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인력감축 확정 앞둔 노동자들 "시민 안전 우려"

철도·지하철·병원·가스 노동자, 현장 증언대회서 한목소리

기획재정부가 다음 달 초, 공공기관에 대한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 계획을 확정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현장에서는 안전 위협이 증가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공공기관별 구조조정 계획에서 안전 관련 업무 자체를 폐지·축소하거나 민간으로 넘기는 경우가 확인되고 있다.

이에 현장 노동자들은 29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등의 주최로 진행된 '공공기관 인력감축 위험성에 대한 현장 증언대회'에 나섰다. 이들은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발생 중인 문제를 지적하며, 안전인력 충원을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안전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 등을 요구하며 지난 23일부터 10만6천여 명이 참여하는 공동파업을 진행 중이며, 이날로 7일 차를 맞았다.


공공운수노조가 정부의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에 따른 공공기관 기능조정, 조직·인력 효율화, 인력 재배치 계획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인력 감축 규모는 현재까지 6,786명이다. 이는 전체 정원(2022년 6월 기준 44만4,544명)의 1.5% 수준이다. 정원 감축이 이뤄지는 기관 수는 228개로, 전체(370곳·부설 기관 포함)의 61.6%를 차지한다. 이 규모는 기획재정부의 추가 감축 요구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안전 업무 축소, 장비 유지 업무 외주화

공공기관 인력감축의 문제점에 대해 발제를 맡은 홍원표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국장은 정부가 진행 중인 공공부문 인력 감축 정책이 코로나19, 기후위기 등 사회적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공공정책 방향에 대한 고려 없이 일률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시민 안전과 공공서비스 제공의 국가 책임 방기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홍 국장은 "공공기관이 수행하는 안전 관리·교육·검사·진단·인증 등의 업무를 폐지·축소하거나 민간으로 넘기는 경우도 다수 확인됐다"면서 "안전 관리 업무를 위탁 등의 형식으로 민간에게 맡길 경우, 부실 관리 등의 부작용에 대해 면밀한 검토나 보완 조치가 필요하나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 시민 안전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노조가 기능조정 계획 중 안전 관련 업무 축소·폐지·민간이관 사례를 정리한 자료에서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사고사망 핵심 고위험요인 집중관리(패트롤 점검) 축소(28명)·고위험업종 안전보건지킴이 축소(9명) △한국전기안전공사, 전기안전관리대행사업 민영화(398명 축소) △한국가스안전공사, LPG사용시설 정기검사 축소(35명 감축) 등의 계획을 확인할 수 있었다.

[출처: 공공운수노조]

시설 유지‧보수, 관리‧보안 업무 외주화에 따른 안전 문제도 제기됐다. 이러한 업무를 외주화하면서 발생하는 원·하청 간 업무·책임의 단절이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증언대회에서는 한국철도공사가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됐다. 공사는 지난 8월 차량정비, 시설‧전기 유지보수 업무의 외주화‧역 운영 축소 등의 기능조정을 통해 621명의 인력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기재부에 제출했다.

이와 관련해 김웅전 전국철도노조 수석부위원장은 "통합적 운영에서 분리된 외주화는 소통의 구조적 한계, 업무 연계성 부족, 임금 및 노동조건 열악으로 전문성·책임감 미달, 노하우 축적 불가능, 사고 은폐에 매몰, 못된 조직 안전 문화 등 안전관리 시스템의 유지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라며 또한 "필수인력조차 제대로 확보되지 못한 상황으로 직원이 사망에 이르는 중대 사고(재해)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선로 순회 중 또는 사전 작업 준비 과정에서 열차 접촉, 입환 작업 중 접촉 등 수많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동일 원인을 가진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렇게 올해에만 벌써 네 명의 철도노동자 산재 사망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현장 증언에 나선 송민석 서울교통공사노조 역무본부 지회장도 2인 1조가 지켜지지 못할 정도로 부족한 인력 문제를 지적하며 "우리는 얼마 전 신당역에서 안타깝게 동료를 잃었고, 그 전엔 구의역에서 젊은 노동자를 잃었다"면서 "하루 평균 700만 명 이상이 이용하는 지하철은 더욱 안전해야만 한다. 지하철 안전사고가 전혀 발생하지 않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지만, 현장 노동자조차 안전하지 않은 지하철은 결코 안전할 수 없다는 것을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 정부는 지하철 적자를 근거로 경영 혁신을 요구하며 구조조정을 얘기한다. 무임승차 비용 증가 등 사회적 비용이 적자의 대부분 원인인데도 그렇다"라며 "역무원은 시설물 점검, 민원 응대, 역사 순회, 교통약자 안내 등 시민의 안전·편의를 위한 업무를 한다. 때로는 엔지니어, 경찰, 안전 요원 등으로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그에 알맞게 변신해야 한다. 안전 인력은 줄어드는데 해야 할 일은 더욱 복잡해지고 다양해진다. 필연적으로 안전 문제와 이용객의 불편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라고 했다.

최근 대구 충전소 폭발 사고 등과 같은 가스 사고를 막기 위해서도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 이운성 한국가스안전공사노조 위원장은 "공사 안전관리 업무는 많은 규정 등을 확인하는 복잡한 공정에 해당하며, 대부분의 가스안전관리 현장은 시설 규모에 상관없이 대형·노후시설의 법정 검사를 검사원 1인이 단독으로 수행하고 있다. 정부의 일방적인 공공기관 정원 감축은 현장검사 인력 부족을 가속하게 될 것이고, 특히 대규모 사업장에 대한 검사품질 저하로 이어져 종국에는 심각한 대형 사고의 발생 가능성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병동 환자가 간호사를 하루 5분만 만날 수밖에 없는 이유

증언대회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병원 현원에 정원을 맞추고 있어 이로 인해 발생하는 노동강도 강화가 노동자 안전, 나아가 시민의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원과 현원의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저임금, 고강도 노동 등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발생하는 사직과 충원의 어려움 때문인데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인력 충원을 통해 노동강도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국립대병원이 요청한 증원 규모는 4,700명이다. 그러나 기획재정부가 최종 승인한 인원은 1,735명으로, 필요 인력의 36.9%만 승인됐다. 지난해에는 전체 6,153명 증원요청 중 3,860명(62.7%)만 승인했고, 2020년에도 3천242명 중 1,566명(48.3%)만 승인됐다.

이러한 가운데, 국립대병원, 건강보험공단 등은 감염병 관리 및 전담 병동 운영과 선별진료소 운영 축소를 통해 관련 인력 478명 감축안을 민관합동 공공기관 혁신 TF에 제출했다.

이에 증언에 나선 외과 병동 간호사인 박나래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 교섭위원은 혼자서 14명의 환자를 감당하고 있는데, 이럴 경우 환자를 직접 간호하는 시간이 하루에 5분밖에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간호사당 환자 수를 줄여 환자에게 다가갈 수 있는 직접 간호 시간을 늘리면, 환자의 안전을 더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나래 교섭위원은 환자를 직접 간호하는 시간 외에 간호사가 해야 하는 일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그는 "간호사는 본 업무에 들어가기 전 환자의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환자에게 투약할 정규 약을 준비하고, 식사를 책임지고 발행해야 하며, 환자의 혈압 및 기본적인 사항을 체크하기 위해 담당 병실을 돌아야 한다. 수술할 환자를 수술장에 보내며, 수술 다녀온 환자를 다시 간호해야 한다"라며 이어 "의사의 정규 오더 및 응급 오더, 추가 오더를 수행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을 일일이 기록하고, 환자의 비정상적 신호가 있으면, 의사에게 보고해야 한다. 전화 응대, 환자 응대도 간호사가 해야 할 업무 중 하나다. 병원에서 간호사는 이러한 일들을 수행하기 위해 항상 예민하며 긴장감 속에서 업무를 한다. 혹시나 환자에게 약을 잘못 투약하진 않을지, 환자가 낙상하진 않을지 전전긍긍하면서 일한다"라고 했다.

홍소의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분회 교섭위원은 인력 부족으로 실제 현장에서 발생한 사건을 전했다. 홍 교섭위원은 보라매병원은 대부분 보호자·간병인이 없는 병동인 간호·간병통합서비스병동으로 운영된다면서 간호사가 보는 환자 수가 많아 생기는 문제가 많다고 했다. 가장 큰 문제가 낙상 사고라며 그는 "심한 섬망으로 지남력을 상실하고 보호자조차 알아보지 못했던 제 환자는 결국 한밤중에 스스로 침상 난간을 내리고 침대 아래로 떨어졌다. 몸무게가 40kg도 되지 않았던 터라 위팔뼈, 대퇴골이 골절돼 안 좋은 몸으로 수술받고 보호대까지 차가며 고생하는 것과 더불어 입원 기간이 필요 이상으로 연장됐다. 이렇게 환자들은 고통스럽고, 간호사들은 트라우마로 남는 낙상사고를 병원은 철저하게 방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증언대회에서는 한국의 공공부문 인력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지나치게 적다는 점도 지적됐다. 오히려 인력에 대한 증원을 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기재부가 올해 1월 발표한 '20년 공공부문 일자리 행정통계 주요 내용 및 평가'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정부 기관과 비영리단체 등 일반정부 일자리 비중과 공공부문 일자리 비중은 2020년 기준 각각 8.8%, 10.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7.9%(2019년 기준), 21.3%(2013년 기준)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이날 증언대회는 국회의사당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으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를 비롯해 더불어민주당 민영화저지공공성강화대책위, 더불어민주당 신동근·서영교 국회의원, 정의당 장혜영 국회의원 등이 공동주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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