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비정규직, 6개월 만에 노동청 농성 재개

“현대-기아차 원청과 노동부, 사회적 약속 깨뜨리며 여전히 불법파견 자행”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부의 직접고용 시정명령과 현대기아차 원청의 교섭 참여를 요구하며 서울고용노동청 앞 농성에 돌입했다. 지난해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서울고용노동청 점거 농성에 돌입한 지 6개월 만이다.

‘현대기아차 비정규직지회 공동투쟁위원회’와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은 1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8일간 목숨을 건 단식농성투쟁으로 지난해 10월 7일, 노동부는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진행하고, 현대기아차 원청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교섭에 나오기로 했지만 5개월이 지나도록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라며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으로 약속한 현대기아차의 불법파견에 대해 즉각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내려 재벌의 불법을 처벌하고 바로잡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김수억 금속노조 기아차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은 “지난 15년간의 불법파견 방기에 대해 김영주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번에는 반드시 시정하겠다고 약속했는데 6개월 지난 지금도 여전하다”라며 “파리바게트, 만도, 롯데캐논, 한국지엠 창원 공장 등의 사업장은 직접고용 시정명령 내렸는데 가장 오래, 가장 많은 비정규직을 불법파견한 현대에 대해선 왜 가만히 있냐”라고 따졌다.

이어 “노동부 장관이 언론 앞에서 사회적으로 한 약속을 쓰레기 버리듯 버려도 되나”라며 “노동부 장관이 직접 와서 왜 지금까지 약속을 지키고 있지 않은지 답변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노동부장관, 자문기구의 권고에도 불법파견 모른 척


현대기아차 불법파견은 지난해 노동부장관 자문기구로 출범한 고용노동행정개혁 위원회에서도 주요하게 다뤄진 문제다. 개혁위는 보고서에서 “2007년부터 법원이 자동차업종 사내하도급에 대해 불법파견이라 판단하고 있음에도 고용노동부가 대법원 확정판결이 없다는 이유로 불법파견 실태를 방치하고, 정작 확정판결 이후에는 무대응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개혁위는 또 현대기아차 불법파견을 키운 국가의 부당한 개입을 밝히기도 했다. △노동부가 고소장을 접수받았으면서도 검찰에 사건 송치를 미룬 점(현대차 5년, 기아차 3년) △노동부와 검찰이 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현대차 사건에서 합법도급으로 판정한 점 △검찰의 현대차 불법파견 인정 범위 축소 및 기아차 수사지휘 건의서 접수 보류를 통한 수사 지연 등이다.

류한승 전 고용노동부 행정개혁위원회 전문위원은 “지난 15년 사이 노동부 장관 10명이 바뀌는 동안, 장관들은 불법파견 문제를 엄정하게 대하겠다고 했으면서 뒤에선 노사 간 자율적 합의를 말했다”라며 “지난해 금속노조는 이명박근혜 시절 현대기아차 불법 파견 문제를 방기한 임태희, 박재완, 이채필, 방하남, 이기권 등 역대 노동부 장관을 고소고발했는데 이 지경이면 노동부가 분명히 입장을 밝혀야 한다”라고 말했다.

류 씨는 또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대선 약속을 거론하며 “2012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 후보는 ‘현대차 불법파견이 지속되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불법적 상태를 제거하기 위해 지금이라도 정부의 적극적인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답변했는데 이 말에 대한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교섭 약속을 하고서도 응하지 않는 현대기아차 원청 역시 비판했다. 김정웅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지회장은 “기아차와는 단 한 번 교섭을 진행했고, 현대차는 이마저도 없었다”라며 “사용자는 특별채용 형식을 말하고 있지만, 직고용 정규직 전환만이 답”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사법부를 향한 비판도 나왔다. 이들은 “이미 대법원에서 두 차례나 확정판결이 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대법원 판결이 지연되고 있다”라며 “대법원은 가장 오랫동안 가장 많은 비정규직을 불법으로 사용해 온 현대기아차의 불법파견 사건을 조속히 판결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문 정부 집권 2년 차…비정규직 주축돼 파업 나선다

현대기아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오는 23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과 함께 노동부 규탄 집회에 나선다.

이밖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강도 높은 투쟁이 예고돼 있다. 3월부터 비정규 투쟁을 조직해 5월 11일 비정규직 총력투쟁, 7월 총파업을 통해 문재인 정부를 상대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를 알릴 예정이다.

이태의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 공동소집권자)은 “법원 판결을 받아도, 대통령 약속을 받아도 약속 이행이 안 된다”라며 “오는 7월, 비정규직들끼리 10만 명 모여서 진짜 파업하자고 결의하고 있다. 비정규직 싸움이 얼마나 처절해질 수 있는지, 얼마나 강력하게 세상에 비치는지 한번 보여주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부위원장은 “하지만 총파업이 어느 날 갑자기 공동파업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라며 “현대기아차 불법파견 싸움이 15년 세월 피와 눈물과 생명 갉아먹은 싸움이었는데, 이제 그 싸움을 여러분만 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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