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의 기술: 전기차와 더불어 살아가기

[워커스] 기술문화비평


중국 상하이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놀랐던 것은 미세먼지 가득한 하늘이라거나 거대한 도시 속 높은 빌딩들, 길거리에 넘치는 수많은 사람들이 아니었다.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도시에서 오토바이(스쿠터, 모터사이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가 많이 이용되는 운송수단이라는 것은 어렴풋이 알고 있었기에, 길거리에 차량만큼 많은 오토바이가 다니고 있다는 점도 그리 놀랍지 않았다. 우선은 내가 알던 오토바이와 생김새가 조금 다른 것이 눈이 들어왔다. 발을 올려두는 오토바이 하단부가 눈에 익은 모양보다 훨씬 두껍게 보였는데, 그곳에 배터리가 위치하기 때문이었다. 숙소로 향하는 내내 많은 오토바이가 내 곁을 지나갔지만 어떤 오토바이의 소음도 듣지 못했다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달았다. 상하이의 오토바이는 모두 전기(전동)오토바이였던 것이다.

도심에서 시끄러운 오토바이의 엔진 소음을 듣지 못한 경험은 그 도시를 상당히 차분하고 정숙한 곳으로 기억하게 만들었다. 물론 중국의 대도시는 상상으로든 경험으로든 절대 그렇지 않을 곳이기는 하지만(경적소리는 여전하다), 다녀와서 자동차나 오토바이의 소음은 전혀 귓가에 맴돌지 않았다. 다만 며칠 동안은 다양한 성조가 섞인 중국인들의 호탕한 목소리가 머릿속에 울리긴 했다. 2000년대 이후 중국 정부는 화석연료를 태워 소음과 대기오염의 원인이 되는 가솔린 엔진 오토바이를 제도적으로 규제하고, 전기오토바이와 전기자전거의 생산량을 늘리는 동시에 구매자에게 보조금까지 제공하여 어느 도시건 전기오토바이가 널리 보급되는 기반을 닦았다. 전기 교통수단이 어느덧 보편화되어가고 있는 중국의 도시들은 여러모로 우리보다 한 발자국 앞서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연기관이 평균적으로 만들어내는 배기가스는 질소, 이산화탄소, 물이 대부분이고, 직접적인 유해물질로 파악된 것은 일산화탄소와 질소산화물 등을 포함해 대략 1% 정도 된다. 하지만 대기 중에 노출된 배기가스는 햇빛을 만나 과산화물, 오존 등의 산화물로 변한다. 이러한 배기가스로 인해 만들어진 산화물과 이산화탄소 등의 농도가 증가하면서 지구온난화와 같은 전 지구적인 환경위기가 인류에 대한 위협으로 대두된 지 이미 오래다. 미국의 경우만 해도 전체 탄소배출 중 자동차로 인한 비중이 28%에 이르는 만큼 내연기관 배기가스는 커다란 문제다. 따라서 매연저감장치나 배출가스 규제 등은 물론이고 유해물질의 배출 없이 충전된 전기를 사용하는 교통수단에 대한 연구개발과 보급이 지금의 전 지구적 환경위기에 대한 하나의 해결책으로 긴급히 요청되고 있다.

자동차를 생산하지는 않지만 전기자동차 보급에 가장 앞장서고 있는 네덜란드와 노르웨이는 2025년부터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전면 중단시킬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세계적인 자동차 메이커들을 보유하고 있는 독일도 2030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를 중단하고 2050년까지 독일 내의 모든 자동차를 전기차로 전환할 목표를 수립한 상태다. 프랑스와 영국도 2040년까지 디젤과 가솔린을 연료로 사용하는 차량의 판매를 전면 금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2030년경이 되면 적어도 유럽에서는 전기자동차가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를 상당히 대체한 상태가 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전기자동차의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은 사회적 공감대나 정책상의 뒷받침, 기술적 토대가 가시적이지는 않다. ‘수소경제’라는 기치를 과감하게 들어올리기는 했지만.

전기로 움직이는 교통수단은 엔진이 사용되지 않기에 부릉거리는 소리가 없지만, 대신 다른 지점에서 중대한 문제를 발생시킨다. 우선 소음이 없이 움직이기 때문에 주변의 보행자가 접근하는 차량을 인지할 수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 기존의 내연기관을 사용하는 차량이라면 엔진에서 나는 소음이 주변을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자동차의 접근을 알리는 신호가 되었겠지만, 전기자동차를 포함한 배터리 전력을 사용하는 교통수단들은 낮은 모터 소리 이외에는 별다른 소음을 내지 않아 보행자들, 특히 소리로 진행방향을 판단하는 시각장애인들에게 큰 위협이 된다. 귀에 이어폰(심지어 무선 이어폰)을 끼고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많은 도시 생활자들에게도 잠재적 위험요소다. 국제적으로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여 유럽에서는 이미 전기차 제작 시 소음(경고음)발생장치 장착을 의무화하고 있다.


기술 발전 덕택에 사라진 소음을 이제는 인위적으로 발생시키는 장치를 만들어 장착해야 한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전기차에 어떤 종류의 소음을 만들어서 장착해야 하는지도 논쟁거리다. 아예 내연기관의 소리를 모방해야 하는지(조금 우스운 상황이 된다), 아니면 전혀 새로운 종류의 소리를 디자인해야 하는지. 우리가 SF 영화에서나 듣던 하늘을 나는 자동차나 우주선 소리를 적용한 사례들도 있다. 실제 독일의 한 자동차 브랜드는 유명한 영화음악 작곡가를 고용하여 전기차 소음을 디자인하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우주선 혹은 비행선 같은 소리를 듣고 행인들은 차가 아니라 하늘을 쳐다보게 된다는 점이 또 다른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전기자동차에 엔진 소음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보행자가 아닌 운전자를 위해서다. 보행자가 엔진 소음으로 접근하는 차량의 속도나 방향을 예측할 수 있듯이, 운전자도 엔진 소음을 통해 자신이 운전하는 차가 얼마나 빨리 달리고 있는지를, 즉 속도감을 가질 수 있다. 전기차에서는 자칫 운전자가 얼마나 빨리 운전하고 있는지 깨닫지 못할 수가 있는 것이다. 또한 가속을 할 때 시각이나 운동감만이 아닌 청각으로도 그 속도감을 느낄 수 있어야 운전의 즐거움이 배가된다. 그래서 전기차는 보행자뿐만 아니라 운전자의 안전과 운전의 감각을 위해서도 차내 소음을 설계하고 제공해야할 필요가 있다.

근대의 도시 생활에서 소음은 시끄럽기만 하고 없어져야 할 것, 차단하거나 감쇄시켜야 할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앞으로 20년 이내에 선진 국가들에서는 대부분의 내연기관 교통수단이 사라지면서 도시에서의 차량 소음 또한 함께 사라질 것이다. 아마도 그때에는 지금 전기차의 보급을 막고 있는 여러 문제들, 예컨대 충전소의 숫자가 부족하다거나 충전 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들은 이미 해결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전기차가 보편화되면서 새로이 생겨난 다양한 문제들이 해결되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소음과 유해가스 배출이 사라지거나 줄어든 도시의 공간에 필요한 소리와 환경은 무엇이 있을까? 기술이 우리를 위해 해로운 무언가를 없앤 만큼 또 채우기 위해 우리는 더 많은 기술을 필요로 할 것이다. 소음의 기술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워커스 5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