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정부가 20년 방치한 ‘화물 불법 다단계’…안전운임제의 배경

업무개시명령 문제점 토론회…기본권 침해한 업무개시명령, “21세기 긴급 조치”

지난 20년간 역대 정권들은 화물차운송업의 불법 다단계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다. 그렇게 유지된 위험 운송은 현재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에 대한 일몰제 폐지와 차종·품목 확대를 요구하는 화물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법제상 유례없는 ‘업무개시명령’이란 카드를 꺼내든 정부, ‘물류 정상화’라는 이유를 대지만 결국 파업을 멈추라는 메시지만 남았다. 업무개시명령이 국제법·헌법·노동법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화물연대 파업 8일째인 1일 열린 토론회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이러한 편향된 시각을 멈추고, 파업이 진행 중인 배경을 봐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화물 다단계 구조 방치하며 정부가 꺼내든 ‘업무개시명령’

윤애림 서울대학교 법학연구소 책임연구원(민주주의법학연구회)은 이날 열린 ‘화물연대 총파업과 업무개시명령의 문제점’ 긴급 토론회1)에서 20년 전인 2003년, 화물연대가 첫 번째 파업을 진행했을 당시 노무현 정부가 불법적인 다단계 하도급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으나 역대 정권들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떠한 제도적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윤 연구원은 “당시 정부는 화물연대와 10여 개 항에 이르는 합의서를 작성했는데, 거기에는 화물운송 노동자들의 노동3권 보장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등의 내용들이 담겼다. 그러나 화물운송산업이 망가지고 불법이 만연해지는 과정에서 정부가 어떠한 개선 조치를 한 적이 지금껏 한 번도 없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법적 산업구조의 피해자로서 위험에 처한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권리를 지켜달라는 요구에 대해 불법이라고 얘기하는 것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거래단계가 늘어나면서 운임이 줄어드는 문제는 화물노동자들이 오래전부터 지적해왔던 부분이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는 화물노동자에게 하루 13시간이 넘는 과로와 과적, 과속을 강요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고자 3년간 한시적으로 도입된 안전운임제는 화물차주·운수사업자가 지급받는 최소한의 운임을 공표해왔다. 화물노동자에게는 ‘최저임금’이고, 같은 도로를 이용하는 국민의 생명·안전을 지키기 위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올해 2월 국토교통부도 국회에 보고한 문건2)에서 안전운임제 시행으로 “거래단계가 감소해 화주가 지급하는 운송료 중 차주 몫이 커져 다단계 시장 정상화에 일부 기여”한다고 썼다. 현재 화물운송업 구조에서는 화주가 컨테이너 하나에 대한 서울·부산 왕복 운임으로 123만 원을 책정했다 하더라도, 실제 운송하는 노동자들이 받아 가는 부분은 78만 원(63%)에 그친다(2011년 기준).3) 그 중간의 대기업 물류 자회사, 운송사, 2차 운송사, 주선사업자 등이 운송은 전혀 하지 않으면서 수수료 등을 가져가는 구조는 40년 이상 유지되고 있다.

이에 대해 윤 연구원은 현행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도 이러한 다단계 구조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화주가 운송사업자에게 위탁하거나 운송주선사업자를 통해 운송하는 것 이외의 위탁은 금지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는 대기업 화주 아래 대기업 화주가 만든 물류자회사가 있다. 윤 연구원은 “2000년대 이후 대기업의 물류자회사를 중심으로 모기업의 화물 운송물량을 독점하고 중간 수수료 공제 후 운송회사에 일괄 위탁하는 관행이 증가하면서 다단계 구조가 더욱 심화”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이 물류자회사를 만드는 이유는 불법적 경영권 승계, 비자금, 일감 몰아주기를 위해서다”라고도 덧붙였다.

  '화물연대 총파업과 업무개시명령의 문제점' 긴급 토론회 자료집.

지난 2019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된 ‘물류산업 혁신방안’4) 자료에도 “실제 운송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중간 마진만 취하고 운임을 떨어뜨리는 다단계 운송은 현행 화물법에서 엄격히 금지 중”이라고 적혀 있다. 이어 대기업 물류자회사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 직접 운송을 줄이고 대부분 물량을 정상운임에 미달되는 운임으로 협력사에 떠넘기는 일부 불공정 사례”를 지적한 바 있다. 그럼에도 지금 윤석열 정부는 효과를 보이는 제도조차 없애버리겠다며, 화물노동자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관계부처 합동, “물류산업 혁신방안”, 2019.5.26

“기본권 침해로 사문화된 업무개시명령”

이날 토론회에서도 안전운임제도의 의미가 다시 강조됐다. 박연수 화물연대 정책기획실장은 안전운임제도가 △고착화한 밑바닥 운임구조를 통째로 바꿀 수 있다는 점 △화주들의 책임을 강화하고 특수고용노동자인 화물노동자와 화주의 운임협상을 법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것 △도로와 사회의 안전 증진과 이에 따른 사회적 부대비용을 줄일 수 있는 점 등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실장은 “윤석열 정부가 ‘제도 폐지’라는 답을 정해두고 화물연대의 요구에 대응하고 있다. 정부의 표현에 따르면 안전운임제도를 중심으로 화물연대의 ‘세력 확장’을 막기 위해 업무개시명령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라며 그러나 “실제 (업무개시)명령을 송달받은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무리한 과정이 반복돼 오히려 정부가 스스로 위법 행위를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전날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물류회사 사무실에서 직접 화물노동자에게 전화를 걸어 업무개시명령서 사진을 문자메시지로 송달했다며 복귀하라고 압박한 것에 대한 문제를 꼬집었다. 현행법상 명령서 송달은 우편이 원칙으로, 본인 동의 없이 보내온 문자 명령서는 효력이 없음에도 정부가 무리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로 그는 국토부가 전체 문자 송달 대상자 350명 중 20여 명에게 급하게 등기송달 후 추후 나머지 인원에 대해 등기 송달을 진행 중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업무개시명령은 2003년 화물연대 결성과 총파업 이후 도입됐다. 박 실장은 “도입 당시부터 화물노동자의 파업권을 제한·탄압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라고 지적하며 그럼에도 “도입 이후 법이 갖는 여러 논란과 심각한 기본권 침해 우려로 화물연대 파업 탄압 수단으로 한 번도 발동된 적 없는 사문화된 법”이라고 했다.

업무개시명령의 기본권 침해에 대해 한상희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참여연대 공동대표)는 “업무개시명령제도는 강제노역 금지라는 국제법상의 권리뿐만 아니라 헌법상의 권리도 침해한다”면서 “업무 개시 명령은 운송하지 않겠다는 사람에게 운송하라고 명령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처벌을 통해 강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명실상부한 강제노역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관련해 한 교수는 “대법원은 파업에 의한 업무방해죄 성립을 위해서는 전격성, 중대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이는 파업을 저지하고 형벌로써 노무 제공을 강제하는 것은 노무 제공 거부행위가 상당한 위법성, 불법성(전격성, 중대성)을 가지고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의미”라며 “업무개시명령의 경우 운수종사자들이 이런 전격성, 중대성과 같은 불법성을 띠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대법원의 판시 사항을 위반하고 있다”라고 했다.

특히 그는 “업무개시명령은 법제상으로도 유례가 없는 것으로 화물 운송종사자를 차별적으로 대우함으로써 평등의 원칙(헌법)에도 위반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2020년 8월 의료계 집단 의료 거부 당시 의료법에 근거해 의사들에게 내려진 업무개시명령에 대해서는 “의료법상의 제도가 전문직 일반에 요구되는 직업적 의무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화물자동차법과는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라고 했다.

불법 집단 운송거부이기에 업무개시명령이 타당하다?

앞선 맥락과 같이 토론회에서는 ‘불법적인 집단 운송거부’이기 때문에 업무개시명령이 타당하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이 이어졌다. 화물노동자들의 파업이 업무방해도 아니고, 위법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 지적한 조연민 변호사(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법률원)는 두 가지 사례를 들었다.

대법원은 총파업 중인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공장 앞에 화물차 170여 대를 주차하는 방식으로 화물운송을 집단 거부한 것을 화주·운송업체에 대한 업무방해라고 볼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2010도10406). 당시 대법원은 “화물차주와 아무런 계약 관계도 없는 화주나 화물운송위탁업체를 업무방해의 피해자로 봐, 업무방해죄의 형사책임까지 묻는 것은 형사처벌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으로 허용될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화물운송을 집단적으로 거부한 사정만으로 화주 등 타인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대법원은 파업에 참여한 화물노동자들이 울주군수로 상대로 낸 유가보조금 환수, 6개월 지급 정지 처분에 관련한 행정소송에서도 파업이 관계 법령에 따라 적법한 운행이 아니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2015두51132). 대법원은 “집단적으로 화물운송을 거부·방해하거나 이에 동조해 국가 물류체계에 지장을 초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해도 그러한 운수사업자 등의 화물자동차 운행이 구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등 관계 법령에 따라 적법한 운행으로 볼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했다. 현재 구 화물자동차 유가보조금 관리 규정은 삭제된 상태다.

토론회 끝 무렵 한상희 교수는 업무개시명령이 “21세기 긴급 조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막연하고 모호한 것을 이행하라 하고, 거부하면 형사 처벌하겠다는 것은 유신헌법을 비판하면 형사 처벌하겠다는 것과 구조가 전혀 다르지 않다”라며 “유신헌법 체제는 정치 영역에서 권위주의 체제를 만들어냈지만, 업무개시명령제도는 경제 영역을 출발점으로 신자유주의적 권위주의 체제를 만들어내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각주>

1) 노동인권실현을 위한 노무사모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법률원(민주노총·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서비스연맹), 공공운수노조 등은 1일 오전 서울 강서구 공공운수노조에서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2) 지난 2월 국토부가 국회에 보고한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 성과분석 연구용역 결과’ 문건. 국토부 의뢰로 한국교통연구원이 분석한 ‘화물차 안전운임제 성과분석 및 활성화 방안 연구’(2021)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3) 화물연대(2014), “비정상의 정상화: 화물운송노동자(지입차주) 권리 보장”, 국토해양부 신고운임, 교통연구원 화물운송정보시스템에서 재구성.
4) 관계부처 합동, “물류산업 혁신방안”, 2019.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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