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를 안 하는 사람은 있어도 한 번하는 사람은 없다”

[The Worker] [인터뷰] 타투이스트 강나원

《워커스》는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노동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출처: 김한주기자]

지난해 여름, 강나원 씨는 국내 최정상 타투아티스트들의 협력 프로젝트인 ‘TATTIST’(타티스트)에 참여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만 16만 명.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그림을 몸에 새겼다. 그는 누군가의 삶과 세계, 그리고 기억을 피부에 새기는 타투이스트 노동자다. 그가 말하는 타투의 세계와 타투이스트의 노동을 들여다봤다.

어떻게 타투이스트가 됐나

대학에서는 공예 디자인을 전공했다. 뭔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해서 공예 디자인이 내 적성에 맞을 줄 알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대학 졸업 후 평소 관심이 있던 분야에서 일을 해보자 싶어 2~3년간 쇼핑몰, 디자이너 브랜드, 스파 브랜드에서는 판매 직원으로 일했다. 평생 옷이랑 같이 일할 수 있을 정도로 옷을 좋아했다. 지금도 여전히 옷을 좋아한다. 스파 브랜드 판매 직원으로 일하고 있을 때 입시 미술을 같이 준비하던 친구가 타투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하더라. “타투는 어떻게 배워? 재밌어?” 하면서 관심을 가지게 됐다. 관심을 가지다 보니 아티스트들의 작업물도 자주 보게 되고 좋아하는 아티스트들도 생기더라.

그러던 어느 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새 작업실에서 함께 할 수강생을 구한다는 공고를 보게 됐다. 유명한 아티스트가 개인 수강생을 구하는 일은 흔치 않다. 일생일대의 기회라는 느낌이 들었다. 당시 수강료가 필요했기 때문에 부모님께 손을 벌렸다. 너무 배워보고 싶다고. 수강 기간이 끝나고 작업실을 구해야 했었는데 운 좋게 당시 선생님이 소속된 작업실에 들어가게 됐다. 그곳에서 2년 정도 작업을 했고 최근에는 다양한 아티스트와 작업해보고 싶어 새로운 작업실로 옮겼다.

지금 일하는 곳은 어떤 곳인가

이태원의 ‘라이트 하우스’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작업실은 부산과 서울 스튜디오가 있고 아티스트는 총 15명 정도다.

타투이스트들은 어디에 소속돼 일을 하나

개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고, 부스 쉐어 또는 특정 크루에 소속되어 작업을 한다.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각자 본인 성격이나 작업 스타일에 맞춰 작업을 하게 되는 것 같다.

타투에도 장르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장르를 그리나

라인 워크, 말 그대로 라인을 기반으로 하는 작업이다. 라인과 다양한 색감이 어우러진 작업을 주로 하고 있다. 선호하는 장르가 라인 워크이기도 하지만 작업 스타일이 성격과도 잘 맞는 것 같다.

타투는 어떤 성격의 문화 예술인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성격과 취향, 내가 좋아하는 것들, 순간의 감정, 기억하고 싶은 날을 새겨 나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방식.

손님 각자의 취향과 의견에 맞춰나가는 것이 어렵지 않나

취향이 나와 같기 때문에 찾아와주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늘 쉽지만은 않다. 몸에 평생 남는 그림이기 때문에 나 스스로도 마음에 드는 그림을 선물해주고 싶은데 그림이 내 생각만큼 잘 안 그려질 때 솔직히 짜증 좀 난다.

디자인적 아이디어는 주로 어디서 얻나

색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 이를 잘 활용해서 작업하고 싶다. 평소 사진을 많이 본다. 일상에서 얻기도 하고 스트릿 패션 사진이나 디자인 포스터에서도. 손님과 대화 도중 갑자기 아이디어가 튀어나오기도 한다.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낮에는 작업을 하고 밤에는 그림을 그린다. 새벽 4시쯤 잠에 들고 오전 10시쯤 잠에서 깬다. 1시 출근 9시 퇴근을 권장하고 있다. 직업 특성상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데 내 성격상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하면 게을러진다. 작업 시간, 휴무가 고정돼 있다. 최대한 규칙적으로 일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휴무에는 근무날 하지 못했던 개인 업무를 보거나 집에서 쉬거나 그림을 그린다.

[출처: 강나원]

타투이스트로 살면서 가장 만족할 때가 언제인가

평생 모르고 살 수 있던 사람을 만나는 것. 만약 내가 아직도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면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이나 외국에 사는 사람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모르고 살았을 텐데 말이다. 그 사람들이 다시 찾아와줄 때 정말 기분이 좋다. 이 직업을 갖게 된 후 인생의 모든 행운을 다 쓴 것만 같다.

타투이스트들의 협력 프로젝트인 ‘타티스트’ 콜라보 작업에도 참여했다

당시에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 존경해오던 타투이스트들과 함께 한다는 것이. 아직도 그들의 작업을 보면 경이롭다. EBS 프로그램 ‘그림을 그립시다’에서 밥 아저씨가 “참 쉽죠?”라고 말하듯 작업을 한다.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나

너무 많은데. 너무 많다. 최근 기억을 이야기 하자면 얼마 전 ‘말괄량이 삐삐’를 새겨간 손님이 있었다. 삐삐가 양팔을 벌리고 뛰는 듯한, 어디로 날아갈 것만 같은 자유로운 모습의 그림을 원했다. 그 손님은 어렸을 때의 이미지 덕분에 별명이 ‘삐삐’였다고 했다. 성인이 되면서 그런 자신의 모습을 잃고 싶지 않아 타투로 새기고 싶다고 했다.

또 어제는 세 번째로 방문해준 손님이 있었다. 어제가 생일이었는데 자신에게 타투를 선물해주고 싶다고 했다. 생일에 나와 함께 하려고 멀리서 와주었다는 것이 너무 감동이다. 타투이스트로서 그런 분들을 만나면 기분이 좋다.

대화를 하면서 작업을 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 것 같다

타투는 평생 나와 함께 할 그림이다. 시간이 흘러 그 당시 내가 좋아했던, 의미있는, 기억하고 싶은 무언가를, 나를 새긴 기억이 희미해지는 건 슬픈 일이다. 그래서 타루를 받는 순간이 오래 기억됐으면 좋겠다.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면 좋은 기억으로 희미하게 남겨주고 싶다. 그래서 손님과 최대한 많은 대화를 하려고 한다. 가벼운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어디 사세요?”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뭐에요?” 그러다 보면 이런 저런 이야기들로 확장된다.

타투를 받을 때 신체 부위별로 고통의 정도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

개인에 따라서 고통을 느끼는 부위나 정도가 다른 것 같다. 그럼에도 모두가 한결같이 아프다고 하는 부위는 명치, 갈비뼈, 무릎, 팔꿈치, 발등 쪽이다. 말하다 보니 너무 많다. 아 그리고 엉덩이도 정말 아프다더라.

타투이스트들은 직접 자신의 몸에 타투를 새기나

직접 작업이 가능한 신체 부위에, 허벅지나 발목 안쪽, 정강이 등을 예로 들 수 있겠다. 타투를 배우는 과정에서 연습을 해야 하는데 손님 피부에 연습을 할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보통 초반에 작업 연습을 할 때 자신의 몸에 하는 경우가 있다. 또는 본인이 원해서. 타투이스트들끼리 서로 타투를 새겨주는 경우도 있다. 서로 타투를 새겨주는 것은 타투이스트들만 할 수 있는 것 같아 뭔가 은근한 뿌듯함이 있다.

타투이스트로 일하면서 고충이나 직업병 같은 것이 있나

주변 작업자 친구들을 보면 흔히 손목 터널 증후군이나 목, 허리 근육이 뭉쳐 힘들어 하는 것 같다. 이미 디스크로 고생하는 친구들도 있다. 나는 괜찮은 줄 알았는데 작년에 급격히 몸이 안 좋아져 평생 모르고 살던 운동이란 것을 시작했다.

여전히 타투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존재하나

이태원 작업실에서 작업을 하고, 홍대 인근에 오래 거주하다 보니 거리를 활보하다 보면 타투를 새긴 사람이 정말 많다. 요즘에는 자기 결정권에 대한 인식도 높아지고 많은 사람들이 타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 보니 인식이 점차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심지어 어머니와 자녀가 함께 방문해 타투를 받기도 한다. 대중목욕탕에 가도 안 좋은 시선을 받는다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어머님들이 먼저 말 걸어 주신다.

그럼에도 전 세계에서 유독 한국만 타투를 불법화하고 있다

사실 타투 자체가 불법이라기보다 의료자격증을 가지지 않은 일반인이 시술하는 것이 위법행위로 간주된다. 바늘과 색소 사용 및 타투를 새기는 과정에서 염증 및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타투이스트 강나원씨에게 타투란

뻔한 대답일 수 있겠지만 타투는 일상이 됐다. 눈뜨면 작업실에 가서 작업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그림을 그린다. 작업을 하지 않을 때도 그림을 그리지 않을 때도 무언가 찾게 된다. 물론 매일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내 일상이 너무 좋다.

[출처: 김한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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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저씨

    참세상이 또 수준 찾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