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견, 간접고용을 넘어 ‘비정규직 철폐’로 나아가기 위해

[4회 파견노동포럼을 준비하며②]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고민

2016년 7월 9일, 노동법률단체 및 비정규직 투쟁 단체들과 함께 주최한『파견법 폐기, 간접고용 철폐 2016 파견노동포럼』을 시작으로 그간 세 차례의 파견노동포럼을 진행했습니다.

2020년 6월 26일 진행될 제4회 파견노동포럼에서는 자회사 고용의 등장으로 달라진 공공부문 간접고용 상황, 제조업 완성차 사업장을 중심으로 불법파견 판결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투쟁이 진전되지 못하는 상황 등을 돌아보며, 이를 뚫고 노동자 권리 진전을 위해 더 나아갈 수 있는 방향을 마련하기 위해 법률가와 비정규 투쟁 당사자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려 합니다.

포럼에 함께 할 간접고용 노동조합들이 어떤 고민을 안고 오는지, 어떤 이야기를 포럼에서 함께 풀고 답을 찾고자 하는지에 대해 사전에 살짝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4회 파견노동포럼에 참가하실 모든 참가자분들께서 고민을 더 보태고, 방향 찾기에 함께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김현제 지회장]

현대자동차는 17년 된 불법파견 사업장입니다. 그간 노동조합은 계속해서 불법파견에 맞서서 투쟁을 해 왔습니다. 이제는 그 투쟁에 대해 평가와 진단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합니다.

불법파견 투쟁이 비정규직 운동으로 뻗어 나가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충분치 못했다 생각하기에, 이후 비정규직 동지들과 하나의 전선을 치고 같은 의제를 걸고 싸우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불법파견이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고는 있지만, 이는 사실 법을 가지고 하는 투쟁이라, 현장의 투쟁은 사라지고 법률에만 의존하고 판결을 자꾸만 기다리게 되는 문제가 분명 있습니다. 소송을 하게 되면 판결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고, 또 불법파견에 대한 판결은 계속 확장되어 오다 보니 기대감이 커지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법은 법이고, 투쟁은 투쟁입니다. 결국은 노동자들이 투쟁을 해야 현실이 바뀝니다. 소송에 의지한 투쟁이 아니라, 소송을 전제하지 않은 투쟁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비정규직 동지들과 함께 싸워 나갈 길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모든 비정규직 이 하나의 전선으로 함께 싸울 수 있는 방법, 그 투쟁의 전략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싶습니다.

[기아자동차 비정규직지회 김남규 조직실장]

40여 차례의 불법파견 판결에도 불구하고, 재벌의 불법파견 범죄를 비호하는 정부와 사법부. 법위에 군림하는 재벌이 건재하는 한 남한 사회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어떠한 희망도 가지기 어렵습니다. 불법파견을 저질러도 처벌받지 않는데 어떤 자본가가 법을 지키고, 정규직을 고용하겠습니까. 비정규직 악법인 파견법조차 지키지 않는 저들에게 악법이라도 지키라고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심정은 답답하기만 합니다.

불법파견의 문제는 결국 재벌체제를 지탱하기 위해 봉사하는 것이 현 시기 국가권력의 본질이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불법파견 문제는 특정사업장의 개별적 정규직 전환, 오로지 파견법 준수를 외치는 것으로 한정 될 수 없습니다.

이런 부분들을 고민해보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공동투쟁 함께 논의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현대위아 안산지회 윤호상 지회장]

경제 위기의 희생양은 언제나 비정규 노동자들이었습니다. 코로나19의 팬데믹이 불러온 경제위기의 희생양 또한 무권리 비정규 노동자들입니다. 자본은 무급휴직, 연차강제소진, 구조조정 등으로 노동자들의 삶을 파탄내고 있고 때를 틈타 자본은 경제위기=규제개혁의 프레임으로 정부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자본의 탐욕은 끝이 보이지 않고 노동자들의 절망감 또한 끝이 보이지 않습니다.

현대위아 안산지회는 2017년에 설립된 지회로 전국의 모비스/위아 간접고용지회들과 연대체를 만들어 비정규직철폐 투쟁의 방향성을 수립해보려는 과정에 있습니다.

원청이 직접 교섭의 대상자로 나서게 해야 한다는 것(노조법2조 개정), 무권리상태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조직화 확대해야 하는 것(미조직운동), 그리고 간접고용 투쟁의 문제의식을 전체 노동자계급의 문제로 함께해야 한다는 것 속에서 간접고용 투쟁의 방향의 고민을 파견포럼에서 함께 나누어 봤으면 좋겠습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인천공항지역지부 신진희 정책국장]

2017년부터 시작된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이 1, 2, 3기 노사전문가협의회를 거쳐 올해 2월 마무리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3개의 자회사가 설립되었고 올해 7월 1일부로 전환이 완료되는 상황입니다.

이후 투쟁방향에 있어 지부에서 고민하고 있는 바는 첫째, 3개 자회사에 소속된 조합원들이 공항공사를 상대로 더 큰 투쟁력을 발휘하고, 또 동등한 처우개선을 쟁취할 수 있기 위해서는 어떤 조직발전 전망을 가져야 되는 가입니다. 기존에 약 40여 개가 넘는 용역업체를 상대로 업체 상황에 따라 처우개선을 조금씩 달리 해왔다면, 이제는 4500명의 조합원이 가진 힘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노동조합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자회사로의 정규직 전환이 가지는 일정한 한계를 넘어 모회사인 인천공항공사를 상대로 실질적인 교섭과 투쟁을 벌여나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습니다. 공사는 계약금액, 경영평가 등을 수단으로 하여 이전보다 더 강력한 통제관리 체제를 구축하면서도 겉으로는 자회사와 서로 독립된 관계임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모순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공사의 문제점을 폭로하고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누어보고 싶습니다.

[한국잡월드분회 이주용 분회장]

2018년 가장 앞에서 투쟁했던 한국잡월드분회는 고용과 처우를 논할 수 있는 상생발전협의회를 믿고 투쟁을 멈추고 복귀하였지만 노경란 이사장의 불성실한 태도로 인해 1년 반이 넘도록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용역 때와 똑같이 인력을 관리하는 정도의 역할만 하는 자회사 속에서 우리의 처우는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토록 반대했던 자회사의 꼼수들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습니다. 제일 좋은 자회사를 만들겠다던 한국잡월드의 말은 우리는 자회사로 보내기 위해 했던 거짓말이었습니다.

고용노동부의 산하기관인데도, 자회사의 한계를 분명 정부는 알고 있음에도 관리감독은커녕 내부적으로 해결하라고, 중재는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이런 무책임한 입장만 내는 무능력한 노동부에도 강력한 투쟁으로 움직이게 하고 싶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같이 이야기 나누어보고 싶습니다.

[코레일네트웍스지부 서재유 지부장]

노동조합을 만들고, 노동권을 찾아가다 보면 ‘내가 교섭하는 자회사는 결정권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진짜 사장 코레일이 책임져라!”라고 투쟁을 했습니다. 투쟁이 더해 갈수록 공공부문 비정규직 투쟁의 대상이 자회사와 원청을 대상으로 한 싸움으로 끝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예산편성지침과 공공기관 혁신에 관한 지침’을 통해서 평생 최저임금을 강요하는 기재부의 존재를 알게 되고, 코레일과 자회사를 통제하며 민영화와 외주화를 추진하도록 해온 국토부를 알게 됩니다. 그리고 이런 현실을 뻔히 알면서도 기만해온 고용노동부와 청와대를 마주하게 되지요.

결국 단사 내의 투쟁으로는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정부 정책을 바꿔내야 하고, 그 정책을 해당 부처들이 왜곡하지 않게 하고, 원청이 직접 책임지게 하는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이 공공부문 비정규직들의 기본적인 투쟁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공공부문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비정규직 이제그만, 1100만 비정규직 공동투쟁’을 하면서 민간의 비정규직들 또한 정부정책과 고용노동부, 법무부 등의 역할이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비정규직들이 더 크게 함께 투쟁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번 포럼에서 비정규직들이 하나로 뭉쳐야 한다. 비정규직들이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함께 싸우고, 그 싸움이 커질 때 비로소 “비정규직 철폐, 차별 철폐‘로 한걸음 다가가고, 정규직과의 관계에서도 지원의 대상이 아닌, 평등한 노동자로서 연대의 길을 열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그 이야기를 함께하고 싶습니다.

[파리바게트지회 임종린 지회장]

2017년 불법파견임을 알게 되고 SPC파리바게뜨가 직접 고용하라고 직고용 투쟁을 했습니다. 회사에선 불법파견의 주역이었던 협력사가 주축이 되는 이상한 회사를 만들어서 근로계약서 강제징구를 하였고, 투쟁 끝에 아쉽게 본사 직접고용은 아니었지만 협력사 자본을 치우고 SPC의 지분이 들어간 인력관리 자회사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파견 용역이었던 협력사 시절보단 훨씬 나아지고 또 점점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곤 있지만 한계가 있는 건 사실입니다. 어떤 일을 결정할 때에 자회사에 결정권이 없어 본사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는데, 예를 들면 이번 코로나19 시국에 마스크가 문제가 됐습니다.

각 매장에서 회사 주문 시스템에 주문하여 받아쓰는 시스템이라고 보면 되는데 본사에서 마스크를 주문창에서 막아버렸습니다. 노동조합에서 알아보니 SPC에 계약되어 있는 마스크 공장이 있었으나 공장을 우선으로 배급하기 위해 현장의 자회사 직원에게 까지 마스크를 나눠 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가장 위험한 시기에 손님을 상대하며 식품을 만드는 일을 하는 직원들이 본인 사비로 마스크를 사서 근무해야 했고 소속되어 있는 자회사에 이야기 해도 본인들도 본사에 계속 안건을 올리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어 답답하다는 답변뿐이었습니다. 참다못해 지회에서 본사 앞 마스크 지급을 위한 1인 시위를 하자 당일 마스크를 전국 전 점포에 일괄출하 시켰습니다. 충분히 여력이 있음에도 본사 공장직들을 위해 자회사엔 막아버렸던 것입니다.

자회사 안에서 노동조합을 하면 할수록 자회사를 상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결국엔 진짜 자본과 결정권을 갖고 있는 본사에 요구를 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데 이미 자회사에 소속되어 있는 상태에서 그런 구조를 만들긴 쉽지 않습니다. 이번 파견노동포럼에서 여러 사례를 듣고 공유하여 답을 찾아 갔으면 좋겠습니다.

4회 파견노동포럼 참가신청(링크)
* 보다 안전한 행사 참여와 진행을 위해 50명~60명 정도의 현장 참여가 가능합니다. 사전에 꼭 참가신청을 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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