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장의사가 조주빈 잡으려 경찰과 공조? 경찰은 부인

SNS서는 박형진 대표가 n번방 피해자 협박했다는 주장 나와

음란물 사이트 운영을 방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디지털 장의업체 ‘이지컴즈’ 박형진 대표가 다수의 언론에서 경찰청과 협력해 N번방을 추적했다고 밝혀왔지만, 경찰청은 관련 사실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SNS에서는 박 대표가 N번방 피해자를 협박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박 대표는 텔레그램 N번방 성폭력 사건이 떠들썩했던 지난 3월부터 N번방 사건에서 자신이 경찰 수사에 도움을 줬다고 주장하며 다수의 언론과 인터뷰했다. 박 대표는 서울지방경찰청으로부터 협조 요청을 받아 구매자, 피해자, 광고의뢰자 등으로 가장하고 수 차례 조주빈과 접촉을 시도했다고 했지만 서울경찰청은 이에 ‘도움 요청한 사실이 없다’는 취지의 답변을 남겼다.

경찰청 ‘사이버 성폭력 수사 자문단’ 자문위원이자, 사이버 성폭력을 다룬 다큐멘터리 <얼굴, 그 맞은편>을 제작한 이선희 감독은 지난 3월 27일 민갑룡 경찰청장이 참석한 ‘사이버 성폭력 수사 자문단’ 긴급간담회에서 박형진 씨가 서울지방경찰청과 협조해 박사를 추적했다고 한 인터뷰를 언급하며 정부기관의 삭제 한계로 민간의 디지털 장의사가 생겨나는 구조를 비판했다. 이후 경찰청은 이 감독에게 ‘서울청에서는 ‘박사방’ 수사 관련 박형진에게 도움 요청한 사실 없음’이라는 답변을 보냈다.

이와 관련해 경찰청 사이버 수사대에 다시 한번 사실 확인을 요청했지만 “수사 중인 사안으로 밝힐 수 없다”고 답변했다.

박형진 대표, 성범죄 방조에 대한 혐의 전면 부인

현재 박형진 대표는 성범죄 방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인천지검 부천지청 형사 2부(이현정 부장검사)는 3월 27일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등에관한법률위반(음란물유포) 방조 및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방조 혐의를 적용해 박 대표를 불구속기소했다.

지난 4월 8일 인천지검은 "음란물 유포 피해자로부터 게시물 삭제 요청을 받고 이를 대행하는 업무를 하는 디지털장의사가 사실은 음란물 사이트 운영을 방조하여 피해자를 양산하였다는 점을 고려하여 엄정 처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당시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박형진 대표가 포르노 사이트와 거래한 것을 폭로하며 “포르노 사이트 운영자에게 뒤로 2회에 걸쳐 600만 원을 보내고 삭제를 독점하는 것은 그 성폭력 산업을 공고히하고 발전시키는 공범행위”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인천지검의 입장이 나온 다음날 박형진 대표는 본인이 운영하는 ‘디지털 장의사’ 사이트(현재 폐쇄 후 블로그로 대체됨)에 해명글을 올렸다. 박 씨는 “보복성 촬영물의 삭제를 위해서 400만 원을 내고 배너광고를 하라고 하여 여성 피해자의 요청으로 비트코인 400만 원을 입금하였고 보복성 촬영물 등을 삭제한 것”이라며 “디지털장의사 업무를 하면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라고 밝혔다. XX티비가 피해 촬영물 삭제를 해주는 조건으로 배너광고를 요구했고, 피해자에게 이 조건을 전달해 400만 원을 받아 XX티비에게 건넸다는 말이다.

[출처: '디지털 장의사' 홈페이지]

동시에 스튜디오 비공개 촬영 성폭력 사건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J씨의 탄원서(2018년 6월 작성)를 공개하며 “비공개 촬영회 사진이 XX티비 사이트에 유포되면서, 해당 촬영회를 진행했던 필O 스튜디오 J실장님께서 삭제 비용 200만 원과 비트코인 비용 200만 원을 부담하며 삭제를 부탁했다”라고도 해명했다.

<참세상>은 XX티비에 입금했다던 비트코인 400만 원에 대해서 J씨가 부담한 것인지, 피해 여성이 부담한 것인지 물었지만 답변하지 않았다.

J씨는 2018년 스튜디오 비공개 촬영 성폭력 사건에서 강제추행, 성폭력범죄특례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고소당했지만 같은 해 7월 시신으로 발견되며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가 종결된 바 있다. 같은 사건의 피의자였던 C씨에 대해선 지난해 법원이 징역 2년 6개월, 8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이수, 5년간의 관련 기관 취업제한을 선고한 원심 확정했다.

박형진 대표가 올린 탄원서 작성자가 성폭력 사건의 피의자인 만큼 탄원서의 신뢰감에 대해서도 의문이 생긴다. 또 다른 보도에 따르면 박형진 대표는 직원들과의 메신저에서 ‘XX티비’, ‘XX센터’를 언급하며 독점 계약을 자랑하며 불법 촬영물이 유포될 피해자 명단을 공유하기도 했다.

SNS에선 N번방 피해자 협박설도

한쪽에선 박형진 대표가 텔레그램 N번방 피해자를 협박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출처: 인스타그램 계정 @nbunbang]

한 인스타그램 계정(@nbunbang)에서는 박 대표가 N번방 성착취 피해자인 미성년자를 상대로 사진 유포와 신변 위협 등의 협박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인스타그램 계정은 N번방 운영진들로 추정되는 인물의 신상을 제보받아 공개하는 일명 ‘sns 자경단’ 중 하나다. @nbunbang 운영자는 N번방 사건의 미성년자 피해자 가족이라고 밝히고 있다.

@nbunbang 운영자에 따르면 자신의 사촌 동생인 피해자 A씨가 박형진 대표에게 불법촬영 유출 영상 삭제를 의뢰했다. 박 대표와 연락을 주고받던 A씨는 인스타그램 @nbunbang의 계정을 자신의 가족이 운영한다고 밝혔고, 그 직후부터 A씨는 익명의 누군가로부터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nbunbang 운영자는 박형진 씨를 디지털 성범죄의 한 구성원이라고 비판하는 글을 올린 적 바 있다. @nbunbang 운영자에 따르면 익명의 협박범은 @nbunbang 계정의 삭제를 요구하며 A씨가 키우던 강아지 사진과 함께 강아지를 납치해 끓여먹겠다, 주거지를 알고 있다, 피해 영상을 유출하겠다 등의 협박을 했다.

@nbunbang 운영자는 <참세상>과의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를 통해 “(박형진 대표가 협박범이라는) 증거는 정황상 하나 뿐이다. A는 어머니 명의로 구입한 휴대폰으로 박형진과 대화했다. 그 휴대폰으로 연락한 사람은 이모, 형, 박형진이 유일하다”라며 “A가 협박을 당할 때 A 휴대폰 메신저의 배경화면(강아지)이 들어있었다”라고 밝혔다.

박형진 대표는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인스타그램 @nbunbang은 사기꾼이다. 경찰에서 추적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중학생 N번방 피해자와는 연락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웹하드 카르텔의 협조자에게 제기된 의혹, 엄정 수사 필요

경찰은 인스타그램 자경단 계정을 수사 선상에 올려놓고 위법사항이 있다면 엄정 수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9일 부산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 수백명의 신상정보를 텔레그램에서 유포한 ‘주홍글씨’에 대해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개인정보와 사진을 무단 게시한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다. 인스타그램의 자경단에 대해서도 수사 선상이라 밝혔다. 하지만 해당 수사가 허위 사실 유포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았고, 이들이 제기한 의혹에 대한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만큼 이 부분 역시 수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선희 감독은 “박형진 씨는 2018년 스튜디오 비공개 촬영 성폭력 사건에서 특정 음란물 사이트에 배너 광고를 의뢰하고 그 대가로 600만원을 지급해 사이트 운영을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피해자와 다투고 있던 가해자의 카카오톡을 복원함으로서 피해자를 여론 전에서 불리하게 만들었다. 이런 배경을 가진 인물에 대한 의혹제기를 경찰은 정확하게 규명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선희 감독은 또 “웹하드 카르텔에 협조했던 사람이 기업의 얼굴로 성장하는 것을 막을 수 있어야 한다”라며 “이를 묵과하거나 방조하면 더 큰 범죄가 야기될 수있다”라고 지적했다.

2014년부터 디지털 장의사 업무를 시작한 박형진 대표는 불법 촬영 유출물 등을 삭제 지원해주는 대가로 사진이나 게시물당 약 200~400만 원의 이용료를 받았다. 현재처럼 정부의 삭제 지원이 없던 때 불법 촬영물 피해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사설 업체인 박 씨의 회사를 찾았고, 박 씨는 피해자에게 대금을 받고 삭제업무를 하는 한편 불법촬영물 유통업체엔 독점 업무를 따내며 사업을 키워나갔다. 그는 다수 언론에 ‘전문가’라고 소개됐고 박 씨는 이를 자신의 사업 홍보에 이용했다.

‘이지컴즈’ 회사 연혁에 따르면 그는 2018년 대한민국 국민브랜드대상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상’, 대한닌국 창조문화예술대상 ‘경기도지사상’, 제13회 대한민국 나눔대상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상’, 대한민국 아름다운경영인대상 ‘국회법제사법위원장상’을 수상했고 2019년엔 제14회 대한민국 나눔대상 ‘국회정보위원장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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