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4개월째 250억 임금체불…"책임자 구속해야”

이스타노동자, 극심한 생활고와 정신적 고통에도 시달려

4개월째 임금체불로 이스타항공노동자들이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임금체불의 책임자를 구속·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15일 오전 11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위기를 함께 힘 모아 극복하자는 마당에 정당한 이유와 근거도 없이 구조조정, 인력감축을 강행하고, 고통 분담에 나선 1600명 이스타항공노동자들의 임금마저 4개월째 체불해 생계를 파탄 내고 있는 악덕 경영진을 구속·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는 지난 2월 24일 특별단체교섭을 통해 3월부터 6월까지 임금의 25%(운항직 36%)를 삭감한다는 ‘고통 분담 안’을 제시했지만, 사측은 임금의 40%만 지급하고 구조조정을 강행했다. 심지어 지난달 27일에 열린 노사협의회에서 사측은 ‘체불임금 반납’이라는 안을 제시했다.

노조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부터 항공기들을 반납(현재까지 23개 항공기 가운데 8대)하면서 구조조정에 나섰다. 현재까지 사측은 인턴 등 계약직 188명을 계약 해지했고, 지상조업을 맡고 있는 이스타포트와의 계약 해지로 300여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아울러 80여 명은 반강제로 희망퇴직이 되면서 총 570여 명의 인력이 감축됐다.

노조는 인력감축 및 임금체불이 ‘경영상 어려움’에 따른 것이 아니라, 구조조정을 목표로 한 ‘악의적인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스타항공이 3월에 항공기를 반납하기 시작하고, 4월부터 인력감축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할 수도 있었지만, 반대로 구조조정, 인력감축을 선택해 정부 지원을 스스로 포기했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코로나19 고용유지지원금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노조는 지난 1월 이스타항공이 50억 원의 흑자를 봤지만 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 2월 분 임금이 체불된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박이삼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이제라도 정부는 고의적으로 항공안전을 저해하고 1600명 노동자와 그 가족을 죽음의 고통으로 몰아 넣는 이스타항공 악덕 경영진을 즉각 구속하고, 실질적 오너 이상직에게 그 책임을 물어 더 이상 악의적인 임금체불이 계속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전했다.

변희영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2월부터 시작된 임금체불인데도 여전히 해결의 여지가 보이지 않아 다시 기자회견을 한다”며 “코로나19 위기에서 노동자만 생활고를 겪고 있다. 이상직 국회의원의 문제와 관련해 민주당은 감싸기만 할 게 아니라, 대책을 제대로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노조가 지난 12일부터 3일 동안 이스타항공 전직군 2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이들의 76.4%는 지난 3월 이후부터 가계부채가 증가했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80.5%는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으로 ‘생활비’ 문제를 꼽았다. 또 임금체불로 인해 생활이 어려운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의 31.4%는 적금을 깨는 등의 방법으로 생활을 유지하고 있었다.

노조는 설문조사 결과와 관련해 “이스타항공노동자들은 연금미납 등으로 대출이 막혀 있는 상태에서 적금 해지, 가족이나 친척을 통한 대출 등으로 어렵게 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어떤 대책도 없는 상황에 놓인 경우도 다수”라며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고 가정불화를 겪기도 한다. 우울증으로 인해 불면증에 걸리거나 자살충동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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