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비정규직 4500명, 무기한 파업 돌입한다

배전 예산 확대, 정년 연장 요구


한국전력 비정규직 노동자 4,500명이 배전 예산 확대, 정년 연장을 요구하며 다음 달 28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다.

한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속한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회(이하 노조)는 10일 오전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끊임없이 사고가 발생하는 배전 현장을 바꾸기 위해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8월 28일 파업 돌입과 동시에 8월 30일까지 청와대 앞 ‘총력 투쟁 결의대회’를 연다. 노조는 배전 예산 확대, 정년 연장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파업을 이어간다고 전했다.

노조 요구는 배전 예산 확대와 정년 65세 연장이다. 노조는 배전 예산 삭감으로 배전 선로 유지보수 공사가 현저히 줄었다고 밝혔다. 한전의 구체적인 예산 배정은 알려진 바 없으나, 현장 노동자 98.6%는 노조 자체 설문에서 올해 배전 유지보수 공사가 지난해보다 감소했다고 답했다. 노조는 배전 유지보수를 못 할 경우 화재, 감전, 정전 등 안전 문제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지난 2월 대법원이 육체노동자의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늘린 만큼, 전기 노동자의 정년도 65세로 늘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년을 늘리면 현장의 숙련공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청년 노동자에게 효과적으로 기술을 전수할 수 있다는 이유다.


이영철 건설노조 위원장은 “전기가 끊겨 봐야 전기가 소중하다는 것을 알지 않겠느냐”며 “40도에 육박하는 더위에 전기 노동자들은 무거운 절연복을 입으며 22,900V의 살아있는 전선을 만지고 있다. 그러나 전기 노동 현장에서 안전사고는 전혀 줄지 않고 있다. 3명이 해야 하는 업무를 (예산 삭감으로) 1명이 일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또 이들은 도급 업체에 속해 안정적으로 일하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전은 약 687개 업체와 배전 공사 도급 계약을 맺고 있다. 계약 주기는 2년에 한 번이다. 도급 업체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만 5천 명에 이른다. 노조는 사용자 한 명이 여러 도급 업체를 운영하고, 의무 고용인원도 채우지 않는 ‘불법 도급’ 행태가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불법 하도급 근절도 노조의 핵심 요구 중 하나다.

김인호 전기분과위원회 위원장은 “십수 년 동안 이어진 한전의 불법 하도급 남발로 2년에 한 번씩 거리를 떠도는 노동자의 울분을 더는 지켜볼 수 없다”며 “산업통상자원부는 (불법 하도급을) 알고 있으면서도 눈을 감고 있다. 정부가 어떤 대책도 세우지 않는 것이다. 우리는 현장을 멈추고 청와대 앞 파업을 통해 요구를 관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기 노동자 파업에 앞서 건설노조 전기분과위원회 간부들은 오는 12일부터 청와대 앞 노숙 농성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