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균이는 내가 살아갈 수 있는 햇빛이고 공기였다”

고 김용균 1주기, 태안화력발전소 현장 추모제 열려

고 김용균의 유족과 동료, 추모위원 150여명이 고인의 1주기를 맞아 태안화력발전소에 모였다. 이들은 10일 오후 1시 태안화력발전소 본관 정자 앞 도로에서 국화꽃을 들고 고인을 애도하면서도 죽음 이후에도 여전히 위험한 발전소 현장에 분노했다.

뿌연 연기를 내뿜는 발전소에서 8년 동안 12명의 노동자가 죽었다. 아직도 위협적일 만큼 거대한 태안화력발전소에는 분진가루가 날렸고, 고 김용균이 사망했을 때처럼 컴컴했다.


1.

“군대 재대하고 한국발전기술에서 신규직원을 뽑는다기에 휴학계를 내고 입사했습니다. 사고가 났던 발전소에 입사한다니 주변의 만류도 심했습니다. 고 김용균 선배가 휴대폰 빛 하나로 점검했다는 걸 듣고 많이 놀랐어요. 만약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저도 후레쉬에 의존해 현장점검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올해 4월 입사한 한국발전기술지부 태안화력지회 이용주 조합원은 발전소 원청에서 일하는 것이 꿈이었고, 그 꿈을 위해 달려왔다고 했다. 그는 작년 12월 정부가 발표한 석탄발전소 2인 1조 긴급 안전조치 이후 투입된 노동자다. 정부는 김용균 특조위가 권고한 490명이 아닌 196명만을 충원했다. 인원이 부족한 상태로 2인 1조 운영을 하다보니 노동강도가 세졌다.

이용주 조합원은 고 김용균 노동자의 25번째 생일날 그를 추모해야 한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했다. 고 김용균 노동자의 생일은 지난 6일이었다.


“아직 저는 힘없는 노동자지만 선배님이 못다 이룬 소망에 작은 보탬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현장의 위험요소를 찾아 제 2의 김용균 선배가 나오지 않도록, 또 훗날 들어올 후배들을 위해 안전한 일터를 만들고 위험의 외주화를 없애는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더 이상 슬퍼하지 마시고 이곳에서 못 이룬 꿈을 그 곳에서 마음껏 누리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2.

“오늘도 용균이 동료들이 발전소가 삶의 터전이라 생각하며 열심히 일했을 겁니다. 적어도 집에 있는 가족들이 사고날까봐 노심초사 하지 않고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용균이는 업무수칙을 다 지켜서 죽었다고 얘기합니다. 동료들이 분진가루에 앞도 안 보이는 컴컴한 현장에서 일하며 미래도 안 보인다고 말하는 동료들을 보며 제 마음도 어둡고 착잡합니다.”

“국가 책임자들은 죽은 사람 유가족에게 돈을 내밀며 일 해결해준 것처럼 말합니다. 자식이 그 돈보다 몇 배 더 소중합니다. 용균이는 내 미래고 제가 살 수 있는 햇빛이고 공기였습니다.”



고 김용균 어머니 김미숙 씨에게 이곳은 다시 오고 싶지 않은 장소였다. 상처는 여전히 아물지 않았는데, 그는 매일 더 큰 상처와 싸워야 한다. 김미숙 씨는 오늘 오전 “특조위 권고 가운데 즉시 추진할 수 있는 사항들은 지체 없이 이행했다”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발언이 또다시 국민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10일 오전 10시 국무회의에서 발전산업 민영화·외주화 철회는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한다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에 김용균 추모위는 10일 성명을 발표해 “김용균 특조위 조사결과의 핵심은 위험이 외주화되고 외주화는 위험을 가중시켜 노동자의 죽움을 일상화시킨다는 것이다”며 “그런데 민영화·외주화 철회가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는 것이 무슨 소리인가”라며 비판했다.

3.

문용민 민주노총 세종충남지역 본부장은 정규직의 절반도 안 되는 저임금을 받으며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던 고인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아직도 발전노동자들은 용균이가 죽어갔던 현장에서 똑같은 비정규직 형태로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 연결고리를 끊기 위한 방법은 하나뿐이다. 자본과 정권의 컨베이어 벨트를 끊는 투쟁을 하지 않으면 2400명의 김용균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추모객들은 고 김용균 노동자가 사망했던 9, 10호기 석탄운송설비 타워를 지나 그가 작업복을 갈아입던 사무실까지 행진했다. 이들은 헌화 진행 후 사무실 건물 앞에서 구호를 외치며 추모제를 마무리 했다.

한편 김용균 1주기 추모위원회는 10일 오전 11시 대전지방검찰청 서산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서부발전(원청), 한국발전기술(하청) 사장의 처벌을 촉구했다. 이들은 “한국서부발전 김병숙 사장 등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로 처벌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며 “한국서부발전 김병숙 사장을 구속·기소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지난 달 20일 태안경찰서는 한국서부발전 김영숙 사장과 한국발전기술 백남호 사장을 ‘혐의 없음’으로 처벌 대상에서 제외한 채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또한, 한국서부발전 태안화력 본부장을 비롯한 11명은 업무상 과실치사로 송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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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세상이 참한 기사를 잘 써요. 어제 오랜만에 오마이뉴스하고 프레시안을 가봤지요. 잘은 몰라도 그곳들은 민중주의 언론일 겁니다. 그곳 오마이 뉴스 기사는 역사를 왜곡하고 연예인도 많이 나오고 그러죠. 한마디로 오마이 뉴스는 돈과 권력으로 맛이 서서히 가는 언론이었답니다. 프레시안도 비슷한 기사로 가득합니다. 아 사회적으로 그렇게까지 비난을 받는 조중동 신문이 정치글부터 연예인 기사까지 섞어진 것을 봤습니까. 어떻게 보면 오마이 뉴스는 화투장 그림하고 비슷합니다. 하여간 문젭니다 문제, 민중주의 언론들 큰 문제에요. 예전 보수라면 벌써 망했다고 자탄, 한탄이 끓었을 것인데. 그러고보면 권력과 돈이란 것이 마냥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배웠다고 치는 사람들이 오랜 세월도 못가서 부패에 물들어가고 삭신이 녹아들어가는 것을 보면. 이 모든 것이 한계겠습니까, 아니면 그 어떤 가능성을 안고 있는 것이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