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대장동’, 성남 공공기관 부지 개발

[이슈] 이재명 측근과 성남시가 도와

이번 대선에서 부동산 문제는 유력 후보들의 전장이 됐다. 문재인 정부에서 폭등한 부동산 가격과 비리 등이 합쳐지며 부동산 정책을 보는 눈도 많아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주택 250만 호 공급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중 최소 100만 호를 ‘기본주택’으로 배정해 건설 원가 수준으로 30년 동안 살게 하겠다고 이야기한다. 최근엔 공급 정책에 방점을 찍어 ‘우클릭’이라 불리는 도심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규제 완화까지 밝혔다. 서울 등 수도권의 재개발·재건축을 쉽게 해주고, 용적률을 높여 초고층 아파트를 대량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 같은 정책 방향이 이 후보의 지난 부동산 행정 방향과 싱크로율이 맞는다.

이재명 후보의 성남시장 8년, 경기도지사 3년의 행정 경험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의지와 실력을 가늠하는 데이터다. 이 후보를 둘러싼 각종 의혹 중 가장 큰 논란을 낳은 대장동 사건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는 공공·민간이 공동으로 성남시 땅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개발이익의 90%를 민간에 분배해 소수 민간자본이 공공사업의 이익을 독차지한 사건이다. 그런데 비슷한 시기, 성남에선 또 다른 민간 개발사 특혜 의혹이 있었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따라 건설된 아파트가 자본에 높은 분양수익으로 돌아간 ‘백현동 개발’ 사건이다.

백현동 개발


2015년 2월 민간자본에 매각된 한국식품연구원의 백현동 부지엔 분양 아파트가 들어섰다. 그리고 그해 7월에 민간자본에 매각된 한국가스공사의 정자동 부지엔 주상복합 건물이 건설됐다. 애초 계획은 각각 임대아파트 100%와 기업 유치를 위한 상업공간을 꾸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성남시가 이를 변경하면서, 시가 민간자본의 주택 건설을 도왔다는 의혹을 샀다. 백현동엔 ‘더샵 퍼스트파크’가, 정자동엔 ‘더샵 파크리버’가 세워져 이들 아파트를 건설·분양한 시행사들은 각각 약 3,143억 원, 1,465억 원의 분양 수익을 올렸다.

특히 백현동은 해당 부지를 주거 지역으로 용도변경 하는 과정에서 임대아파트 비율이 10%로 축소됐다. 대장동 개발에서도 임대아파트 비율이 15.29%에서 6.72%로 줄어든 바 있다. 성남시는 ‘사업성이 떨어진다. 임대아파트에서 분양아파트로 전환하겠다’라는 의견을 그대로 수용하고 기부채납을 일부 늘렸다. 이처럼 전격적인 사업 수정에 나선 일부 인물들은 이재명 후보의 측근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식품연구원의 백현동 부지는 자연녹지와 보전녹지로 지정돼 있어 활용도가 낮아 매각공고가 여러 차례 유찰됐다. 하지만 강남과 가깝고 분당신도시, 판교신도시와 맞닿아 있어 노른자 땅으로 꼽혀왔다. 부동산 개발회사 아시아디벨로퍼도 이 부지에 눈독을 들여 2014년 8월과 12월 부지 용도 변경을 요청했지만, 성남시는 이를 반려했다. 성남시에선 2011년부터 이 부지에 대기업 본사 및 R&D센터를 유치하고자 했었기 때문이다. 백현동 부지를 이용한 개발 사업이 깜깜한 상황이었으나 아시아디벨로퍼는 2014년 12월 24일, 사업 자금 조달을 위해 프로젝트금융회사 ㈜성남알앤디피에프브이를 설립한다. 성남시가 이들의 용도 변경 요청을 반려한 지 6일 뒤였다. 그리고 2015년 1월,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는 백현동 사업 인허가에 도움을 받기 위해 김인섭 씨를 본격 영입한다. 김 씨는 성남시의 건설, 도로과 등 도시 계획과 관련한 인물들을 측근으로 두는 등 쟁쟁한 인맥을 형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씨는 2006년 이재명 후보의 성남시장 출마 당시 선대본부장을 지냈고, 2010년 성남시장 선거 때도 캠프에서 이 후보를 도왔다. 2008~2010년 이재명 후보가 민주당 분당갑 지역위원장을 할 땐 부위원장으로서 지척에서 그를 도왔다. 2014년 말에는 분당갑 지역에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대의원, 상무위원으로 선출됐다. 김 씨는 부동산 개발업체 ‘한국하우징기술’을 설립하기도 했다. 김 씨를 영입한 아시아디벨로퍼는 다시 과감한 사업을 추진했다. 한국식품연구원에 토지리턴제 조건부로 부동산 매각을 요구했다. 아시아디벨로퍼가 2015년 9월 30일까지 사업인허가(준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 변경 등)를 얻지 못하게 되거나 다른 이유로 더 이상 사업추진이 곤란하다고 판단되면 계약을 해제하고, 219억 원의 계약금을 반환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한국식품연구원은 2015년 1월 22일 다시 성남시에 부지 용도지역 변경을 요청하며 임대아파트 건립을 제안한다. 대신 기부채납이 약속된 R&D센터를 위한 부지 1만420㎡(9.3%)를 3만3,896㎡(30.5%)로 늘린다는 계획도 새로 제출했다. 이후 한 달여가 지나자 성남시 도시계획과는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를 주거 용도로 쓸 수 있다는 의견을 회신한다. 그리고 3일 뒤, 한국식품연구원은 11만2861㎡의 백현동 부지를 성남알앤디피에프브이에 2,187억 원에 수의계약으로 매각한다. 이 금액은 2012년 10월 산정된 2,140억 원에 물가상승률 3%를 가산한 값이다. 그사이 부지 용도가 준주거지역으로 대폭 상향 변경됐음에도 한국식품연구원은 감정평가를 다시 받지 않고 종전의 가격을 유지했다. 성남알앤디피에프브이가 담보대출을 받기 위해 2015년 9월 받은 감정평가 결과에 따르면, 기부채납 부지 등을 제외하고서도 분양 공동주택용지 5만664㎡의 평가 금액이 4,869억 원에 달했다.


제값을 받고 팔지 못한 문제는 후에 업무상 배임 문제로 비화하기도 했다. 수의 계약도 문제가 됐는데 2018년 감사원은 한국식품연구원에 대한 실지감사를 통해 “토지리턴제 조건의 경우 재공고 입찰 조건에 없는 새로운 조건”이라며 “최초의 입찰에 부칠 때 정한 조건의 변경에 해당되므로 재공고 유찰을 사유로 수의계약에 의할 수 없고 경쟁 입찰을 새로이 실시하여야 했다”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한국식품연구원이 특정한 세력의 이익을 도와 공공기관으로서의 행동 강령을 위배했다고 적시했다. 여기엔 한국식품연구원 소속으로 부동산 매각 과정에 관여한 실무자 2명과 당시 부원장, 원장이 포함됐다.

성남알앤디피에프브이는 부지 소유권을 이전받은 후, 종전에 제출했던 임대아파트 건립계획과는 달리 수익성이 높은 분양아파트를 짓기 위해 새로운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꾀했다. 이를 위해 한국식품연구원에 ‘공공기관인 한국식품연구원 명의로 일을 진행하게 되면 지구단위계획 수립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으므로 형식상 지구단위계획 입안 제안자가 되어 역할을 수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러한 제안을 수락하는 것은 ‘이권 개입 등을 금지한 행동강령’ 위반이지만, 한국식품연구원은 이 요청을 적극적으로 수행했다. 한국식품연구원 명의로 2015년 12월 두 차례에 걸쳐 ‘분양아파트로 변경할 수 있도록 선처해 달라’라는 내용의 공문을 성남시에 송부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 공문은 아시아디벨로퍼에서 작성했다. 2015년 11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24차례에 걸쳐 성남시에 보낸 공문들 또한 아시아디벨로퍼에서 이메일로 전달받아 이름만 바꿔 제출했다. 김인섭 씨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보상을 받고 싶었던 것인지 2016년 4월 아시아디벨로퍼 대표에게 성남알앤디PFV 주식 25만 주를 요구하기도 했다.2

한편, 한국식품연구원 계약직 연구원 D씨는 실지 감사에서 지구단위계획 입안 제안자 역할을 비롯해 종전부동산 수의매각 관련된 업무를 자신이 주도했다고 밝혔다. 그는 ‘부동산을 매입해 준 고마움’ 때문에 E 본부당과 상의해 부탁을 들어줬고, 부원장과 원장에게도 이같이 보고했다고 밝혔다. D씨는 E씨의 전 직속 상사이기도 하다. 그는 2015년 2월 무보직 계약직으로 전환되면서 부동산 매각 관련 업무를 다시 맡게 됐는데, 감사원 조사에서 대가성을 찾아내지 못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감사원 권고에 따른 징계도 그에게 큰 타격이 되지 않았다. 2016년 12월 정년퇴직 후 6개월~1년 단위로 고용된 계약직이기 때문이다. 해임 조처를 받은 D씨는 계약 종료에 따라 자동 퇴사했다. E씨는 정직 처분을 받았다. 감사원은 징계 권고와 더불어 두 직원에 대해 업무상 배임, 사전자기록위작 및 위작사전자 기록 행사 혐의 등으로 2018년 5월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고발했지만, 검찰은 같은 해 11월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지난해 5월 ‘성남미래정책포럼’이라는 단체가 시민 320여 명의 서명을 받아 백현동 사건의 감사를 제기하면서 감사원이 다시 실지감사에 착수했다.

성남미래정책포럼은 길이 300m, 최대 높이 50m인 아파트 옹벽에 대한 관련법 위반 여부도 감사를 요청했다. 이 아파트는 이재명 후보 측근 비리 의혹이 터지기 전까지 ‘옹벽 아파트’로 더 유명했다. 더 많은 아파트를 짓기 위해 옹벽을 높게 설치한 것인데 산지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아파트 비탈면(옹벽 포함)의 수직높이는 15m 이하로 규정돼 있다. 당시 환경영향평가에서 한강유역환경청은 옹벽을 짚어 “비탈면이 과도하게 만들어져 붕괴가 우려된다”는 의견을 냈음에도, 해당 쟁점은 무시됐다. 이재명 후보의 또 다른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김현지 전 경기도 비서관이 당시 사무국장으로 있던 성남의제21은 아파트 건립에 문제없다는 의견을 냈다. 성남시는 지난해 6월에서야 성남알앤디피에프브이에 안전성 검사 보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성남알앤디피에프브이는 이를 부당하게 여겨 성남시장을 상대로 사용승인 신청 반려처분 취소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 12월 법원은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우여곡절 끝에 지어진 아파트는 분양까지 완료됐고, 참여 자본의 수익 또한 뚜렷해졌다.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성남알앤디피에프브이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까지 6월까지 아파트 분양으로 1조264억 원의 분양수익을 올렸다. 누적 분양이익은 약 3,142억 원에 달한다. 분양수익은 ㈜아시아디벨로퍼(61.3%), 부국증권(주)(20.0%), 엔에이치투자증권(주)(18.7%)가 보유한 지분에 따라 배당하고 있다. 2020년 7월부터 2021년 6월까지 526억 원, 2019년 7월부터 2020년 6월까지 555억 원의 배당금이 지급됐다. 이중 엔에이치투자증권(주)의 모든 지분은 아시아디벨로퍼 대표 정 씨의 아내가 증권사에 유가증권 신탁한 것이라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밝혀졌는데, 드러나지 않게 지분을 챙기는 방식이 대장동 사업과 유사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편, 성남알앤디피에프브이에서 처음 대표를 맡았던 K씨는 정자동 한국가스공사 부지 아파트 개발 사업을 위한 특수목적법인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K씨는 2016년 8월 디더블유에스제이엘피 주식회사의 감사로 등기했다. 이 회사 또한 성남알앤디피에프브이처럼 자금을 조달할 목적으로 세워진 회사로, 아파트 건설 사업을 위한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를 발행해 대출을 조달했다.

한국가스공사의 정자동 부지 개발사업도 민간자본이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성남시의 부지 용도 변경 등이 크게 도움이 됐다. 이곳 부지 1만6,000여㎡는 매각 전 일반상업지역에서 주거용으로 변경됐다. 용적률도 기존 400%에서 최대 용적률인 560%로 크게 상승했다. 시행사인 에이치디이앤씨는 부지와 건물을 1,312억 원에 사들였는데 분양수익은 5,000억 원을 넘는다. 성남시의료원 기숙사 기부채납 등을 빼더라도 400%가 넘는 수익을 챙겼다. 성남시의회에선 “성남시는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청취하지도 않고, 시장 직권으로 해당 부지 내 시립병원 간호사 숙소의 건축물을 기부채납 받은 조건으로 용적률을 상향 변경해 민간업체에 황금알을 쥐여 줬다”3라고 지적했다. 성남시의원들은 시의회에서 부지 용도 변경을 반대했지만, 도시계획과에서 이를 무시하고 추진했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사라진 임대아파트

성남의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 땅에서 민간 자본이 분양 아파트로 막대한 이익을 얻는 사이, 서민의 주거 불안정은 계속됐다.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있던 2010년에서 2017년, 성남시 주택보급률은 95.6%, 94.2%, 93.5%, 91.6%, 90.2%, 90.9%, 93.9%, 95.7%로 변화했다. 이 기간 경기도 주택보급률은 99%~102% 사이에서 움직였는데, 성남시는 경기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면치 못했다. 게다가 2016년 조사에 따르면 성남시는 주거비 부담이 도내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월 소득대비 관리비 포함 임대료 비율(HCIR)은 경기도 평균이 22.4%인 것에 반해 성남시는 28.3%4였다. 성남시민은 월 소득의 30%를 주거비로 지출한 셈이다. 2016년 성남시의 임대주택 비율은 7.7%였다.

최근에는 이재명 후보의 성남시장 시절 발언 영상이 화제가 됐다. 2013년 이 후보가 “임대 아파트를 지어 운영하고 이런 것은 안 하려고 한다. 그것은 손해가 나니까”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성남시의회가 임대아파트 건설을 동조하지 않을 것이란 전제가 있긴 했지만, 당시 그가 서민 주거 안정에 대한 의지가 크지 않았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백현동과 정자동 사업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면 이재명 시장의 성남시와 그 측근들이 민간 자본을 적절하고도 통 크게 도왔다는 것이 확인된다. 잇달아 터지는 이 후보의 부동산 관련 개발 민간업자들의 이권 이슈는 그저 파편에 불과한지, 전체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수 있는지 판단은 유권자의 몫이다.

<각주>

1) 매수인(아시아디벨로퍼)이 2015.9.30.까지 사업인허가(준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 변경 등)를 득하지 못하게 된 경우나 더 이상 사업추진이 곤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219억 원)을 반환받을 수 있다는 내용.
2) 〈동아일보〉, “백현동 인허가 시기, 성남시에 힘 쓸 김인섭에 2억3000만원 줘”, 2021.11.10.
3) 제234회 성남시의회 제2차 정례회 제2차 본회의, 성남시의회사무국, 2017.12.05.
4) 〈2030 경기도 주거종합계획〉,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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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경락

    성남의 마지막 남은 금싸라기 땅에서 민간 자본이 분양 아파트로 막대한 이익을 얻는 사이, 서민의 주거 불안정은 계속됐다.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있던 2010년에서 2017년, 성남시 주택보급률은 95.6%, 94.2%, 93.5%, 91.6%, 90.2%, 90.9%, 93.9%, 95.7%로 변화했다. 이 기간 경기도 주택보급률은 99%~102% 사이에서 움직였는데, 성남시는 경기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을 면치 못했다. 게다가 2016년 조사에 따르면 성남시는 주거비 부담이 도내에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월 소득대비 관리비 포함 임대료 비율(HCIR)은 경기도 평균이 22.4%인 것에 반해 성남시는 28.3%4였다. 성남시민은 월 소득의 30%를 주거비로 지출한 셈이다. 2016년 성남시의 임대주택 비율은 7.7%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