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국제사회에서 다룬다

노르웨이 NCP, 당사자-기업 ‘주선’ 나서기로...삼성중공업은 감감무소식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노르웨이 연락사무소(노르웨이 NCP)에 진정 사건으로 접수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충돌사고가 노르웨이 NCP의 1차 평가를 통과했다. 지난해 6월, 한국 NCP가 1차 평가 통과를 결정한 후 약 1년 만이다. 이로써 사고 피해자들은 국내의 삼성중공업 뿐 아니라 다국적기업인 발주사와 시공사 등과 조정 절차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출처: 거제통영고성 조선소 하청노동자 살리기 대책위원회]

노르웨이 NCP는 지난 5월 13일, 1차 평가 결과를 통해 사건 진정을 수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추가 조사 및 다국적기업들과의 조정절차를 위한 주선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017년 5월 1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800톤급 골리앗 크레인과 32톤급 지브형 크레인이 충돌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6명의 하청노동자가 사망하고 25명이 다쳤으며, 150여 명의 노동자들이 현재까지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법원은 삼성중공업의 산업안전보건법 상 안전조치의무와 산업재해예방조치의무 위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또한 현재까지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150여 명의 노동자 중 산재로 공식 인정받은 노동자는 14명뿐이다.

이에 피해 노동자 지원 단체인 ‘마틴 링게 프로젝트 삼성중공업 크레인 사고 피해 노동자 지원단(노동자 지원단)’과 ‘기업인권네트워크’는 지난해 3월, 공동 시공사인 삼성중공업과 프랑스 테크닙(Technip), 운영사인 노르웨이 토털 노르게(Total Norge), 프랑스 토털(Total), 에퀴노르(Equinor) 등이 OECD 다국적기업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며 NCP에 진정을 넣었다.

이후 한국 NCP는 지난해 6월 25일, 1차 평가 결과에서 해당 진정을 수용키로 하고 진정인들과 삼성중공업 간의 주선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 NCP는 주선 대상 기업을 삼성중공업으로만 한정했었다.

반면 이번 노르웨이 NCP의 결정은, 영국과 노르웨이, 프랑스에 각각 위치한 공동 시공사와 운영사 등을 대상으로도 진정인과의 주선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로써 해당 사건과 관련한 기업들은 모두 주선 및 조정 절차에 진입하게 됐다. 또한 노르웨이 NCP는 조정 절차를 위해 삼성중공업에도 참여 요청을 할 것이라 밝혔다. NCP의 ‘주선 절차’란, 합의에 다다르는 것을 목표로 문제 해결을 위해 당사자들을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당사자들이 조정 진행을 선택하면, NCP는 조정 과정의 합의를 위해 조정 전 회의를 소집하게 된다.

노르웨이 NCP는 1차 평가 결과를 통해 “기업들의 활동과 제기된 문제 사이에는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들은 “TEPN(토털 노르게)은 사고 발생 당시 마틴 링게 프로젝트의 사업자였으며, 스타토일(현재 에퀴노르), 페토로와 함께 조인트 벤처에 속했다. 해당 조인트 벤처는 삼성중공업과 테크닙으로 구성된 하청 기업 컨소시엄과 마틴 링게 플랫폼 건설을 위한 계약을 맺었다. 컨소시엄은 테크닙이 대표했다. 사고는 삼성중공업 조선소에서 발생했다”며 “에퀴노르는 사고 당시 조인트 벤처의 일원이었으며, 현재는 그 사업자로 2017년 5월 1일의 사고 이후 이뤄진 위험 관리와 안전 대책 후속 조사에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출처: 거제통영고성 조선소 하청노동자 살리기 대책위원회]

다만 NCP의 평가 결과에 따라 기업들이 주선과 합의 절차를 충실히 이행할 지는 미지수다. 국내 NCP가 삼성중공업과의 주선 절차에 나서겠다고 밝힌 지 1년이 돼 가는데도, 현재까지 어떤 이행 과정도 드러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은주 마산창원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상임활동가는 “한국 NCP는 현재까지 구체적 진행 상황이 없다. 노르웨이 NCP는 이번 평가 결과를 통해 조정절차에 들어간다고 밝히며 당사자인 삼성중공업의 참여 요청을 보낸 상황”이라며 “이 문제가 국제사회에서 다뤄야 한다는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당사자인 삼성중공업이 참여해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자 지원단과 기업인권네크워크도 “노르웨이 NCP의 주선 제공 결정을 환경하며, 유럽에 소재한 발주사와 시공사 및 삼성중공업 등 마틴 링게 프로젝트의 발주사와 시공사가 조정 등 향후 절차에 충실히 임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NCP는 OECD의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이행을 위해 46개의 각 국가 내에 설치된 기구다. 한국은 산업통상자원부 해외투자과에 설치 돼 있다. NCP는 다국적기업의 가이드라인 위반에 대한 진정을 접수하고, 주선 및 권고 등을 담당한다. 우선 진정이 접수되면 1차 평가를 통해 해당 가이드라인의 이행 관련성 등의 요소를 평가하고, 1차 평가가 통과 될 시 조정절차 등을 통해 최종 권고 내용을 발표한다. 가이드라인은 정보공개, 인권, 고용 및 노사관계, 환경 등 11장으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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