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대의원 과반이 “노사정 합의안 폐기해야”

중집, 10개 산별노조, 16개 지역본부 합의안 반대 '한목소리'

노사정 합의안의 찬반을 묻는 민주노총 임시대의원대회가 오는 23일로 예정된 가운데, 대의원 과반이 노사정 합의안에 대한 부결 입장을 밝혔다. 또 이들은 오늘 오전 민주노총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된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의 발언을 비판하며 중요한 것은 합의안의 내용과 의사결정에서의 민주적 절차라고 지적했다.


앞서 김명환 위원장은 지난 2일 11차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에서 노사정 합의 최종안이 중집위원 다수의 반대로 동의를 얻지 못하자, 위원장 직권으로 임시대의원대회(임시대대)를 소집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그는 지난 13일 임시대대 소집 공고를 내고 오는 23일 전자 투표를 통해 노사정 합의 최종안의 찬반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에 노사정 합의안 폐기를 요구해온 민주노총 중집위원, 대의원들은 20일 오전 민주노총 15층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종합의안은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서 거부됐을 뿐 아니라, 주요 산별노조와 민주노총 16개 지역본부 전체가 공식적으로 반대했다”고 지적했다.

또 “김명환 위원장은 중집과 대의원들의 대대 철회 요구를 묵살하고, 부결 시 사퇴를 내세워, 졸속적인 전자 투표방식의 임시 대대를 소집했다”며 “사퇴로는 현재의 사태를 책임질 수 없다. 진정 책임지는 자세는 2500만 노동자에게 해로운 최종안을 당장 폐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부터 현재까지 ‘노사정 합의안 폐기 및 대대 안건 부결’ 성명에 서명한 대의원은 전체 1480명 중 과반인 810명에 달한다. 또 민주노총 부위원장 7명 중 6명, 16개 산별노조 중 10개, 16개 지역본부 전체가 반대하고 있어 사실상 민주노총의 4분의 3이 노사정 합의안에 반대하고 있는 셈이다.

노사정 합의안을 반대하는 쪽은 합의안 내용에 민주노총의 3대 요구인 △해고금지와 생계소득보장 △전 국민고용보험제 △상병수당 등이 실질적으로 반영되지 않은 점을 지적해 왔다. 특히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재난 시기 총고용 보장과 관련해 “‘고용유지를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는 추상적 문구 외에 고용유지라는 추상적 언어만 난무할 뿐 이를 담보할 구체적 장치가 없다”고 꼬집었다.

뿐만 아니라 ‘경영 위기에 직면한 기업에서 근로시간 단축과 휴업 등 고용유지를 위해 필요한 조처를 취하는 경우 이에 적극 협력한다’는 등의 조항이 코로나19 위기에서 노동자의 고통을 가중시킬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했다.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 본부장은 기자회견에서 “올해 하반기 투쟁이 실종될 수 있다는 점, 민주노총 총 단결 기조에 위반된다는 점에서 합의안과 대대를 반대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위원장의 소집권을 침해한다는 비판과 관련해 “과연 모 산별 위원장이 4분의 3이 반대하는 회의를 소집권이 있다는 이유로 소집하는 게 민주주의냐. 규약을 이용한 권한 남용이라고 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임시대대를 앞둔 20일 오전, 민주노총 페이스북 페이지에 ‘정파의 판단이 아닌, 민주노총 대의원들의 결정을 요청한다’는 김명환 위원장의 발언 영상이 게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호규 금속노조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의 4분의 3이 노사정 합의안 내용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직 이 문제를 정파로 보는 것이 맞는 거냐”며 “정파 갈등으로 부각하기보다, 코로나19 위기에서 직격타를 맞고 있는 노동자에 대한 보호조치 내용이 담겨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주안점이 돼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재하 민주노총 부산본부 본부장 역시 “김명환 위원장은 ‘정파’의 사회적으로 부정적 이미지를 도용해서 꼭 정치적 견해를 가진 게 잘못된 것처럼 말한다”며 “정파 구도로 몰아가며 초지일관 내용과 민주적 절차가 사라지는 것에 대해 함께 고민을 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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