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시민사회 “법사위안 폐기, 중대재해법 재논의해야”

이낙연 민주당 대표 "노동계, 재계 반발 알지만, 새로운 출발로 삼아주길"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처리될 예정인 가운데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요구하며 집중 행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하는 등 원안을 대폭 후퇴시킨 법사위 법안을 철회하고 법안을 원안대로 바로 잡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운동본부는 결합한 단체들을 중심으로 법사위원들에게 항의 문자를 보내는 행동을 전개했다. 행동에 참가하는 각 개인은 법안의 축소, 수정, 삭제된 부분을 지적하며 “죽음을 차별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이들이 문제 삼는 내용들은 공통적이다. 지난 6일 도출된 법안심사소위의 잠정합의안에 따르면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에서 배제되고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선 적용유예를 결정했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 적용 제외’는 국민동의 입법청원으로 발의된 법안만이 아니라 국회에 제출된 모든 발의안에도 없던 것으로 상당히 반발이 크다.

뿐만 아니라 경영책임자 의무조항에서 발주처의 책임을 대폭 완화하면서 건설 산재 사고에서 원청기업을 보호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일터의 괴롭힘 문제가 법안에 명시되지 않은 점과 공무원 처벌규정을 누락시킨 것도 허점으로 지적된다.

8일 오전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법사위 소위에서 노동계와 경제계, 시민사회 의견을 고루 들어 조정하고 만장일치로 합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오늘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와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라며 “노동계, 경제계 양측이 반발하고 있고, 당 내외 의원의 의견도 분분하지만 중대재해를 예방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새로운 출발로 삼고 앞으로 보완, 개선해 나가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의견이 분분한 사안을 조정하고 합의하는 것이 의회민주주의의 힘”이라며 “그러다보니 양쪽 모두가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를 낼 수 있는 게 의회민주주의의 한계”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한편,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줄줄이 성명을 내며 ‘누더기’가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논의를 중단하고 재논의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7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운동본부는 “죽음에 등급을 매기고 경영책임자 의무를 축소하고 사고에 직접 책임이 있는 공무원에게 면죄부를 준 1월 6일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의 잠정합의안에 분노한다”라며 “이대로 통과된다면 대부분의 죽음을 막을 수 없으며, 인간존엄과 평등의 가치는 사라질 것이다. 기업처벌로 산재와 시민재해를 막자는 애초의 입법취지에 어긋나는 잠정합의안을 재논의할 것을 다시 한번 강력하게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 운동본부는 더불어 ▲산재 및 시민재해에 책임 있는 공무원 처벌 조항 포함 ▲보건안전담당자에게 떠넘긴 경영책임자의 책임 규정 포함 ▲사고 은폐기업에 대한 인과관계 추정 도입을 요구했다.

7일 민주노총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촘촘하게 그물코를 짜도 모자랄 판에 숭숭 구멍을 낸 중대재해기업처벌법도 모자라 이젠 죽음마저 차별한단 말인가?”라며 “국회 법사위는 지금까지의 합의를 폐기하고 노동자의 생명,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온전한 법 제정을 논의하라”라고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전체 사업장의 80%를 차지하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노동하는 노동자가 600만 명에 달한다. 이 작은 사업장에서 벌어지는 재해사망이 전체사망의 20%를 차지한다”라며 “근로기준법도 적용받지 못해 고용, 임금, 복지 등 모든 노동조건에서 차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죽음마저도 차별을 당할 처지에 내몰렸다”라고 지적했다.

7일 권리찾기 유니온도 “사업주들이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하는 못된 관행을 국회가 나서 대놓고 확대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사업주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가짜 5인 미만 사업장이 난무하는 한국의 해괴한 노동현실에서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꼭꼭 숨겨두고, 수많은 이들의 피와 땀으로 비로소 국회 문턱을 넘고 있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을 이제 함부로 ‘가짜 5인 미만 사업장 확산법’으로 변질시키려 한다”라고 꼬집었다.

같은 날 일터건강을 지키는 직업환경의학과 의사회도 성명서를 내고 “직업환경의학과 의사들은 누구보다도 현장 노동자의 고통을 잘 알기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대로 제정되기를 간절하게 바랐고, 여러 차례 의견을 밝힌 바 있다”라며 “오늘 법사위 소위에서 통과된 안을 보고, 이 안이 노동현장의 현실을 외면하고 있고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고 판단해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5인 미만 개인사업자 적용제외 반드시 철회 ▲50인 미만 사업장 유예 없이 전면 적용 ▲경영책임자에 “대표이사 및 안전보건 담당 이사” 명시 ▲경영책임자의 의무에 발주처의 공사 기간 단축 등의 책임, 일터 괴롭힘 등 내용 포함 ▲중대재해의 정의에 직업성 질환을 제대로 규정 등 다섯 가지 의견이 반드시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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