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지연 2년, 그 사이 삼성 직업병 피해자 또 사망

산재 인정 못 받고 37세로 사망 “산재 지연 방지 대책 마련해야”

삼성디스플레이 뇌종양 피해자 박찬혁 씨가 28일 오전 37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산업재해 신청 2년 만에 역학조사가 진행되면서 고인은 산재 인정도 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나게 됐다. 지난 9월에도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2년간 산재인정을 받지 못한 채 사망한 바 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반올림)’은 29일 추모 성명을 내고 정부의 신속한 산재인정과 지연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출처: 참세상 자료사진]

반올림은 이날 “삼성디스플레이 천안사업장 뇌종양 피해노동자 고 박찬혁 님이 28일 생을 마감했다”라며 “오랜 투병 생활에 힘드셨을 박찬혁 님에게 그토록 바라던 산재 인정 소식을 들려주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고 밝혔다. 반올림에 따르면, 고 박찬혁 씨는 지난 2019년 8월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신청을 했다. 하지만 2년 2개월만인 지난 11월 12일에야 현장 방문 역학조사가 진행됐다. 당시 고인은 병세가 악화돼 역학조사에 참여할 수 없었다. 현장조사마저 이미 생산이 멈춘 라인에서 진행돼 형식적인 조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 9월 19일에도 고인과 같은 사업장에서 일하다 직업성 암을 얻은 여귀선 씨가 사망했다. 고 여귀선 씨 역시 2019년 산재 신청을 했지만, 사망 전까지 역학조사조차 마무리되지 않았다. 반올림은 “반도체, LCD 산업에서 이미 많은 뇌종양 피해자들이 드러났고 10명이나 산재로 인정된 바 있다”라며 “그럼에도 개별 산재 여부를 밝히기 위해 2년이나 넘게 재해조사(역학조사)하는 것은 신속한 보상이라는 산재보험 취지에 어긋나는 긴 조사 기간이자 투병 중인 당사자가 기다리기엔 가혹하게 긴 시간”이라고 비판했다.

고 박찬혁 씨는 2010년 5월 삼성전자 천안사업장에 입사해 LCD공정에서 자동화 설비엔지니어로 근무했다. 2012년 삼성디스플레이로 소속이 변경됐지만 동일한 업무를 수행해 왔다. 그러다 입사 4년 만인 2014년 뇌종양 진단을 받고 종양제거술을 받았다. 2016년 6월 퇴사했지만 2년 반 만에 뇌종양이 재발해 투병 생활을 이어왔다. 반올림에 따르면, 고인의 업무는 각종 화학물질과 방사선, 전자파 등 다양한 유해인자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LCD 제조공정에서만 120여종이 넘는 유해화학물질이 취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올림은 “언제까지 산재인정을 받기 위해 역학조사를 이유로 이렇게 긴 시간이 걸려야 하나”라며 “정부와 기업은 유해한 환경에 노출되고 있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나. 더 이상 노동자들을 죽이지 말라”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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