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KO 복직 촉구 단식 17일째…의료진 “위태로운 상황”

“해줄 수 있는 게 없다…정부가 나서야” 몸무게 15~20% 빠져

아시아나케이오 해고노동자들이 17일째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의료진이 오랜 농성으로 이미 몸이 망가진 상황에서 들어간 단식이라 더욱 위험한 상황이라고 노동자들의 상태를 진단했다.


아시아나케이오 공대위는 29일 오전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단식자들의 건강 상태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두 해고 노동자의 건강 상태는 급격한 체중 감소, 저혈당, 어깨와 허리 통증 등 매우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에는 그동안 단식자들의 건강 상태를 점검해온 의료진이 참석해 농성자들의 건강 상태를 직접 설명했다. 그리고 곡기를 끊은 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며 정부가 문제에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앞서 지난 13일 정년을 앞둔 노동자들은 서울고용노동청장과의 면담에서 복직에 대한 대책 논의가 이뤄지지 않자 면담 자리에서 단식에 돌입했다. 현재는 서울고용노동청 앞 농성장에서 단식 농성 중이다. 하루 뒤면 김정남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케이오지부 전 지부장의 정년이고, 기노진 회계감사는 5월 31일이 정년이다.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거리에서 투쟁을 한 지는 350일째가 됐다.

오춘상 청년한의사회·길벗한의사모임 한의사에 따르면 김정남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케이오지부 전 지부장은 단식에 들어가고 9kg이 빠졌다. 김정남 조합원은 당뇨병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당뇨약을 끊고 단식에 들어갔다.

오춘상 한의사는 당뇨 환자의 단식에 가장 위험한 것은 저혈당과 혼수상태라며 “아직 저혈당은 없으나 언제 저혈당 상태로 빠질지 모른다. 몸무게의 15% 이상이 빠졌고 의학적으로 15% 이상의 체중감량은 생명에 위협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농성장이 위치한 서울고용노동청 앞이 자동차 소음이 심하고 행인의 왕래가 잦아 밤마다 4~5번씩 잠이 깨는 등 수면장애를 호소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김정남 조합원 상태에 대해 최규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의사(인권위원장)는 “당뇨병을 앓고 있던 분이다. 단식은커녕 건강 식단과 운동기구를 챙겨드려도 체력이 유지될까 말까 한 상황인데 17일째 단식을 하고 있다. 의사로서 차마 입에 담고 싶지 않은 말이지만, 당장 어떻게 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태”라며 “한 치의 과장 없이 ‘목숨을 건 투쟁’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노진 회계감사는 농성 투쟁을 벌이기 시작한 1년 전보다 몸무게의 20% 이상이 빠졌다. 농성 투쟁으로 이미 6kg이 빠진 상태로 단식에 들어가, 현재(29일) 기준 기존 몸무게에서 15kg이 빠진 것이다. 체액의 전해질 부족에 따른 몸의 응급상황이 언제라도 올 수 있으며 저혈압·저혈당으로 아주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오춘상 한의사는 진단했다. 기노진 조합원 역시 수면장애로 고통받고 있다.

  진찰받는 기노진 공공운수노조 아시아나케이오지부 회계감사

최규진 의사는 “봐왔던 단식 농성 중에 가장 빨리 체중이 감소하고 있다”라며 “혈당은 말할 것도 없고 심폐기능도 매우 떨어져 있다. 마스크를 끼고 숨 쉬는 것도 버거운 상태다. 당장 병원에 입원해 산소마스크를 끼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단식이 17일째가 됐지만, 복직 이행에 대한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단식을 푸는 방법은 노동청이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라며 “원청인 금호문화재단의 교섭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다. 노동위가 판정한 부당해고라면 복직이행을 위해 나서라. 이것이 평생을 성실히 일한 노동자들에 대한 예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아시아나항공 지상조업 2차 하청업체 아시아나케이오 노동자들의 해고에 대해 지난해 노동위원회는 두 차례 부당해고 판정을 했다. 그러나 사측은 복직 이행과 해고 기간 임금 지급이라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행정소송에 나서 4천만 원의 강제이행금을 부담하고 있기도 하다. 이 같은 사측의 태도에 노동자들은 서울고용노동청에서 복직 이행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요구했으나 단식 둘째 날이었던 지난 14일, 단식 14째였던 지난 26일 단식자들은 두 차례 연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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