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 서울 도심서 개최…9만 집결

“노동개악 저지, 노조법 2·3조 개정, 민영화 중단, 이태원 참사 정부 책임 요구”


12일 오후 3시, 서울 숭례문 앞에서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2022 전국노동자대회(전노대)가 개최됐다. 민주노총은 ‘노동개악 저지, 노조법 2·3조 개정, 민영화 중단’을 주요 구호로 내걸었다. 이번 전노대 본집회에는 우천 속에서도 9만여 명의 조합원이 참석해 이어지는 참사에도 책임을 회피하는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데 집중했다.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윤석열 정부의 ‘무책임’을 지적, 일터와 사회 곳곳에서 이어지는 죽음의 행렬을 폭로하고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라고 외쳤다. 양 위원장은 “중대재해를 처벌하라고, 안전운임제를 실시하라고, 건설안전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인력을 충원하라고, 살려달라고 이태원에서 112,119에 신호를 보냈듯이, 살고 싶다는 노동자들의 절규에 정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라며 “노동자 민중의 목숨으로 굴러가는 세상, 노동자 민중의 목숨을 빼앗는 세상, 이렇게 살 수는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 위원장은 이어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작은 정부의 본질이 민영화 정책이라 비판하고 정부 역할 강화와 국가 책임을 강조했다. 양 위원장은 “민영화로 지하철, 철도 요금이 올라도 부자들은 아무 상관 없습니다. 가스비, 전기세, 기름값이 올라도 재벌들은 떼돈을 번다. 물, 전기, 가스, 교통, 통신, 교육, 의료의 민영화는 민중들을 쥐어짜 재벌에 퍼주자는 것이다”라며 “노동자 민중의 삶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을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확대해야 하고,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양 위원장은 “정규직 비정규직, 장애인 비장애인, 성별, 업종, 나이, 노동조합의 존재 여부를 떠나 모두가 함께 싸워야 한다”라고 ‘단결’을 호소했다.

현장 곳곳에서 나오는 ‘이렇게 살 수 없다’라는 외침


본대회 현장 투쟁 발언엔 지난 6월 거제에서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라고 먼저 외친 조선소 하청 노동자가 나섰다.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은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외쳤는데 왜 이 권리에 불법의 잣대를 들이대는지 모르겠다”라며 “노조법 2, 3조 개정을 통해 하청노동자든, 비정규직 노동자든 자신의 권리를 온전히 지킬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유 부지회장은 “우리 아버지는 홀로 벌어 부모님까지 모시고 살았다. 나는 혼자 벌어 자식들 키우고 살았다”라며 “그런데 올해 스무 살 먹은 내 아들이 누릴 권리를 생각하면 속이 뒤집어진다. 아버지가 누린 권리, 내가 누린 권리, 이 권리들이 왜 후퇴돼야 하나, 왜 우리는 뺏길 수밖에 없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종린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지회장도 발언에 나섰다. 파리바게뜨지회는 지난해 7월부터 노조파괴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문제제기와 사회적 합의 이행을 요구하며 투쟁해왔고, 임 지회장은 단식 52일간의 단식 투쟁을 전개하기도 했다. 오랜 투쟁 끝에 지난 11월 3일 노사가 합의했고, 임 지회장은 “이제 제빵기사들은 보건휴가와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임 지회장은 남아있는 과제들도 많다고 밝혔다. 그룹 내 부당노동행위 책임자 처벌과, 연이은 산재 사고 등의 근본적 문제 해결 등이다.

임 지회장은 “장사가 잘될 땐 무급노동으로 착취하더니 SPC 잘못으로 장사가 안되자 고통분담하자고 한다. SPC 노동자들도 ‘이대로 살 수 없다’라고 외친다”라며 “안전한 환경에서 노조 탄압받지 않고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적용받으며 일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 SPL에서 벌어진 산재사망과 연이어 발생하는 그룹 내 불법행위들에 대해 SPC 그룹이 제대로 처벌받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우아미 보건의료노조 원주연세의료원 사무장은 정부가 영리 병원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우 사무장은 “제주도에 이어 강원도에 영리병원을 허용하려는 법안이 발의돼 있다. 한마디로 주식회사 병원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의료불평등과 양극화를 부추기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공공병원인 지방의료원을 민간에 위탁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도 큰 우려를 나타냈다. 우 사무장은 “우리나라 전체 병원 중 공공병원 병상은 9.7%로, OECD 평균인 72%에 비해 꼴찌 수준이다”라며 “공공병원 민간위탁이 아닌 더 많은 공공병원 확충이 필요하다. 시민 누구나 아프면 언제 어디서나 돈 걱정 없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 투쟁하자”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살기 위해 투쟁한다…중대재해법 무력화 등 정부 노동개악에 맞설 것

이날 민주노총은 노동개악 저지, 노조법 2·3조 개정, 민영화 중단을 정부에 촉구했다.

장옥기 건설산업연맹 위원장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무력화가 아닌, 제대로 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장 위원장은 “산업현장 사망자 유가족이 추운 겨울 곡기를 끊고 국회 앞에서 만들어낸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 1년도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는 누더기 법을 아예 있으나 마나 한 법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라며 “건설현장에서도 노동자가 매일 2명씩 죽어가도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장 위원장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하위법령 개악 저지와 함께 가장 심각한 산업재해를 겪고 있는 건설노동자를 살리는 건설안전특별법과 노후설비특별법을 반드시 제정이 필요하다”라며 “다시는 세월호 참사도, 이태원 참사도,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참사도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 윤석열 정부와 돈에 눈먼 자본들을 향한 투쟁을 멈추지 말자”라고 호소했다.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정부의 민영화 정책을 규탄하며 ‘사회공공성 강화’가 우리의 대안이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 위원장은 “전기와 가스, 교통, 의료, 교육, 복지, 사회서비스, 주거, 통신 등을 사용할 권리가 국가와 공공기관에 의해 차별 없이 제공되는 것이 바로 사회공공성”이라며 “이는 민생의 살리는 길이다.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국가 재정을 투입하고, 경제정책을 마련하고, 공공부문 인력을 확충하고, 공익에 기반해 행정을 집행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현 위원장은 사회공공성 투쟁의 최전방인 민영화 저지 투쟁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민영화를 금지하고 재공영화하기 위한 입법 투쟁을 시작하고, 공공부문 구조조정을 막아내자는 싸움을 하겠다는 것이다. 현 위원장은 “공공-운수-사회서비스 노동자의 대표 노조인 공공운수노조가 11월 말~12월 초 대정부 공동파업으로 앞장서겠다”라며 “국가책임 강화와 국민안전 실현, 공공성-노동권 확대를 위한 이 파업에는 지하철과 철도, 화물, 공항, 병원, 학교, 사회서비스, 공공기관 자회사 등 10만여 명의 조합원이 함께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경수 위원장의 출정 선언과 2022 전노대를 상징하는 상징의식을 끝으로 대회를 마친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바로 이어 진행된 이태원 참사 관련 국가 책임을 요구하는 시민 촛불에 참가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29일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뒤, 전노대 주요 구호에 이태원 참사에 대한 대통령 사과, 국무총리 사퇴, 책임자 처벌을 추가한 바 있다.

이날 오후 5시부터 진행된 '이태원 참사, 국가 책임이다. 책임자를 처벌하라' 시민추모촛불은 100여 개의 노동,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한 가운데 성역 없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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