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쟁하는 민주노총이 옳다

[연속기고] 우리는 왜 노사정합의안에 반대하는가

[출처: 필자]

코로나19 재난, 생색내기뿐이었던 특수고용노동자 지원

학습지교사인 나는 가정에 직접 방문하거나 센터에서 일대일 대면 수업을 한다. 코로나19 감염증이 발생하고 빠른 확산이 우려되자, 대부분의 학습지교사는 대면 학습을 거절당하고 수입이 곤두박질 쳤다. 그나마 방문이 가능한 가정에서는 수업 내내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을 씻고 손 소독제를 바르고 수업을 한다. 땀범벅이 된 마스크는 매일 바꿔야 하지만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제대로 지급하는 학습지 회사는 없었다.

노동조합이 있는 일부 학습지회사에서는 노동조합의 요구에 마지못해 지원하는 시늉을 했고, 또 다른 회사는 정규직이 아닌 개인사업자 학습지교사에게는 지원 의무가 없다며 우리의 요구를 단칼에 자르기도 했다. 결국 학습지 회사는 실질적인 지원은 외면했고, 학습지교사 개인이 감염 예방물품 구입, 생계 감소의 모든 책임 등을 오롯이 짊어지고 있다. 학습지 기업은 이 시기를 틈타 새롭게 비대면 학습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국가 재난 상황이라며 재난 문자, 공공 안전 경보 알림 문자는 수시로 보내지만, 정작 감염 위험에 직접 노출된 특수고용노동자의 안전이나 생계에는 관심조차 없었다.

특수고용노동자는 코로나19 감염의 확산으로 일감이 감소해도 기본급이 없어 소득이 곤두박질친다. 실직이 되면 퇴직금도 없고,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아 고용보험의 지원도 받을 수 없다. 견디다 못한 학습지교사, 대리운전, 택배, 퀵, 방과후강사 등 특수고용노동자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며 감염예방 물품 지원과 생계 대책을 요구했다.

그러자 코로나19 지역고용대응 특별지원사업이 긴급 시행됐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 프리랜서 등 고용 사각지대 종사자를 지원한다고 했으나, 현실성 없는 기준과 실효성 없는 지원 금액은 결국 생색내기 행정에 그치고 말았다. 정부는 고용 사각지대, 사회보장 사각지대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했고 문제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가 또다시 지원 기준 등에 문제를 제기했고, 정부는 그제야 특수고용노동자의 요구를 수렴하고 그나마 현실적인 기준을 받아들인 ‘코로나19 긴급고용안정지원금’을 시행했다. 그러나 이 지원마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닌 최대 150만 원 일회성 지원일 뿐이었다.

모든 노동자의 요구로 시작한 원포인트 노사정합의,
그러나 결론은 노동자 빠진 껍데기


민주노총이 코로나19로 고통 받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코로나19 위기극복 노사정 대표자 회의’에 참석한다고 했을 때, 노동자의 안전과 지원을 외면하는 정부와 기업에 우리의 요구를 전할 수 있게 되어 한편으로 기대를 가졌다. 또 “전 국민 고용보험 시대를 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이 있었고, 무엇보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결정한 요구는 우리 특수고용노동자에게도 절박한 것이 분명했다. 민주노총다운 믿음직한 요구였다.

그러나 김명환 위원장은 노동자가 빠진 정부와 기업의 합의안을 들고 나왔다. 노동의 요구는 대부분 삭제됐고, 기업 지원은 칸이 넘치게 항목이 많았다. 기업 살리기에는 천문학적인 예산을 상정하면서 고용 유지 보장은 없었다. 기업에게는 “지원하”고 “시행한다“고 하지만 노동자에게는 “의견을 수렴”하고 “로드맵을 마련 한다”고 한다. 심지어 ‘2018년 고용보험위원회 의결안’이 있었고 법안도 상정됐기에, 조합원들과 연내 고용보험 입법의 가능성을 주고받으며 가졌던 희망과 믿음을 저버리게 만들었다.

지난 20년, 노동이 다르지 않음에도 ‘특수’라는 수식어를 붙여 노동기본권의 사각지대, 사회 안전망의 사각지대로 내몰렸고 고통을 받았다. 특수고용노동자가 더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성을 고려해 노동자에게 고용보험을 차별 적용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의 요구는 명확하다. 모든 특수고용노동자의 고용보험 적용을 위한 연내 입법을 완료하면 된다.

투쟁하는 민주노총이 옳다

코로나19를 통해 고통을 겪으면서 노동자들은 성숙해졌다. 함께 목소리를 내고 함께 요구해야 하고 함께 살아야 함을 깨치고 있다. 노사정 대화가 결국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에서 기업을 살리기 위한 정부의 조치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민주노총에 합의를 유도하는 것이, 합의의 저항을 민주노총으로 돌리고 노동자들끼리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안다.

우리는 언론이 쏟아내는 ‘투쟁 일변도’ 프레임에 갇히지 않을 것이다. 지난 20년, 민주노총 조합원이 아니었다면 노동조합도, 단체협약도, 해고자 원직복직도, 부당함에 맞서는 그 어떠한 투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개인사업자라며 정부와 기업이 노동권을 짓밟았을 때, 민주노총은 노동자가 분명하다며 함께 싸웠다. 민주노총이 옳았다. 투쟁하는 민주노총이 옳았다.

민주노총 김명환 위원장은 당장 노사정 합의안을 폐기하고 임시 대의원대회 소집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특수고용노동자들은 민주노총과 함께 <재난 기간 모든 해고 금지>, <전국민 고용보험 도입과 사회안전망 전면 확대>, <전태일3법 입법> 쟁취를 위해 투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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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목록
  • 지나가다

    구호만 외치네

  • 평화세상

    약자 편에 서는 듯 다가와 강자로 군림하여 숙주를 갉아 먹는 사회악일 뿐.......

  • 뚠뚠

    공허한메아리

  • 소망

    노동자가 싸우지 않으면 누가 대신 대변해 준다나요. 화이팅입니다.

  • 투쟁

    민주노총이 옳다는 전제는 좀 억지네.
    투쟁하는 노동자는 옳다라고 해야 맞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