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ILO 협약 비준에 ‘동시입법’ 추진…개악 공식화?

노동부 “경사노위 공익위원안 포함한 대안 만들겠다”

[출처: 참세상 DB]

정부가 ILO 핵심협약 비준 절차에 돌입하는 동시에 관련 법 개정 추진 계획도 밝혀 노동개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22일 ILO 핵심협약 제87호·제98호(결사의 자유), 제29호(강제노동의 금지)를 비준하기 위한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정기국회까지 정부 입법안을 제출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동시에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된 법을 개정하겠다고 했다. 법 개정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최종 공익위원안을 포함, 사회 각계·각층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진행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가 밝힌 경사노위 공익위원안은 ‘부당노동행위 처벌조항 정비’, ‘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 ‘대체근로 허용’ 같은 ‘사용자 대항권’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정부가 사회 각계·각층 의견을 듣겠다는 이유로 사용자 의견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커졌다.

이 같은 정부 발표를 두고 민주노총은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민주노총은 22일 ‘정부의 ILO 핵심협약 비준 추진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성명을 냈다. 정부 입장이 ‘선 입법’에서 ‘선 비준’으로 돌아섰다는 점에서 진일보했다는 뜻이다. 다만. 핵심협약 비준을 핑계로 노동개악 입법을 추진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민주노총은 23일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용자 민원사항으로 물타기를 하거나, 법 개정을 핑계 삼지 말고 ILO 핵심협약을 조건 없이, 먼저 비준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된) 법 개정은 ILO 헌장과 맞는 법 개정이어야 하는데, 경총 등 사용자 의견도 들어서 소원 수리하겠다는 (정부의) 개정 방향은 분명히 잘못됐다”며 “동시 입법 추진은 사실 ILO 핵심협약 비준을 어렵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주호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법 개정은 사용자 대항권이 아니라, ILO 헌장과 특수고용노동자의 노조할 권리 등 노동기본권에 기초한 법 개정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민주노총에 속한 공공운수노조, 전북, 경북, 대구, 충북지역본부 등은 정부 발표에 대한 비판 성명을 잇달아 발표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정부 발표는) 노조법이 개정되지 않는 상태에서 ILO 핵심협약을 먼저 비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 노조법 개정은 사용자(경총) 요구를 포함해 동시에 추진하겠다 점. 노조법 개악과 거래 없이 노동기본권을 보장하지 못하겠다는 점에서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전북지역본부는 “정부는 대통령 권한인 ILO 핵심협약 비준을 기어이 국회로 공을 넘기면서 노동기본권을 거래 대상으로 전락시켜 버렸다”고 밝혔고, 경북·대구지역본부 역시 “정부 입장의 핵심은 공익위원안을 포함해 각계 의견을 다시 수렴한 뒤 노조법 개정안을 만든다는 내용이다. 이는 사실상 ‘공익위원안’보다 후퇴한 안으로 노조법을 개악하겠다는 선전포고”라고 비판했다. 충북지역본부 또한 “국회로 공을 넘긴 정부 발표의 결론은 ILO 핵심협약 우선 비준이 아니다. 정부는 자기 역할을 떠넘기며 노동기본권 보장을 포기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