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청 집회금지 고시, 정리해고자 입막음 목적”

공공운수노조, 인권위에 의견표명 및 정책개선 권고 요청

공공운수노조가 종로구청의 집회금지 고시는 아시아나 하청노동자의 입막음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의견 표명과 정책개선 권고 요청을 했다.


노조는 9일 오후 1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지역은 다수의 추가 확진자가 발생한 곳도 아니며, 집회금지구역으로 정했던 당시는 생활 속 거리두기로의 전환이 시작되던 매우 뜬금없는 시기에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라며 “사실상 이 고시는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는 아시아나 하청노동자의 입막음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종로구청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이유로 대학로 일대와 종로구청 주변 등에 대한 집회금지를 고시했다. 집회금지 구역은 아시아나 하청노동자들이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금호아시아나재단 종로사옥 앞에 차린 농성장 주변도 포함된다.

공공운수노조는 인권위에 집회금지 고시가 집회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보장하는 헌법 제 21조 1항, 2항을 위배한다는 의견표명을 요청했다. 아울러 이들은 종로구청의 고시 철회와 향후 행정권 발동이 집회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정책·관행 등을 개선하고, 직무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정책개선 권고도 요청했다.

기노진 아시아나케이오지부 회계감사는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로 몸담았던 직장에서 쫓겨났다. 너무나도 현실이 슬프고 억울해서 농성을 시작했지만 종로구청은 집회금지 처분을 내렸다. 도대체 우리 해고자들은 어디가서 누구에게 하소연하란 말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공공운수노조는 종로구청의 고시가 △집회금지 장소의 포괄성 △기한의 불특정성 △금지행위의 포괄성 및 명확성의 원칙 위배 △모든 예외 부존재 등의 문제가 있다며 이를 진정이유로 들었다.

조연민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헌법재판소는 집회 자유의 중요성과 그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 왔고, 집회 금지와 해산은 집회의 자유를 보다 적게 제한하는 다른 수단인 ‘조건’을 붙여 집회를 허용하는 가능성을 모두 소진한 후에 비로소 고려될 수 있는 최종적인 수단임을 여러 결정들을 통해 밝혀왔다”고 전했다.

해당 농성장은 현재 8인의 소규모 인원이 참석 중이며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 소독제를 비치하는 등의 감염병 예방 조치를 하고 있다. 조연민 변호사는 “종로구청장의 고시는 적법한 집회신고가 이루어진 경우는 물론 소규모 집회, 혹은 짧은 시간만 진행되거나 감염병 예방을 위한 조치를 준수하여 감염병 확산의 위협이 명백히 존재하지 않는 경우까지도 집회가 가능한 예외 조건을 부가하지 않고 일체 금지하고 있다”며 “이는 집회의 자유를 합헌적으로 일정 부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본질적 내용까지 위헌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종로구청의 행정 집행 기준의 모호함도 지적됐다. 지난달 종로구 조계사에서 1000여 명이 모인 ‘부처님 오신 날 법요식’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노조는 모임은 가능하고 집회는 금지되는 것에 대한 납득할 수 있는 기준 제시 없이 행정청이 임의로 정하는 것은 법치행정의 근본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랑희 공권력 감시대응팀 인권활동가는 기자회견에서 “집회의 권리는 위기의 시기에 더 필요하다. 그러나 지자체와 경찰은 언론브리핑, 행정명령, 법률적용 등을 통해 서로 힘을 실어주며 집회금지를 하고 있다. 이런 과정들로 인해 집회금지를 정당화하고 있다”며 “마치 생명안전과 집회 권리가 대립적인 것으로 이해하게 했다. 그 결과 자신의 삶과 사회 권력 문제에 대해 목소리 내는 사람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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