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보다 갑갑한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

[워커스 이슈①]예산 80%는 ‘자동차 산업’으로, 프로젝트 연구 결과는 ‘공기청정기 쓰세요’

[출처: 김한주 기자]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지면 국민들의 ‘반 중국’ 정서도 폭발한다. 댓글 창은 중국을 향한 분노로 도배되고, 신이 난 언론은 ‘미세먼지, 국민 말고 중국을 잡아라’ ‘중국산 중에 진짜는 미세먼지 뿐’, ‘중국 미세먼지 오리발, NASA 위성에 딱 걸렸다’ 등 낯 뜨거운 제목을 달아가며 분노에 기름을 붓는다. 정부도 여론에 장단을 맞춘다. 중국발 미세먼지 증거를 잡겠다며 항공기를 날리고, 중국발 미세먼지 해결사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소환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국발 미세먼지’를 둘러싼 논란은 학자들 사이에서도 현재진행형이다. 백번 양보해 미세먼지 범부처 프로젝트 사업단의 주장처럼 초미세먼지 30~50%가 중국 영향 때문이라 해도, 그와 맞먹는 내적 요인을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남의 탓’에 열을 올리는 한국 정부는 국내 미세먼지의 발생 요인 해결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을까? 미세먼지의 국내 요인과 이에 따른 정부 정책을 짚어봤다.

대기오염의 진짜 주범

국내 대기오염의 진짜 주범을 찾기 위해 대기오염물질 배출 부문별 순위를 짚어봤다. 현재 환경부는 총 11~12개 부문으로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조사하고 있다.¹ 대기오염 물질로는 CO, NOx, SOx, TSP, PM10, PM2.5, VOC, NH3가 있다. 그렇다면 미세먼지의 원인으로 꼽히는 NOx과 SOx, 그리고 TSP, PM10, PM2.5 등 먼지와 미세먼지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곳은 어디일까? 우선 2013~2015년간 SOx를 가장 많이 배출한 부문은 제조업 연소·생산 공정이다. 먼지와 미세먼지를 가장 많이 배출한 부문은? 역시나 제조업 연소·생산 공정이다.




먼지 배출량에 있어서는, 도로이동 오염원(자동차)과 비도로이동 오염원(항공, 철도, 선박, 건설장비 등), 에너지산업연소(발전, 난방, 석유정제 시설) 등을 모두 합쳐도 제조업 배출량에 한참 미달한다. 제조업의 SOx 배출량 역시, 에너지산업연소 배출량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2015년에 들어 제조업 부문의 배출 비율이 줄어든 것은 ‘비산먼지’ 부문이 추가됐기 때문으로, 배출량에는 큰 변화가 없다.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10년 1,099곳이었던 1종 배출업소(80톤 이상)는 2016년 1,707곳으로 약 55%가 늘었다. 2종 배출업소(20~80톤)도 약 30%, 4종 배출업소(2~10톤)도 약 27%, 5종 배출업소(2톤 미만)는 약 27% 증가했다. 3종 배출업소(10~29톤)은 현상 유지 수준이다. 전체적으로는 배출업소가 약 26%(11,976곳)정도 늘었다.

정부 미세먼지 예산, 자동차 산업에 80% ‘몰아주기’

그렇다면 정부는 미세먼지 해결을 위해 국가 예산을 어떻게 사용하고 있을까? 올해 환경부의 미세먼지(대기환경) 예산은 1조438억 원이다. 그 중 절반 이상인 51.75%(5402억 원)이 전기자동차 지원 예산이다. 특히 올해는 전년 대비 53.5%의 예산(1979억 원)이 늘었다. 수소연료전지차 보급 역시 지난해 대비 664.3%의 예산이 증가했다. 올해 추진하는 신규 사업 역시 ‘어린이 통학차량 LPG전환 지원’ 뿐이다. 심지어 올해 환경부의 미세먼지 관련 전체 예산 중, 친환경차 보급 지원 및 인프라 구축 사업²에 드는 예산만 약 80%(8330억 원)에 달한다.


각 지자체도 예산을 편성해 전기차와 수소차 보급에 나서고 있다. 서울은 올해 총 8.555대의 전기차와 300대의 수소차를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2년까지 전기차 8만대, 수소차 3천대 보급 목표도 세웠다. 부산과 대구, 제주 등도 보조금 신청을 받고 있다. 국고보조금 대상 전기 승용차 차종은 현대기아차가 9종으로 가장 많고, 테슬라가 4종, 르노삼성과 BMW, GM, 한국닛산이 각각 1종씩이다.

정부 지원에 힘입어 전기, 전기차의 판매량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말 기준 등록된 전기차는 5만6756대로, 12년 대비 66배가 늘었다. 수소차 역시 2015년 말 29대에서 2018년 말 893대로 늘었다. 국내 전기차 시장의 70%는 현대기아차가 점유하고 있다. 지난해 초 기준, 현대기아차의 국내 전기차 판매 점유율은 약 72%였고, 르노삼성이 약 20%, 한국지엠이 약 9%를 차지했다.

활동 3년차, 미세먼지 사업단 보고 드립니다

현재 정부는 ‘미세먼지 범부처 프로젝트 사업’도 진행 중이다. 미세먼지 발생 원인을 비롯해, 외부유입 기여도 등 어느 하나 확실한 것이 없으니, 관련 부처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조사해보자는 취지다. 이에 따라 지난 2016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환경부·보건복지부가 결합해 국가전략프로젝트 사업 추진을 시작했다. 그리고 2017년 8월, 미세먼지 국가전략프로젝트 사업단, 이른바 ‘미세먼지 사업단’을 띄웠다. 사업기간 총 3년에, 약 492억의 사업비가 책정됐다. 1차 년도(2017년)에 120억 원, 2차 년도(2018년)에 126억 원, 3차 년도(2019년)에 158억 원의 정부 예산을 확보했다. 미세먼지 사업단은 미세먼지의 발생유입, 측정예보, 집진저감, 보호대응 등 4대 분야에 대한 연구개발을 시작했다. 최근 활동 3년차를 맞아 프로젝트 추진 경과를 보고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미세먼지 문제의 근본적, 과학적 솔루션을 마련하겠다는 이들의 목표는 얼마나 진전됐을까. 우선 미세먼지 사업단에 따르면, 초미세먼지 주요 배출원은 도로이동 오염원과 산업연소 배출원으로 나타났다. 주로 제조업 연소 분야에서 PM10, SO2가 배출되고, 자동차 등에서 NOx, CO 등이 가장 높이 배출된다는 연구결과다. 이와 관련해 사업단은 제철소가 배출하는 NOx과 SOx를 처리하고 더 낮은 온도에서 촉매를 활성화하는 기술을 ‘솔루션’으로 내놨다. 이 같은 기술을 상용화해 기업에 납품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배출 가스 규제 기준이 강화되지 않는 한, 해당 기술사용은 전적으로 기업의 의지에 달려 있다.




배귀남 미세먼지 사업단 단장은 “우리가 주목한 건, 대기오염물질 배출업소 중 4종(2~10톤), 5종(2톤 미만)의 작은 곳들”이라며 “대형 사업장에서 미세먼지를 줄이는 기술은 이미 어느 정도 진척돼 있다. 다만 갑자기 규제가 생겨 설계 단계에서 반영하지 못한 것들을 갑자기 하려니 애로사항이 있다. 하이테크놀로지보다는 실용적이고, 관리가 곤란한 부분들을 다루려고 했다”고 밝혔다. 일상적인 미세먼지 대응 연구도 이렇다 할 결과물이 보이지 않는다. 사업단은 아파트 기밀 정도에 따라 공기청정기 성능 차이가 난다며,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현재 공기청정기에 표시돼 있는 용량보다 다소 큰 것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환기장치는 환기장치일 뿐,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없으니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라는 ‘꿀팁’도 내놨다.

사업단은 미세먼지 취약계층(천식, 심혈관질환, 호흡기질환, 노인)의 보건용마스크 착용 시 영향을 분석하기도 했다. 1억 원의 예산을 들여 미세먼지 취약계층 환자 71명을 모집해, 최대 4주 동안 추적 분석하고 20명의 노인을 실험하는 연구였다. 이에 대한 사업단의 결론은 ‘미세먼지 취약계층이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해도 부정적인 영향이 드러나지 않으니 착용하라’는 것이다. 다만 사업단은 연구 결과에서 “보건용 마스크의 효용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확보했다”면서도 “피험자 수가 적어 연구결과의 근거가 충분치 않다”는 애매한 말을 덧붙였다.

미세먼지 사업단의 핵심 사업으로는 국민 교육도 있다. 미세먼지 사업단 출범 초부터 배귀남 단장은 “미세먼지 해법은 난제 중 난제로, 우선 미세먼지를 제대로 아는 것이 해결책”이라며 시민 교육에 대한 열의를 보였다. 사업 이름은 ‘미세먼지 파수꾼 양성교육’이다. 커리큘럼을 모두 수강한 시민에게는 ‘미세먼지 파수꾼’ 수료장이 주어진다. 미세먼지 파수꾼 교육은 매번 문전성시를 이룬다. 각 지역을 돌며 선착순으로 수강생을 모집하는데, 하루 만에 정원 100명이 다 차는 경우도 있을 만큼 인기가 많다. 미세먼지 사업단의 한 관계자는 “강의를 들으러 오는 시민들이 50대, 40대, 60대 순으로 많다”라며 “미세먼지가 어디서부터 오고,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냐에 대한 관심도 있지만 결국 나를 어떻게 보호하는지 궁금하신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미세먼지 사업단의 미세먼지 파수꾼 양성은 2020년까지 1000명을 목표로 했지만, 2019년 3월 기준 벌써 960명을 넘고 있다. 이대로라면 2020년까지 1500명 정도의 미세먼지 파수꾼이 양성될 예정이다. 총 10개의 강의로 이뤄진 교육에서는 미세먼지 주요 배출원 뿐 아니라 흡연, 스프레이, 의료용 네블라이저³, 불꽃놀이, 노천소각, 숯가마, 초, 향 등 온갖 미세먼지 발생원을 훑는다. 마스크의 올바른 착용 방법부터 시판되는 마스크가 어떤 검사를 거쳐 생산되는지를 배우기도 한다. 모든 교육을 수료하면 ‘나와 이웃을 지키는 미세먼지 파수꾼’으로 활동하게 된다.

한편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으로 꺼내든 ‘인공강우’ 및 ‘야외 공기정화기 설치’ 등을 놓고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환경부는 중국과의 인공강우 기술교류 및 공동실험에 나선다는 계획이며, 기상청 역시 올해 15차례의 인공강우 실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학자들을 중심으로 인공강우 실험이 미세먼지 대책이 아니라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미 정부의 인공강우 실험이 실패로 돌아간 바 있어 실효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야외 공기정화기 역시 아직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상태지만, 환경부는 지난 3월 7일 공기정화기를 개발해 도심 공공시설 등에 설치하겠다며 기기 당 1~2억 씩, 최대 5천억 원의 예산부터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민호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미세먼지 만큼 답답한 것이 정부 대책”이라며 “정부가 근본적 저감 대책을 제시하기보다 인공강우나 야외 공기 정화기 같은 단기간, 회피 중심의 정책을 내놓고 있는데 과학적으로 검증되지도 않고, 효과가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비판했다. 현재 환경단체 등은 미세먼지의 근본적 저감 대책으로 △경유차의 대대적 감축 △석탄발전소 감축 △사업장 미세먼지 관리 대책 강화 △고효율 에너지로의 전환 및 재생에너지 확대 등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1) 에너지 산업연소, 비산업 연소, 제조업 연소, 생산공정, 에너지 수송 및 저장, 유기용제 사용, 도로이동 오염원, 비도로이동 오염원, 폐기물 처리, 기타 면 오염원, 농업으로 분류한다. 2015년 통계부터 비산먼지(도로 재비산, 건설활동 등) 부문이 추가됐다.

2) 노후경유차 조기폐차, 소형화물차 LPG차 전환, 어린이 통학차량 LPG차 전환, 수소연료전지차 보급, 전기자동차보급 및 충전인프라 구축, 천연가스자동차 보급, 천연가스자동차 충전소 설치비 융자 지원 등

3) 약물을 기체화해 기구를 이용해 기도에 약제를 투여하는 흡입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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