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용균 사망 1년 8개월, “후속대책은커녕 고용불안 심각”

“정규직 전환, 적정노무비 지급 약속은 휴지통에”

고 김용균 노동자가 사망한 지 1년 8개월이 지났음에도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등 정부의 후속대책이 이뤄지지 않아 비판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정부의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방침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정이 커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노조 및 한국노총 수산ENS노조는 12일 오후 1시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대통령은) 유가족이 참여하는 진상조사위를 구성해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한다고 했지만 1년 8개월이 지난 지금, (책임자) 재판은 시작도 못 하고 있다”며 “정규직 전환의 사각지대 점검을 지시한 약속은 왜 휴지통에 처박혔느냐”고 비판했다.

앞서 정부와 여당은 지난해 두 차례 고 김용균 사망사고 후속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후속대책으로 ▲김용균 특조위 권고안 추진방안 마련 ▲정규직 전환 ▲적정 노무비 지급 등을 언급해 왔다. 정부는 발전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고 김용균 노동자의 업무였던 연료환경설비운전 분야의 경우 ‘별도의 공공기관을 설립’해 직접 고용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전산업개발을 활용해 5개 발전사 업무를 담당하도록 별도 공공기관을 만든다는 것이다. 경상정비 분야는 ‘처우 및 고용안정 개선방안’ 정도를 말하고 있으며, 직접 고용은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공공운수노조는 한전산업개발의 자유총연맹 지분 31%를 한국전력공사(지분 29% 소유)가 매입해 제대로 된 공공기관을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사·전협의체에서 이와 관련한 논의가 진행 중이나, 본회의 7차, 실무회의 15차 동안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노조는 경상정비 분야의 경우 계약 기간을 6년+α로 연장 계약하고 장기적으로 경상정비업무를 한전KPS로 ‘재공영화’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더구나 발전소 업체의 직접노무비 미지급 관련 정부 대책인 ‘적정노무비 지급 시범 사업’도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고 김용균 노동자의 업무인 연료환경설비운전의 경우 약속한 공사금액의 5%를 추가 지급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경상정비업무에 대해서도 수의계약 물량에는 공사금액의 5%를 추가 지급하고 있으나, 경쟁입찰 물량에는 지급할 수 없다는 모호한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인 송상표 금화PSC지부 지부장은 기자회견에서 “발전소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선 숙련된 경상정비 노동자의 고용안정으로 안전의 질을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발전사는 정비업무를 비정규직으로만 남기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처우 개선비를 수의계약뿐 아니라, 경쟁 입찰에도 적용해 발전노동자들이 똑같은 처우를 받아야 하지만 분리지급으로 인해 현장 노동자들의 갈등만 키우고 있다”며 “정부는 발전노동자들의 처우개선을 생각하긴 하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도 지적했다. 김미숙 대표는 “지난해 유족이 사측을 고발했음에도 아직 단 한 번의 재판이 열리지 않은 답답한 상태”라며 “참담한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태의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28년 만에 산업안전보건법이 바뀌었지만, 김용균과 김용균 동료는 빠져 있었다”며 “시민사회는 또 다른 죽음을 막기 위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들은 지난 5월 정부가 발표한 석탄화력발전소 절반을 폐쇄한다는 계획에 따라 이를 위한 노동자들의 고용안정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전했다. 노조는 “공공부문의 발전 운전·경상정비, 청소·경비, 시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에너지 전환 발전소 폐쇄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 분명”하다며 “원·하청 노동자와 제9차 에너지 기본계획에서 고용보장과 정의로운 그린뉴딜 정책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기후위기 대응으로 석탄화력발전소 60기 중 30기를 2034년까지 폐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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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세상 독자

    봉건제의 역사를 환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가 앞으로 크게 바뀔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봉건제도 시기별로 지금까지 논쟁 중이지 않습니까. 자본주의도 그럴 가능성이 높네요. 전에는 사회구성체와 체제를 소유권으로 집중을 해서 보았지만 국가와 경제의 측면으로 집중을 해서 볼 때는 초심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차이가 납니다. 자본주의를 소유권으로 보는 것과 경제로 보는 것은 초심자들에게는 체제가 다르게 보일 수도 있지만 소유권의 계급적 변화만으로는 경제가 자본주의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노동운동가들과 학자들, 고위공무원들에게 일대 학문의 변화가 있기를 기대하여 봄직 합니다.

  • 끝내줬던 아저씨

    옷 만드는 기업은 메이커만 가지고 사업하는 곳도 있다. 벌써 수십년도 더 되었다. 생산, 디자인 전부 따로 줘서 이익을 챙기는 기업도 있단 말이다. 그곳은 검사를 본사에서 나와서 하더라. 옷이 대량으로 불량품이 나올 때는 어떻게 했는지 아냐. 하청사람들이 본사에 가서 다시 수선을 했다. 내가 그곳에서 1달 반 이상의 월급이 밀려가 보름 후에 갔더니 다 주더라. 이야, 그러고보니 그 유명한 쌍팔년도 시절이다. 궁금하면 옷 만드는 기업을 찾아봐라. 지하에서 본드 냄새 맡고 뽕짝 들어가면서 본사를 가봤더니 으리으리 하더라. 노조 비난만 하지 말고 고마운 줄도 알어라. 노조도 하나 알어둬라. 돈 받을라면 성격이 있어야 한다. 나도 그 하청 다닐 때 쇠파이프로 뒤집어놔서 쉽게 받았느니라. 알었지. 글로 써서 받는 것이 아니니라. 니들도 성격 한번 보여주거라.ㅎㅎㅎㅎㅎㅎ

  • 신랄한 아저씨

    겁은 많아가지고 이제 못쓰는 것 봐라. 디지고 나서 무덤이 파이든 말든 무슨 상관이라더나. 살아 있을 때 호의호식하다가 개죽음만 안당해도 훌륭한 인생 아니가. 눈물이나 찔찔 흘려대고 다른 사람들한테는 간계나 부리고 벼락출세나 일대 영웅을 꿈꾸니 환갑은 무슨 환갑, 개죽임이나 안 당해도 인간적으로 살았다는 것을 깨닫고 잘 살았다고 하겠지. 무덤 파일 생각을 하니 귀를 닫혔구나. 그러게 그 주제에 무슨 벼락출세고, 무슨 영웅심이고, 무슨 간계냐, 나중에 환갑 넘어서나 칠순잔치에서 니 친아들한테 쳐맞지나 말어라ㅎㅎㅎㅎ

  • 장마을

    용균이는 저와 같은 나이에 청년입니다. 민주주의를 기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