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크레인 충돌 사고, NCP 1차 평가 통과해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위반으로 NCP 진정, 이후 조정절차 진행

국내연락사무소(National Contact Point, NCP)에 진정 사건으로 접수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충돌사고가 NCP의 1차 평가를 통과했다. NCP는 사안의 중대성 등을 감안해 쟁점 해결을 위한 다음 단계인 조정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17년 5월 1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800톤급 골리앗 크레인과 32톤급 지브형 크레인이 충돌해, 6명의 하청노동자가 사망하고 25명이 다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이후 진상 조사를 위한 ‘국민참여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됐지만, 회사의 개입 의혹 등으로 실질적인 진상조사 결과 및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 법원은 삼성중공업의 산업안전보건법 상 안전조치의무와 산업재해예방조치의무 위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출처: 거제통영고성 조선소 하청노동자 살리기 대책위원회]

이에 피해 노동자 지원 단체인 ‘마틴 링게 프로젝트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피해 노동자 지원단(노동자 지원단)’과 ‘기업인권네트워트’는 지난 2월, 공동 시공사인 삼성중공업과 프랑스 테크닙(Technip), 운영사인 노르웨이 토털 노르게(Total Norge), 프랑스 토털(Total)을 OECD 다국적기업에 관한 가이드라인 위반으로 NCP에 진정을 넣었다. 또한 한국 뿐 아니라 영국 NCP, 노르웨이 NCP, 프랑스 NCP에도 각각 진정을 넣었다.

NCP는 OECD의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이행을 위해 46개의 각 국가 내에 설치됐으며, 한국은 산업통상자원부 해외투자과에 설치 돼 있다. NCP는 다국적기업의 가이드라인 위반에 대한 진정을 접수하고, 주선 및 권고 등을 담당한다. 우선 진정이 접수되면 1차 평가를 통해 해당 가이드라인의 이행 관련성 등의 요소를 평가하고, 1차 평가가 통과 될 시 조정절차 등을 통해 최종 권고 내용을 발표한다. 가이드라인은 정보공개, 인권, 고용 및 노사관계, 환경 등 11개 장으로 구성돼 있다.

NCP가 발표한 ‘마틴링게 프로젝트 사고 관련 이의제기사건’ 1차 평가에서 따르면, 노동자지원단은 가이드라인 제2장 등을 근거로 삼성중공업이 △중첩지역 통과 절차, 충돌방지 절차 등 크레인 충돌사고 예방 대책을 수립하지 않은 점 △관리책임 하에 있는 관리자들이 작업지휘를 소홀히 한 점 △충분한 신호수가 배치되지 않았으며, 골리앗 크레인 신호수도 감시를 소홀히 한 점 등의 세 가지 쟁점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삼성중공업 측은 답변서에서, 작업자의 업무 과실로 발행한 사고라는 점 등을 강조하며 법원 판결을 근거로 책임을 부인했다. 하지만 NCP 측은 삼성중공업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및 업무상과실치사상죄 등에서 무죄를 받았더라도 조사 대상에서 제외 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NCP는 1차 평가서에서 “가이드라인에는 ‘당사자가 이용할 수 있는 소송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제기된 쟁점이 추가조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NCP는 이번 사건의 쟁점 해결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하고, 사건을 다음 단계인 ‘조정절차’ 단계로 넘긴다는 계획이다. 이후 NCP는 사건 당사자들과의 주선절차를 진행해 이의제기자의 요구조건에 대해 논의한 뒤, 최종 권고를 내리게 된다. 이은주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활동가는 “사고 당시 발주사에서 진행한 조사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 내용도 아직 보지 못했다. 피해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담아 사건의 진상이 밝혀졌으면 좋겠다”며 “또한 법적 효력이 없는 협약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노동자 생명과 인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아울러 기업의 책임을 강화할 수 있는 권고안이 제출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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