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 비정규직 노동자 긴급행동…경찰 충돌도

비정규직 긴급행동 “더는 죽을 수 없다, 재난 뒤 세상 달라야”

“2020년 재난 뒤의 다른 세상을 바라는 만국의 노동자와 함께 우리는 외친다. 우리가 잃을 것은 가난과 고통의 쇠사슬뿐이요, 얻을 것은 이윤보다 생명이 먼저인 다른 세계다.”(코로나19 비정규직 긴급행동 선언문 중)

세계 130주년 노동절을 맞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더 이상 죽을 수 없다, 재난 뒤의 세상은 달라야 한다”고 외쳤다. 코로나 19 확산 속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가장 먼저 해고되고, 휴업 수당 등의 각종 권리에서 배제되고 있다. 더욱이 지난 29일 이천 화재 참사에서도 드러났듯 산재 사망에 가장 가까이 노출돼 있기도 하다.

5월 1일 오후 서울 도심 3곳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주축이 돼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코로나19긴급행동(이하 비정규직 긴급행동)’이 열렸다. 이들은 한익스프레스 이천물류창고 산재 사망자를 추모하는 검은 리본을 옷에 달고 긴급행동에 참가했다.


이들의 요구는 △모든 해고 금지 △비정규직,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에게 휴업수당, 실업수당 지급 △모든 노동자에게 노조할 권리 보장 △모든 노동자에게 4대 보험 적용 △30대 재벌 사내유보금 1,000조 원 환수 △아프면 쉴 수 있게 상병수당 보장 △이주노동자에게 차별 없는 동일 지원으로 요약된다.


비정규직 긴급행동은 오후 3시 30분부터 요구별 3개의 거점 장소에서 나누어 진행됐다. 시청광장에서 진행된 2마당은 300여 명의 노동자, 시민이 모여 △휴업수당과 실업급여, 4대 보험 적용에 있어서 차별금지 △노조할 권리 보장 △이주노동자 차별 금지 및 4대 보험 전면 적용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가장 가난하고 힘없는 노동자들이 ‘악’소리조차 못 내고 잘려 나갔다. 삶이 무너지고 있다”라고 호소하며 “비정규직,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특수고용, 프리랜서라는 이유로 휴업급여, 실업급여조차 받지 못한다. 2,700만 취업자의 절반이 고용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고용보험 가입자의 절반인 비정규직이 무급휴직, 권고사직으로 쫓겨난다”고 밝혔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200조 원을 기업에 지원한다. 생계가 막막해진 국민들에게는 13조 원을 적선했다”라며 “부자는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자는 병에 걸려 죽거나, 굶어 죽거나, 더 가난한 채로 짐승의 삶을 이어간다”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라며 “해고를 금지해야 한다. 일하면 누구에게나 휴업급여와 실업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4대 보험을 적용해야 한다. 노조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살인기업을 제대로 처벌해 재난으로 죽고 해고로 죽고 일하다가 죽는 이 죽음의 킬링필드를 끝장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정규직 당사자, 마이크 잡다

2마당의 말문을 연 오수영 학습지노조위원장은 “코로나19 이후 학습지 교사들은 수업일수가 반 토막 나고 수입은 1/3로 줄었다. 수입이 없어 생계유지를 위해 하던 계단 청소일을 두 배로 하고, 노후를 위해 들어놓은 적금을 깬 조합원도 있다”라며 “특수고용 노동자를 고용한 대기업들은 올해도 수십억, 수백억 배당금 잔치를 했다. 위기의 시대에 유연한 고용 구조로 사회적 책임은 아무것도 지지 않고 이익만 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정부에 대한 책임도 물었다. “정부의 생계지원금은 2018년 의료보험 가입자가 기준이기에 우린 기준에 빠질 수밖에 없다”라며 “문 정부가 약속한 고용보험이 실행됐다면 3개월의 코로나 때문에 삶이 나락으로 떨어지진 않았을 것이고 역시 문 정부가 약속한 노조법 2조가 개정됐다면 교섭 한번 못하고 온몸으로 재난 뒤집어쓰진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준형 공공운수노조 전국방과후학교강사지부 서울지회장과 원진주 언론노조 방송작가지부 지부장도 정부의 비정규직 노동자, 특수고용자에 관한 부실한 대책을 꼬집었다.

임준형 지회장은 “정부의 1차 추경 때 특수 고용 노동자, 프리랜서에 대한 지원금이 나왔지만 까다로운 소득기준과 건강보험료 기준 때문에 포함되지 않은 강사들 부지기수였다. 서울시는 방과후 강사에 대한 지원이 아예 없었고 지역마다 기준 또한 천차 만별이었다”라며 “5차 비상경제 회의에서 나왔던 정책들도 아직까지 정해진 게 없다. 특수고용구조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방과후강사들의 어려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주노동자 차민다 씨는 “피부색이 달라도 나라와 종교가 달라도 다 똑같은 노동자”라며 “이주노동자를 괴롭히는 고용허가제를 폐지하고, 이주노동자에게 폭력을 일삼는 기업주를 처벌하고, 감염병 확산 시기에 마스크 지급 등 이주노동자를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 네 차례나 자진 해산 명령… “방진복 벗으라” 행진 막기도

한편 서울시와 경찰청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제49조제1항을 근거로 집회금지를 통보했다. 이에 비정규직 긴급행동의 모든 참가자는 마스크와 방진복, 라텍스 장갑을 착용하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등 감염병 예방을 위한 조치를 준수했다. 1부 마당 행사는 참가자 간 1M 이상 물리적 거리를 두고, 행진과 광화문 퍼포먼스는 2M 물리적 거리 두고 진행됐다.


하지만 비정규직 공동행동은 집회부터 행진까지 번번이 경찰의 방해를 받기도 했다. 2마당 집회 중 경찰은 총 네 차례의 자진 해산 명령을 내렸다. 2부 마당 참가자들은 광화문 광장까지의 행진도 막혔다. 경찰이 노동자, 시민의 행진을 막아서 행진은 1시간 이상 지체됐다. 경찰은 코로나 방역을 위한 조치라고 하면서 방역을 위한 조끼를 벗으라고 요구했고 노동자 시민은 이를 항의했다. 노동자 시민은 “노동자 투쟁을 통제하기 위한 도구로서 코로나 19를 꺼내든 것에 불과하다”라며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라”고 외쳤다. 이 와중에 서울시는 서울광장의 분수대를 가동해 경찰과 시민의 대치 상황을 중재하려 나섰으나, 분위기만 더 험악하게 만드는 꼴을 연출하기도 했다. 결국 시민들은 방진복을 벗거나, 따로 경찰 대오를 따돌려 세종문화회관 계단에 모였다. 지체된 2부 행사는 오후 5시가 훌쩍 넘어서야 시작됐다.


1마당(모든 해고 금지), 3마당(재벌 사내유보금 1,000조 원 환수) 참가자들도 경찰 대치에 뒤늦게 광화문에 도착해 2부 비정규직 긴급행동이 어렵게 시작됐다. 2부에선 이천 화재 참사 산재 사망자를 추모하는 부부젤라 불기 행사가 진행됐다. 인터내셔널가를 함께 부르며 ‘재난 이후의 세상은 달라져야 한다’고 외쳤다.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은 연대를 의미하는 종이비행기를 날리며 코로나19로 고통받으며 싸우고 있는 항공노동자들을 비롯한 전 세계노동자들에게 연대의 메시지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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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세상이 노동단체들보다도 그 이론수준이 제일 높네요. 한켠에서는 현실사회주의론을 옹호하거나 비판하느라고 역사의 전개과정을 잊어버리거나 착각을 하고 마르크스가 말한 <부르주아적 가치와 사회주의의 지향성>을 혼동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기도 합니다. 참세상의 언론이 이를 정리할 수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많은 기대를 해봅니다.

  • 정점

    마르크스가 가치의 척도를 바꿔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지요. 아시는 분은 아실 것입니다만. 곧 그 이전에는, 노동자 국유화, 생산수단의 사회화만으로는 사회주의 경제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은 이행기로도 볼 수 있지만 그냥 구소련, 중국의 예처럼 국가권력과 소유권의 성격만 바뀌는 것으로 머물기도 하지요. 그러한 몰수는 다양한 국가들이 실제로 실행을 해왔잖습니까. 곧 국가권력과 소유권의 변화는 고대 그 이래로 역사적 시기마다 나타났었던 보편적인 몰수입니다. 국가권력과 소유권의 변화 그 자체로 사회주의 경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르크스는 - 생산력을 올린 후 - 평등과 불평등의 척도를 바꿔야 한다고 글을 쓰기도 했었지요. 이론가들이 대부분 그 글을 못보았거나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참세상 이론가들의 수준이 제일 높으니 앞으로 기대를 해보겠습니다.

  • 정점

    이윤은 부르조아에게만 가는 것은 아닙니다. 다양한 국가권력의 성격에도 들어갑니다. 재생산을 위해서는 공장 관리자에게 들어가기도 합니다. 국가권력과 소유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부르주아적 가치가 없다고 보는 것은 맑스레닌주의도 아닐 뿐더러 경제를 읽는 눈이 없는 것으로 볼 수 있겠지요,

  • 정점

    요즘 글을 쓰다보니까 현실사회주의 옹호론자들도 예전 일부 보수주의자들이 자본론을 사회주의라고 보았던 것처럼 구소련, 또는 중국, 북한을 사회주의 경제로 보는 착각을 일으키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답니다. 노동에 대한 척도가 바뀌는 않는 이상 부르조아적 가치의 질적인 변화는 없는 것인데도 말입니다. 한쪽은 옹호하기 위해서이고 한쪽은 비판하기 위해서였지만 그 일치점을 형성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본론을 보니까 사회주의이고 구소련의 역사, 중국, 북한의 현실을 보니까 사회주의라니 그것은 역사의 전개과정이 빠진 채 경제논리에도 근거하지 않은 염력수준의 "개콘"입니다. 그들의 견해는 구소련에 존재했었던 국가권력의 성격에 대해서만 맞습니다. 경제에 대해서는 사회주의 가치의 척도가 존재한 때가 없어서 이행기였다고 하면 절반쯤 맞아들어갈 수 있어도 사회주의 경제였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 정점

    세번째 댓글 고침

    -----없어졌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