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15억 주주배당금은 암환자들의 보험금입니다”

[르포] 삼성생명을 상대로 투쟁하는 암환자들 이야기

  3월 19일 강풍 속에 삼성생명 주주총회가 열리는 삼성금융센터 앞에서 기자회견 중인 보암모 회원들 [출처: 연정]

여러분의 배당금은 암환자가 받아야 할 암 입원금입니다

3월 19일 오전 8시 30분, 삼성생명(사장 전영묵) 주주총회 장소인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삼성금융캠퍼스 앞. 삼성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해고노동자와 과천 철거민, 삼성생명 보험에 가입한 암환자 등이 ‘삼성 계열사 주주총회 항의 삼성피해자 기자회견’을 시작한다. 태풍급 강풍특보가 내려진 이 날, 참석자들이 현수막을 들고 서있기도 어려울 정도로 바람이 거세다.

동네 주민들의 항의와 경찰 소음측정 시비 등 주변 여건이 좋지 않지만 삼성의 부당한 행태를 증언하는 발언자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이하 ‘보암모’) 이정자 공동대표가 마이크를 잡는다.

“저는 오늘 오후 2시에 유방암 조직검사 결과가 나오는 날입니다 .사람이 불안해서 하루도 마음 편히 사는 날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보암모 암환자들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오늘 여기에 참석을 했습니다.”

이 씨는 2017년 2월 유방암 3기 진단을 받았다. 암이 겨드랑이로 전이돼 서울대병원에서 여덟 차례 항암 치료를 받았고, 그해 9월 수술을 포함해 20회에 달하는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그는 직장 안에 있는 숙소에서 생활하고 있어 자택에서 통원하며 항암치료를 할 상황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이 씨는 요양병원에 입원해 고주파와 압노바, 자닥신, 포쉘 등의 면역 치료를 받으며 항암치료를 했다. 항암 부작용인 구토와 메스꺼움, 무기력, 의욕상실, 우울증, 불면증 등을 견디며 치료를 한 결과 암세포의 크기가 줄어들어 부분 절제 수술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여 년 전 삼성생명 설계사로 근무할 때 가입했던 삼성생명 암보험이 있어 보험금 청구를 했다. 삼성생명은 서울대병원의 암 진단비와 수술비는 지급했지만, 정자 씨가 항암 치료를 받는 기간 동안 요양병원에서 받은 치료는 암의 직접적인 치료 목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암 입원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함께 가입했던 ○○생명이 암 입원 보험금을 100% 지급한 것과는 완전히 상반된 상황이었다.

이정자 씨와 비슷한 억울함을 갖고 있는 암환자들의 모임인 ‘보암모’는 회원이 전국에 천 명 가까이 된다. 이 날은 20여 명 회원이 함께 했다. 가족의 도움으로 지방에서 올라와 휠체어를 타고 참석한 회원도 있다.

발언을 마친 이정자 씨가 보암모 투쟁을 함께 하고 있는 오세중 전국보험설계사 노조위원장과 함께 주주로서 삼성생명 주주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삼성금융캠퍼스 안에 들어갔다. 하지만 삼성생명 직원들이 그들의 입장을 막았다. 두 사람은 밖에서 항의하며 발언권 요청을 했으나 거부당했다. (* 주주총회 내용 ‘삼성피해자 공동투쟁’ 제공 영상 참고)

“발언 있습니다. 발언권 주세요. 발언권 주시라고요. 주주 출입을 방해하는 주주총회가 어디 있습니까? 왜 못 들어가게 하냐고요? 발언한다는데 왜 방해하는 거예요?”

“삼성생명은 암환자들에게 암 입원금을 약관대로 지급하라! 증권 조작죄, 사문서 위조죄, 공금 횡령죄. 삼성생명 전영묵 사장은 이것에 대해 해명하시오!”

삼성생명은 두 사람의 주주총회장 출입을 계속 해서 막았고, 20분 후 안에서는 폐회 멘트가 흘러나왔다.

“이상으로 주주총회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주식배당금은 관련 규정상 1개월 이내에 지급
합니다. 빠른 시일 내에 지급하도록 하겠습니다. 삼성생명 주주총회 폐회를 선언합니다.”

“뭐야 이거, 발언권도 안주고 뭘 마쳐? 무효야. 무효. 이런 게 어디 있어? 배당금은 수천억 주면서 왜 암 입원 보험금은 안 주는 겁니까?”

“저는 2017년부터 유방암이고, 2시에 암 조직검사 결과가 나옵니다. 유방암 수술했어요. 보여드릴까요? ○○생명에서는 100% 다 줬는데, 삼성생명에서는 10원도 안줘요. 이게 말이 됩니까? 주주님들, 이거 잘 보시고 판단하십시오.”

주주총회에 입장 하지 못한 이정자 씨가 주주총회를 마치고 나오는 주주들을 향해 절규하며 유방암 수술을 한 가슴을 드러내 보인다.

“주주여러분, 여러분의 배당금은 암환자들의 암 입원금 입니다. 여러분의 배당금을 여러분 자식들을 위해 쓰지 마세요. 이 돈을 여러분을 위해 쓰지 마세요. 암환자들의 피 같은 보험료로 여러분들 배당금 주는 겁니다. 삼성생명은 암 입원금 지급도 안하고 있습니다. 10명의 암환자들이 고객프라자에서 점거농성을 하고 있지만, 삼성생명은 들은 척도 안하고 있습니다. 삼성생명은 반성하고 전영묵 사장은 이것부터 해결하십시오. 암 입원금 약관대로 지급하라!”

이정자 씨는 바닥에 누워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면담을 요구하기도 했다.

“삼성생명 암환자도 살고 싶다. 약관대로 지급하라!”

“삼성생명은 암 입원 보험금 약관대로 지급하라! 약관대로 지급하라!”

“각성하라!”

밖에서는 보암모 회원들이 밖으로 나오는 주주들에게 선전물을 나누어주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나가는 시민들이 걸음을 멈추고 지켜보거나 다가와 무슨 일인지 물어보기도 한다.

“삼성생명 보험 있으세요? 삼성생명이 암 보험금을 안줘요.”

“왜? 돈이 없어서?”

“아니요! 돈이 왜 없어요? 이건희 회장한테 주주 배당금 1,100억 원을 줬어요. 암환자들이 받아야 될 돈이에요.”

이건희 회장이 삼성생명에서 받은 1,100억 원의 주주 배당금은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5090년 동안 일해야 벌 수 있는 돈이다. 이날 삼성생명 주주총회에서는 2019년 당기순이익 9,770억 원의 37%에 해당하는 3,615억 원을 주주배당금으로 현금 배당하는 안이 통과됐다. (<소비자라이프> 기사 “이건희 회장, 삼성생명 주주배당금 1,100억 원 받아...일당 3억 원 배당 수입> 참조)

밥이라도 먹어야 면역을 올리고 항암을 하죠

현수막 뒤에 있던 보암모 회원 정소영 씨(가명)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자 다른 회원들이 걱정을 한다. 경찰까지 와서 경찰차로 병원에 데려다 주겠다고 하자 소영 씨는 “여기서 죽겠다”고 한다. 소영 씨는 작년 초에 난소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다. 항암 끝난 지 8개월 밖에 되지 않았는데, 삼성생명이 암 입원 보험금을 주지 않아 거리에 나와 싸우고 있다.

  3월 19일 강남역 삼성생명 2층 고객프라자에서 66일째 농성 중인 보암모 회원들 [출처: 연정]

“수술을 한 본병원에는 환자가 많아요. 그래서 수술 하고 3일에서 5일 만에 나가야 돼요. 그러면 환자들이 어디 갑니까? 집에 가서 있을 수가 없어요. 먹지도 못하고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으니까. 밥 해 줄 사람도 없고. 항암을 하고 나면 일어날 수가 없어요. 저 같은 경우 걸음도 제대로 못 걸었어요. 침대에서 일주일 내내 붙어 있었어요. 항암을 6번 했는데, 2차 때부터는 거의 걸을 수가 없었어요. 요양병원 갈 수밖에 없단 말이야. 밥이라도 먹어야 우리가 면역을 올리고 항암을 또 맞죠. 전이도 막아야 하잖아요. 요양병원 가면 면역을 올리는 주사며 비타민이며 그런 게 있어요. 암 치료 할 때, 필수로 맞아야 되는 것들이거든요. 안 맞은 사람보다 맞는 사람이 훨씬 면역이 높아지는 게 사실이고.”

암환자인 보암모 회원들은 자신이 어느 정도 아프고 힘든지를 수치화 하거나 보여줄 수 없는 게 안타깝다고 했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

“나이에 상관없이 큰 수술 하고 나면 기운이 딸리고 면역력이 떨어져요. 몸에 트러블도 생기고 없던 질환이 나타나요. 바이러스 질환에 취약하거든요. 나도 모르게 어느 순간에 축 쳐져요. 기운이 없어서 못 움직여요. 여자들은 호르몬이 차단되면서 관절통이랑 열이 올라와서 얼굴 홍조도 나타나고 우울증도 오고... 집에서는 살림을 신경 쓰게 되니까 내 몸을 못 돌봐요.” (송현지(가명), 갑상선암과 유방암 수술을 한 보암모 회원)

3주에 한 번씩 본병원에 가서 항암하고 다시 요양병원에 와서 치료받기를 반복했다는 정소영 씨는 항암 기간의 절반은 자기 정신으로 못 산다고 했다. 그나마 요양병원에서 밥이라도 먹고 면역 치료를 받으면서 힘든 항암 기간을 버틸 수 있었다. 그럼에도 삼성생명은 소영 씨에게 요양병원 암 입원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요양병원에서 받은 치료가 암 치료를 직접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대법원 판결 운운 하는 이야기도 했다.

“직접이고 간접이고 가입할 때 그런 설명을 들어보지도 못했어요. 무조건 암에 걸리면 주는 돈이라고 생각 하고 들었지. 여기 심심해서 돈 타 보려고 병원에 들어가서 치료 받은 사람 아무도 없어요.” (정소영)

증권변조와 약관·증권에도 없는 직접 목적 치료를 이유로 부지급

2002년 삼성생명 종신보험에 가입한 소영 씨의 보험 약관에는 ‘(암)치료를 직접목적으로 4일 이상 3일 초과 1일당‘이라는 문구가 있지만, 약관 어디에도 직접목적의 정의에 대한 설명은 나와 있지 않다. 요양병원 암 입원비 부지급 이유에 대해 삼성생명에 물었지만, “내부 규정이라 얘기해줄 수 없다”는 이야기만 들었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민원을 넣었더니 그제야 삼성생명은 그걸 취소하는 조건으로 암 입원비를 주겠다고 했다. 그래서 취소했더니 일부만 지급을 했다.

강남 삼성생명 2층 고객프라자에서 암 보험금을 약관에 맞게 지급할 것과 보암모에 대한 고소고발 취하 등을 요구하며 두 달 넘게 농성 하고 있는 김근아 보암모 공동대표는 “약관 규정이 명확하지 않을 때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적용하는 게 맞다”는 이야기를 한다. 이른바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이다.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5조 2항: 약관의 뜻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되어야 한다.)

김근아 씨는 1994년부터 7년 동안 삼성생명에서 보험 설계사를 하면서 설계사 교육 업무를 해왔지만, 삼성생명에서 암 입원금을 직접치료 기준으로 지급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만약 그랬다면 자신은 고객들에게 삼성생명 암보험을 판매하지 않았을 거라며 헌신적으로 일했던 삼성생명에 배신감을 느낀다고 했다. 삼성생명은 자신들이 만든 상품 약관과 증권에도 없고, 심지어 설계사들도 모르는 내부 규정을 들이대며 마땅히 지급해야할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김근아 씨는 상품을 만든 이후 발생한 예측하지 못했던 문제(보험사 손해율 중가 등)의 책임은 회사가 져야하는데, 삼성생명은 그 책임을 소비자인 계약자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암환자로 역시 삼성생명 암 입원금 피해자인 김근아 씨는 삼성생명이 보험증권을 위조하는 일까지 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1994년에 가입한 새생활암보험 증권을 분실해 2008년 재발행 했는데, 가입 시에 없던 '직접치료' 문구를 넣어서 보냈던 것이다. 근아 씨는 잃어버린 줄 알았던 보험증권을 2017년에 찾게 되면서 이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했다.

“암 진단을 받았을 때는 진짜 표현이 안 되죠.. 뭐라 말할 수도 없고... 막내가 제일 눈에 밟혔어요.”

2011년 대학병원에서 유방암 3기 진단을 받았다는 이민주 씨(가명)의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수술을 했지만, 잔존암이 발견돼 일주일 만에 재수술을 해야 했다. 그 뒤 항암 30회와 방사선 30회를 하고 요양병원에 가고 싶었지만, 어린 아이를 돌보기 위해 재수술하고 일주일 만에 배액관을 착용하고 집으로 왔다.

“그 추운데 케어해 줄 가족이 없어서 저 혼자 택시 타고 배액관을 제거하러 가고 분비물 같은 거 처치하러 가고 했어요. 재수술하고 보름 만에 회복도 안 된 상태에서 1차 항암에 들어가니까 정말 안 되겠더라고요. 항암 하는 날 밤부터 오한이 오고 토하고 밑으로 싸고 밤을 꼴딱 새웠어요. 고열도 나고.”

민주 씨는 자신이 겪어보니 암 치료라는 게 딱 죽을 것만 같은 치료인 거 같다고 했다. 전신의 모든 세포가 괴사되면서 먹을 수도 잘 수도 없었다. 민주 씨는 항암 할 때 72시간 동안 눈 한 번 못 붙여 본 적도 있다고 했다.

“사람이 속된말로 돌겠더라고요. 72시간을 단 5분도 1분도 못자는 거예요. 잠은 못자지. 못 먹지. 저희 친정형제들이 일단은 네가 치료를 받고 살아야 된다고 용기를 많이 줬어요. 네가 일단 살아야 아이도 케어 할 수가 있는 거다. 네가 없는 세상에는 자식도 남편도 가정도 아무 소용이 없는 거다. 요양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된다. 면역 치료도 하고, 항암 치료도 하고. 그래서 ‘아, 내가 살아야 되겠구나.’ 내가 이 30회라는 항암 스케줄을 소화하려면 먹어야 암하고 싸우면서 치료를 하지 않을까. 그래서 그 다음날 요양병원에 가게 됐어요.”

그렇게 살기 위해 요양병원에서 암 치료를 받은 민주 씨도 삼성생명 암보험 약관에 명시된 암 입원비를 받지 못했다. 1992년에 삼성생명 암보험에 가입한 민주 씨의 약관에는 ‘직접치료’라는 문구 자체가 없다. 최근 많은 보험에 명시되어 있는 120일 한도도 없다. 암 치료를 목적으로 대한민국 내에 있는 병원에 입원한 3일부터 무제한으로 입원비를 지급하게 되어 있다. 민주 씨가 가입할 당시는 지금처럼 요양병원이 많이 있을 때도 아니었고, 암에 걸리면 생존이 어렵다는 인식도 많을 때였다. 약관과 증권 그 어디에도 ‘직접 치료’ 문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삼성생명은 민주 씨에게 요양병원 암 치료 입원비를 지급하지 않은 판례를 언급하며 요양병원에서의 치료가 직접적인 암 치료가 아니라며 암 입원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약관에도 없고 명확하지도 않은 청구 당시의 내부 규정을 20년 전에 가입한 계약자의 보험에 소급 적용한 셈이다.

  3월 19일 강남역 삼성생명 인근에서 농성 중인 보암모 회원들 [출처: 연정]

동일한 진단 동일한 치료에도 누구는 100% 누구는 0%

다른 보험사들은 항암 중이거나 방사선 치료 기간 동안 요양병원에 입원한 것과 관련해 암 입원비를 지급하고 있음에도 유독 삼성생명만 지급하지 않았다. 2018년 금감원의 지급 권고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소영 씨와 민주 씨를 포함한 많은 보암모 회원들이 삼성생명에 분개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암 입원비 지급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거다.

“유방암으로 같은 상급병원에 다니고 같은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어떤 사람은 100%를 지급해주고 저한테는 50%만 주겠다고 화해신청이 들어왔어요. 그나마도 화해를 안 받아들이면 아예 미지급 해버리고. 내가 그랬어요. 누구는 50% 누구는 100% 라는 게 약관 몇 조 몇 항에 있는지 그게 있으면 나한테 보내라고 했더니 ‘약관에 없는 거 고객님이 더 잘 아세요.’ 해요.”

민주 씨는 너무 화가 나고 억울해서 암 치료 중임에도 삼성생명 보험 약관에 줄을 쳐가면서 보험 공부를 했다.

“본사 담당자를 만나러 갔어요. 지급해야 할 항목에 밑줄 다 쳐서 가져가면 그 사람은 약관도 안 가져와요. ‘약관 왜 안 가져오세요?’ 하면 ‘고객님이 갖고 계신 약관하고 저희거하고 동일합니다.’ 해요. 그런 게 더 속 뒤집어지는 거죠. 고객을 우롱하다 못해 정면에 대고 이렇게 하는 삼성의 불법이 참으로.. 이게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에요. 삼성은.”

민주 씨는 삼성생명이 주는 스트레스가 암환자들을 두 번 죽인다고 했다. 실제로 많은 삼성생명 암보험에 가입한 암환자들이 암 입원금 지급 싸움을 하다가 세상을 떠났고, 암이 재발하거나 전이됐다.

소영 씨는 “누구는 요양병원에서 치료 받은 거 없이 밥만 먹었다고 부지급 하고, 또 누구는 치료를 받았는데 직접치료가 아니라고 안 준다”며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가 아니냐고 했다. 많은 암환자들이 삼성생명에 누구는 100% 누구는 50% 누구는 0% 지급받는 이유를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내부 규정이라 말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원칙도 기준도 없는 삼성생명 암 보험금 지급 행태를 경험하면서 보험금을 받지 못한 암환자들은 처음 대처를 잘못한 게 아닌가 하는 자책과 후회를 했다. 소영 씨는 상태가 호전됐을 때 손해사정사를 만난 게 후회된다고 했다.

"그래도 손님이잖아요. 저는 항암하고 일주일 동안은 병원 침대하고 눌러 붙어 있어 사람을 만날 수 없으니까 밥도 먹고 좀 멀쩡해질 때 만나려고 했어요. 그랬는데 손해사정사가 저한테 제 상태가 괜찮다는 듯이 얘기를 하는 거예요. 차라리 많이 아플 때 오라고 할 걸 그랬나 봐. 손해사정사가 병원에 왔을 때 죽는소리 하는 사람은 주더라고요. 징징대는 사람은 주고, 징징대지 않은 사람은 안주고."

반대로, 2017년 대장암 3기 진단을 받고 12번의 항암치료를 받았던 이종우 씨는 항암 치료로 정신이 없을 때 손해사정사가 와서 대처를 잘 못 한 것 같다며 후회가 된다고 했다. 강력하게 대처한 사람들 중에는 받은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길지 않은 시간 인터뷰를 했지만, 종우 씨가 남한테 싫은 소리 잘 못하고 배려와 양보가 몸에 베인 사람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내와 함께 가게 일을 하기 위해 집에서 통원하며 항암치료를 받으려고 했던 종우 씨도 첫 번째 항암치료를 받고 요양병원에 들어간 경우다.

“첫 번째인데도 구토하고 몸이 견딜 수가 없더라고요. 가게는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서 돌봐줄 사람도 없고. 내가 너무 힘들고 아내도 힘들어하니까 어디 갈 데가 있는지 알아봤죠. 요양병원이라는 데가 있는 걸 알아갖고 두 번째 항암하고 바로 갔어요. 요양병원에서 치료받은 게 도움이 많이 됐어요.”

취약한 상태에 있는 계약자들을 노려 암보험금 부지급

종우 씨는 집에서 계속 항암치료를 했다면 지금 같은 상태의 건강을 회복하지는 못했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종우 씨는 2005년 암 등 특정질병 입원일당을 받을 수 있는 특약이 포함된 종신보험 리빙케어에 가입했다. 암 진단비와 수술비는 바로 나왔기 때문에 암 치료를 위해 입원한 요양병원 입원비 역시 당연히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종우 씨 역시 요양병원에서의 치료가 암 직접치료가 아니라는 이유로 부지급 통보를 받았다.

“암에 걸렸는데 암 입원 일당을 당연히 줘야 되는 거 아니에요? 보험회사에서 안주는 특약을 왜 판매하는 거예요? 소비자를 기만하는 거지. 사기나 마찬가지에요. 열 받을 수밖에 없죠. 그러니까 이 집회에 안 나올 수가 없는 거예요.”

금감원에 민원 제기를 세 차례 한 끝에 보험금 지급 권고를 받아냈지만, 삼성생명은 “주치의 소견서를 받아야 된다”, “제3자 의료자문을 구하겠다”며 동의서를 요구하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삼성생명은 어느 날은 항암 한 것만 2~3일 주겠다고 했다가 또 어느 날은 50%를 주겠다고 했다. 종우 씨는 금감원의 권고조차 거부하며 약관을 어기고 있는 삼성생명을 보며 항암 치료기간임에 잠 한 숨 못자고 보암모 집회에 나올 만큼 분노했다. 삼성 관련 회사에서 일을 한 경험이 있어 당연히 줄 것으로 믿었던 종우 씨는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이 되어버렸다고 했다.

종우 씨는 자신이 암 보험금 재접수를 하면 삼성생명에서 실비보험 청구를 막았다가 항의하면 다시 풀어주는 일을 반복한다며 “사람을 갖고 논다. 대기업에서 할 짓이 아니다“라고 했다. 아직 건강 회복이 다 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종우 씨는 가게 일을 하면서 거의 매일 농성장에 오고 있다. 종우 씨는 암 치료와 삼성생명을 상대로 투쟁 하면서 우리 사회가 암환자들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많이 느낀다고 했다. 3명 중에 1명이 암환자라고 해도 사람들은 자신이 당사자가 되지 않으면 신경을 쓰지 않는다.

“대기업에서 배신행위를 한 거 아니에요? 약관에도 그런 거 없더라고요. 우리는 처음에는 몰라가지고 보험 들면 다 주는 줄 알고 순둥이처럼 그런가보다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너무 내가 어리숙하게 대응을 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지급을 못 받았나 그런 후회감이 지금 들어요. 힘드니까 포기할까 하는 생각을 할 때도 있어요. 근데 내가 포기 하면 다른 사람들도 손해를 보게 되잖아요. 제가 투쟁을 해서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 수 있게 열심히 투쟁하고 있습니다.” (이종우)

많은 삼성생명 암보험 피해자들이 배신감을 느낀다고 했다. 삼성생명은 연령이 높거나 대응하기 힘든 취약한 상태에 있는 계약자들을 노려 보험금을 미지급 해왔다. 소영 씨나 종우 씨처럼 타인을 잘 믿고 배려하는 계약자도 이들의 주요 타겟이었을 것이다. 암환자의 경우 심신이 힘든 항암이나 방사선 치료 기간에 맞춰 삼성생명서비스 손해사정사가 방문해서 독대를 하면서 일부 금액만 받겠다는 화해신청서에 서명할 것을 요구했다. 민주 씨는 암 보험금을 못 받은 삼성생명 계약자 중에 여성 비율이 높다고 이야기했다.

삼성생명서비스는 삼성생명의 자회사로 삼성생명이 지분율 99.78%를 보유하고 있고, 삼성생명 전 부사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회사다. 삼성생명의 눈치를 보고 삼성생명의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삼성생명서비스는 삼성생명의 매뉴얼대로 조사하고 보고서를 올린다. 요양병원 치료는 말기암 환자가 아니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말라는 것이 삼성생명의 지침이고, 삼성생명서비스 손해사정사들은 여기에 따라 어떻게든 암환자들의 꼬투리를 잡아 보험금이 부지급 되게 하는 일을 하고 있다. 손해사정사가 할 수 있는 일은 보험금 산정까지이며, 금액을 조정하거나 권고하는 것은 변호사법 위반으로 처벌대상이다. (2019년 8월 KBS <추적60분: 누구를 위한 보험인가 암 보험의 배신> 참조)

석유 한말 끌어안고 삼성생명 14층에 올라가고 싶은 심정

“투쟁!”

“투쟁!”

주주총회 일정을 마치고 강남역 삼성생명 앞에 모인 보암모 회원들이 2층 고객프라자에서 소복을 입고 66일 째 농성 중인 암환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하트를 보낸다. 안에서도 휴대폰 불빛과 휴대폰에 ‘투쟁’을 적어 흔들며 하트로 응답한다. 삼성생명은 농성 이후 고객프라자를 폐쇄하고 농성 중인 암환자들이 2층 화장실도 이용하지 못하게 했다. 식사 반입도 제한 해 암환자들이 하루 한 끼를 먹는 단식을 하기도 했었다. 현재 농성 중인 10명의 암환자들은 라면 등 인스턴트 음식을 먹으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보암모 회원들은 삼성생명이 보암모 회원들을 일대일로 회유해서 집회에 참여하지 않는 조건으로 합의를 종용하고 있다고 했다.

  3월 19일 삼성생명 주주총회 장소에서 항의하는 이정자 보암모 공동대표 [출처: 삼성피해자공동투쟁]

삼성생명 관계자에게 전화를 해보았지만, 안타까움만 커질 뿐이었다. 삼성생명은 요양병원 치료가 암 직접치료가 아니라며 대법원 판례와 약관 규정대로 지급하지 않는 거라고 했다. 또, 제3자가 참여하는 중재기구를 만들어 해당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했지만 보암모가 약관대로 지급할 것만 요구하며 거부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했다.(보암모는 이미 2018년 금감원의 요양병원 암입원비 지급권고가 있었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중재기구를 만들자고 하는 것은 여기에서의 결정을 불수용 할 경우 소송을 하라는 것과 같기에 응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금감원의 권고는 명확한 지급 사유가 아니라 지급할 수 없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삼성생명의 3일 이내 보험금 지급율이 95%이고 확인 후 지급율은 99%라며 부지급률은 0.01%에 불과하다고 했다. 고객프라자 농성과 관련해서는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는 게 문제라며 감금한 적이 없고 화장실이든 식사든 나와서 하면 되는 거 아니냐고 했다. 전화 통화 말미에 삼성생명 관계자는 이 내용이 기사에 나오는 거냐며, 나가면 보암모 회원들이 상처받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강풍에 컨테이너 농성장이 들썩거리건만 보암모 회원들은 장송곡을 틀어놓고 집회를 이어간다. 보암모 회원들의 이날 점심은 라면과 김밥이다. 필자가 걱정하자 한 암환자가 이야기한다.

“별 수 있겠어요.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며칠 뒤, 이정자 공동대표의 조직검사 결과 소식을 들었다. 3년 전 부분 절제 수술을 받았던 왼쪽 유방암이 오른쪽까지 전이되어 완전 절제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삼성생명의 암보험비 미지급과 관련한 스트레스가 많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큰 충격으로 외부와 연락을 차단하고 있는 이정자 씨와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이정자 씨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심정이라고 했다.

“석유 한 말 끌어안고 삼성생명 14층에 올라가고 싶은 심정이에요. 대한민국이 다 썩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정자)

"암은 5년 지났다고 끝난 게 아니에요. 의학적으로 완치가 없고 평생 사는 동안 관리를 잘 해야 되고 그건 또 물질하고 직결이 되는 거예요. 암 환우들은 사회생활이나 일상생활조차도 어려우니까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되고. 혹시 나는 아니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은 있지만, 그래도 혹시 암이 올 때를 대비해서 없는 돈 있는 돈 생활비 쪼개서 보험을 10년 20년 30년 납입을 한 거잖아요. 암환자들은 치료비가 많이 들어요. 치료를 해야 될 거 아니에요? 치료비로 쓰려고 그러지 이 보험을 들어서 호의호식 하려는 게 아니에요. 그럴 돈도 안 되지만... 이렇게 삼성이 암 보험비를 안주는 건 암환자들에게 정말 죽으라는 것밖에 안돼요. 저는 동병상련의 아픔을 겪어봤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환우들의 아픔을 알아요. 그래서 저 자신을 위해서도 나오지만, 우리 환우들을 위해서도 나오는 거예요." (이민주)

  강남역 삼성생명 앞 보암모 회원들의 농성장 [출처: 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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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복희

    삼성생명은 암입원금에 대해서 회사내부기준으로 미지급하는 갑질횡포를 멈추라 ㆍ우울증에 시달리며 투병하는 암환자는 오늘 내일 모래의 생사를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불안감 우울증 때문에 장담할수 없다 ㆍ보험사의 주주이익을 위해 암입원금을 내부기준으로 미지급하는것은 갑질횡포다 ㆍ삼성생명은 가입당시 증권 약관 청약서의 약속데로 청구한 암입원금을 지급하는 준법경영을 하라ㆍ

  • 이복희

    보험가입시 보험사에서 발행하고 준 증권 약관 청약서도 고객과의 약속도 다 필요없고ㆍ 보험료는 보험사에 내지만 보험금은 법원의 판례로ㆍ금감원의 조정으로ㆍ보험회사의 내부기준으로 받는다고 가입시 보험회사측 설명듣었다면 당신은 보험회사 잘먹고 살라고 보험가입 하시겠습니까?ㆍ이런 보험가입할 골빈 보험이용자가 얼마나 있을까요?ㆍ

  • 김근아

    장기간 보험료 받아놓고 보험금 지급할때는 가입시 회사가 만든 규정은 다 무시하고 임원 "협의체"가 만든 내부규정이나, 판례하나 만들어놓고 미지급하면 그게 보험사의 보험사기지 뭡니까? 지금도 설계사들은 보험약관들고 보험팔고 있는데, 사고나면 임원들이 "판례때문에 안된다!", 회사"내부규정때문에 못준다", 보험료는 다 받아놓고 감액한적도 없는데, 보험금은 "합의하자" 그러면 그게 보험사기지 뭡니까? 암환자들 상대로 갑질하는 삼성생명!!! 미지급한 암입원금 약관대로 지급하라!!!

  • 정의당

    와~ 삼성생명이 이런 회사였군요..보험은 삼성생명거는 가입하면 안될거 같네요. 전형적인 사기꾼수법.손해사정사도 좋은 사람들인 줄 알았는데 협박범수준이고.. 주변사람들한테 알려야겠네..삼성 쯧쯧

  • 이정자

    있는 사실 그대로 서류를 제출 했음에도 불구하고 고객을 보험사기꾼으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삼성생명 법무법인팀은 재판장에서 자닥신 ㆍ압노바는 항암치료제가 아니라고 말 합니다.
    그렇다면 식약처를 개무시 하는 처사라고 우리측 변호사는 항변 했습니다.
    식약처에서 항암치료제로 허가가 났는데 삼성생명은 항암치료제가 아니라고 한다면 어디가 옳은 걸까요.
    과연 우리나라 법은 누가 옳다고 판결
    을 내려 줄까요.
    대법원위에 삼성공화국이 맞을까요.
    답답한 현실앞에 암환자들은 죽어가고 있습니다.
    삼성생명은
    암입원금 약관데로 지급하라

  • 안세준대디

    삼성생명은 가장 신뢰감이 드는 보험사인데 이럴 수가 있나요? 오랫동안 가입중인 보험을 해약할 수도 없고 완전히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습니다. 젠장!

  • 삼성생명고객

    주주들중에 분명 '나는 아니겠지' 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겠지...하지만 집회하는 사람들중에 주주도 있고 직원도 있을 것을... 그 누구도 예외일순 없다는걸 알아야한다. 나도 머리빠지고 두건쓰고 깃발들고 "지급하라!" 라고 외치고 있을수도...

  • e경자

    보험에 가입 당시 보험사에서 발행해 준 증권과 약관 청약서가 있는데도 고객과의 약속을 무시한 채 보험료는 자동이체로 따박따박 빼 가면서 막상 암 걸려 암입원금 청구하니 모든 사람의 암의 종류가 다른데도 법원의 승소판례는 감추고 패소판례만 들이밀며 미지급하는 삼성생명은 암환자들에게 즉각 사죄하고 암입원급여금을 가입당시 약관대로 지급하라!!!가입할때 금감원의 조정과 보험회사의 내부규정으로 정액보험을 합의 보는 교통사고도 아닌데 누구는 100% 누구는 50% 누구는 0% 지급 받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면 보험회사 잘먹고 잘살라고 어느 누가 보험에 가입 할까요?제발 더 이상 재발과 전이로 늘 두려움과 공포속에 살아가는 암환자들을 괴롭히지 말고 암입원 급여금을 즉각 지급하라!!!그것만이 삼성생명의 살 길임을ᆢ

  • 백경희

    삼성생명은 가장약한 암환우들을 상대로 최악의 갑질을 중단하고 약관대로지급해야 합니다.잔존암없다고 안준다고하다가 항의하니 20%로 합의하자하고 또항의하니 50%준다하고 금감원의 지급권고나오면 준다더니 지급권고 나오니 이제는 본인들이 의사 만나보고 판단해보고 준다며 말바꾸더니 이제는 회사내부 규정이라고하면서 줄수 없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식으로 암 환우들을 우롱하는지 이해할수 없습니다.이 싸움이 저는 벌써5년이네요.지치고 힘들고 가슴답답하고 분통터집니다.

  • 손춘수

    사례들을자료와함께보내주십시오
    이아모(이건아니잖아요시민모임)에서책자에실어드리겠습니다
    세건정도만요A4다섯장정도의사건요약서와약관계약서진단서등주시면됩니다
    약관은약속입니다
    질기게운동하세요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