 양보 등을 추진할 여지와 책임도 있다. 그러나 대학들은 급격한 학생 수 감소에 따른 정원 감축에다가 수년간 사실상 강요된 등록금 동결로 소수의 수도권 부자 대학을 제외하고는 마른 수건을 짜는 형국이다. 대다수 지방대학, 특히 사립대학들은 통째로 벼랑 끝에 서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강사법을 강요하며, 대학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은 대학 현장에 너무 무지하거나 알고도 책임을 방기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러고도 고등교육정책을 운위하고, ‘사람중심’ 정책을 편다고 할 것인가 ?

월급여 백만원도 못받던 강사들이 대거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는데, 비생산적 일자리 예산은 도처에 있다. 줄줄 새는 복지예산도 엄청나다. 게다가 정부와 공무원노조간에는 11년만에 교섭을 타결하여 ‘공무원 보수·수당의 합리적 개선’을 위해 논의하기로 했다. 우리는 교육부, 기획재정부 공무원을 비롯하여 이 나라 공무원들은 과연 누구를 위해 일하고, 무엇을 위해 나라 돈을 쓰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정부의 대학강사에 대한 정책은 정부의 교육적 책임성과 인간성을 묻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이다.

문재인정부는 대학에서 일하며 충분히 희생해 온 대학강사의 처우 개선과 고등교육 퇴보의 방지를 위해서 획기적 재정 지원에 즉각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19.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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