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1대 당 청소시간 30분, “피 나는지 모르고 일했다”

고된 노동 끝에 해고된 아시아나케이오 청소노동자들, “작업복 다시 입는 그날까지”

  지난달 26일 농성장 사수투쟁 모습.

아시아나항공기 청소노동자들은 집에 돌아와서야 몸에 난 멍과 핏자국을 확인하곤 했다. 그들은 수십 킬로그램에 달하는 모포 묶음을 이고 수백 석에 담요를 배치하는 일을 했다. 화장실 가는 것 조차 눈치를 봐야하는 나날이었다. 그리고 고된 노동을 견뎌야 했던 이들은, 이제 해고의 고통을 견디고 있다.

원래부터 아시아나케이오(케이오)는 좋은 회사가 이니었다. 아시아나에어포트 협력업체인 아시아나케이오는 아시아나항공의 수하물과 기내청소를 담당하는 회사다. 고된 노동 탓에 새로 입사한 청소노동자들이 번번이 그만뒀다. 2~3개월이 지나면 입사자 중 80%가 퇴사를 하고 없었다. 버텨낸 노동자들은 몸의 마디마다 근골격계 질환을 앓았다. 아침이면 손가락이 퉁퉁 부어 펴지지도 않았다. 잠들기 전엔 효과가 좋다는 파스는 바르고 자야 했다. 정년까지 몇 년만 버텨볼 생각이었던 이들은 코로나19 앞에 쫓겨났다. ‘무기한’ 무급휴직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달 18일, 농성장 철거 당시 모습. [출처: 공공운수노조]

종로구청도 아시아나케이오 ‘편’

사측은 코로나19에 따른 정부 대책인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하지 않았다. 대신 1노조(한국노총)와의 협의를 통해 무기한 무급휴직 동의서를 작성하지 않은 직원을 상대로 정리해고를 했다. 이로써 케이오 노동자 500여 명 중 200명 무급휴직, 8명은 정리 해고돼 희망퇴직자를 제외하고 160명만이 선별 근무를 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자로 최종 정리해고가 된 이들은 나흘 뒤에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금호문화재단) 종로사옥 앞에 농성장을 차렸다. 금호문화재단 박삼구 이사장이 케이오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금호문화재단 측과 만나기도 전에 종로구청과 싸워야 했다. 종로구청과 경찰도 이들의 편이 아니었다.

지난달 15일 오후 4시 50분경 종로구청 및 경찰은 ‘아시아나케이오 정리해고 투쟁 문화제’ 준비 과정에서 무대장치, 깔개 등의 집회 물품을 압수했다. 집회신고가 된 문화제였고, 무대 설비, 방송 차량 등의 물품까지 신고했음에도 발생한 일이었다.

문화제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천막 농성장을 설치했다. 하지만 4일 만인 18일, 종로구청 및 경찰 4~50명이 급습해 10명만이 지키고 있던 1.5평 남짓한 농성장을 철거해버렸다. 두 차례 계고장이 발부된 후 어떤 설명도 없이 곧바로 집행이 이루어진 것이었다. 정리해고자와 공공운수노조는 23일 같은 자리에 두 번째 천막 농성장을 설치했다. 다음 날이 되자마자, 종로구청은 또다시 두 차례 계고장을 부착했다.

철거가 강행이 예상됐던 26일, 종로구청은 농성장 주변에 집회 금지 명령을 내렸다. 농성장 사수를 위해 모인 60여 명의 노동자, 시민 등은 “집회 금지 조치는 아시아나자본에 대한 비호 행위”라 외쳤다. 하지만 종로구청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집회 금지 고시를 했으며, 이를 위반한 주최자 및 참여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코로나19를 이유로 해고된 이들 노동자는 같은 이유로 농성도 금지됐다.

감기몸살보다 배탈이 무서워…“오버나이트하고 XX”

무급휴직에 동의하지 않아 해고된 8명 중 복직 투쟁을 이어나가는 사람은 6명이 남았다. 기내청소노동자를 비롯해 항공기 입구까지 운송해주는 버스 기사, 청소 후 오물을 처리하는 ‘트래시’ 등 다양하다. 이들은 밤에도 노숙을 하며 농성장을 지키고 매일 세 차례씩 선전전을 이어오고 있다. 기내 청소노동자인 김계월 아시아나케이오지부 부지부장도 매일 아침 농성장에서 선전전을 하고 있다.

김계월 부지부장을 비롯한 여성 청소노동자들은 화장실도 제때 가지 못하고 일을 했다. 혹시나 생리혈이 샐까봐 오버나이트 생리대를 착용하고 일을 했다. 30대에 케이오에 입사해 10년 동안 일하다 무기한 무급휴직 상황에 놓인 한 여성노동자는 김계월 부지부장에게 하소연을 했다. “똥도 제대로 못 싼다. 감기몸살보다 무서운 것은 배탈, 설사다. 화장실 가는 것도 눈치 보여서 오줌 쌀까 봐 물도 조금씩 먹고…생리 샐까 봐 오버나이트하고 XX.” 심지어 입사 6개월 된 한 노동자 역시 청소 중에 화장실 가기가 눈치보여 오버나이트 생리대를 착용하고 일을 해야 했다.

비행기 이륙 전 서둘러 청소를 끝내야 한다는 감독의 ‘독촉’때문이었다. 청소노동자들은 10명이 한 팀을 이루어 항공기 한 대를 청소했다. 이들은 300명 정도를 수용하는 A330 항공기를 30분 만에 청소해야 했다. 회사와의 체불임금 소송 당시, 노동청 근로감독관은 8시간으로 예정된 현장 조사를 4시간 만에 마치기도 했다. 더 볼 것 없이 업무가 과중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러다보니 노동자들 사이의 관계나 배려도 느슨해졌다.

“일을 천천히 하면 눈치가 보인다. 서로 힘들어서 양보나 배려 같은 게 없다. 나도 처음에는 동료들의 일을 도와주면서 했는데 이러다 나만 골병들겠다 싶었다. 남 눈치 안 보고 남보다 잘하려고 하면 안 된다.” 김계월 씨도 초반에는 동료들의 일을 도왔지만 자기 일만 해도 버거운 현장이라고 전했다. 한 번은 그가 힘에 부쳐 잠시 앉아 있었는데 감독이 일어서라며 버럭 소리를 지른 적도 있었다.

가장 어려운 업무는 좌석에 모포를 비치하는 일이었다. 이코노미 좌석 모포 10개의 무게는 4.65kg에 달했다. 노동자들은 모포 묶음 2~3개 씩을 들고 비행기 맨 끝에서부터 300개 좌석에 모포를 비치해야 했다. 감독은 종종 얼마나 남았느냐며 재촉을 했다. 천천히 일할 수 없는 구조와 감시는 동료들 간에 서로 눈치를 보도록 했다.

  지난 3일, 아시아나케이오 정리해고자들이 아침 선전전을 하고 있다.

“작업복 다시 입는 그날까지…”

4년전 노조가 설립될 당시만 해도 130여 명의 조합원이 있었지만, 현재는 30명 만이 남았다.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은 아침 7시 조였다. 1노조 직원은 주임으로 진급시켜주고 민주노총은 진급시키지 않았다.” 케이오는 진급 차별 등을 두며 노조를 갈라치기 했다.

사측이 민주노총 조합원 8명을 대상으로 정리해고 서면통보를 한 지난달 6일. 사측은 공고문 “이제 해고자들은 우리 회사 직원이 아니며 회사와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향후 외부세력과 규합하여 허위사실 유포나 회사를 음해하는 시위에 참여하는 직원에 대해서도 엄중 대처할 예정이오니 직원여러분들께서는 그들이 주장하는 유언비어에 현혹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라고 전했다. 금호문화재단에서 정리해고자들이 농성을 한지 3주가 다 되어 가지만 직원은 물론 무급휴직자는 단 한 명도 찾아오지 않았다.

7년 동안 일하다 해고된 김하경 노동자는 “우리가 하고 있는 투쟁은 해고자 문제만이 아니라 악덕 기업인 케이오를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케이오 정리해고자들의 농성장에는 'KO'가 적힌 작업복이 걸려있다. 김계월 씨는 작업복이 걸려 있는 이유에 대해 “부당해고에 맞서 끝까지 투쟁하겠단 의지다. 작업복을 다시 입는 날까지 희망을 버리지 말자고 속으로 다짐하면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농성장 안에 걸린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의 작업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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